Editor`s letter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돌아본 세종 리더십

254호 (2018년 8월 Issue 1)

세종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임금도 없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경영이란 관점에서 그의 리더십과 전략, 인사관리 등을 깊게 연구한 전문가는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DBR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스페셜 리포트로 세종의 리더십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현대의 슈퍼스타 경영자에 못지않은, 혹은 그보다 더 풍성한 교훈과 통찰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과 상황이 크게 다른 절대 왕정 시절이었음에도 그의 소통에 대한 열정과 인재에 대한 집착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헤쳐 나가야 하는 경영자들에게 큰 교훈을 줍니다. 세종의 몇 가지 말을 보면 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의논하자!” 세종이 즉위한 후 처음 한 말입니다. 단순히 회의를 자주 소집하는 데 그친 게 아닙니다. 절대 권력을 가진 왕 앞에서 진짜 토론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세종은 미리 정해진 시나리오가 있는 게 아니라 논의 결과를 통해 실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점에 대해 확신을 심어줬습니다. 대표적으로 파저강 토벌을 둘러싸고 30여 차례가 넘는 회의가 진행됐다고 합니다. 깊은 토론이 이뤄지면서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됐을 뿐만 아니라 논의에 참여한 현장 지휘관의 확신이 강해졌고 결국 작전은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어찌하면 좋겠는가?” “경의 말이 참으로 아름답다.” “나는 잘 모른다.” 아무리 실질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하더라도 인사권은 물론이고 생사여탈권까지 쥐고 있는 왕 앞에서 거침없이 의견을 피력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세종 전문가인 박현모 교수에 따르면 세종은 이 세 가지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고 합니다. 당신의 견해가 필요하다는 말로 시작해서, 논의 중에 나온 주장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자신을 한없이 낮췄습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부하 직원과 진짜 소통을 원한다면 참고할 만한 지혜입니다.

“내가 무례함을 벌주려고 한다면 사람들이 내 뜻을 오해하여 과인이 신하가 간언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할까 염려가 된다.” 물론 세종도 모든 토론에서 신하들을 뜻을 받아들였던 건 아닙니다. 한 번은 형조참판 고약해(高若海)와 세종 간 의견충돌이 생겼습니다. 기분이 상한 고약해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고 합니다. 지금 기준으로도 무례하게 보이는 행동입니다. 세종의 감정이 크게 상했을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며 참았다는군요. 화를 내고 벌을 하면 감정은 풀릴지 모르겠지만 신하들이 입을 닫는 훨씬 큰 부작용이 생긴다는 걸 파악한 현명한 결정입니다.

“허조는 고집불통이다” 왕의 생각과 다른 이야기를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했던 시대에 세종은 반대자 허조를 끝까지 중용했습니다. 허조가 워낙 반대를 많이 해서 세종은 “고집불통”이라며 불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종은 인사권을 휘두르는 중책인 이조판서에 허조를 6년이나 앉혔으며, 정승으로 승진시킨 후에도 이조판서를 겸임하게 했습니다. 허조는 “소신의 의견을 들어 이만큼 고쳐주셨으니 이제는 시행해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는군요. 하버드대 프란체스카 지노 교수가 역설한 ‘건설적 비순응(constructive nonconfirmity)’의 조직 문화를 1400년대에 만들어냈다는 게 놀랍습니다.

이처럼 소통과 경청의 문화를 만들어낸 것 외에도 세종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교훈들을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분석했습니다. 세종 즉위 600주년을 맞아 기획한 이 리포트를 통해 생생한 리더십의 지혜를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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