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에어버스(Airbus)의 리더십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동안 청각장애인 아들을 둔 경영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가 만든 프랑스어 기반 웹사이트‘www.WebSourd.org’ (온라인상에서 수화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접하면서 청각장애인들의 침묵 문화에 익숙해지게 됐다. 시각에만 의존한 언어에 익숙해지면서 나는 그들이 청각 장애가 없는 사람들보다 더 효율적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발전시켰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런 배경 하에 급진적 시험이 이뤄졌다. 바로 고객 기업을 위해 청각 장애인들을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로 일하게 한 것이다.
당신의 ‘경청’ 능력을 향상시키려면 우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교훈을 참고해 보라.
1. 대화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라
한 청각장애인 여성과의 대화 도중 나는 문득 떠오른 생각을 노트에 쓰기 시작했다.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내가 고개를 들고 여성을 바라보자 그녀는 화난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리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통역을 통해 무엇이 잘못됐는지 그녀에게 물었다.
“대단히 무례하시군요”라고 그녀가 답했다. 나는 완전히 당황해서 “왜요?”라고 물었다. 그녀는 내가 그녀의 눈을 바라보지 않아 의사소통도 멈춘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당신이 대화를 중단했으니까요”라고 대답했다. 나는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면서 “그런데 방금 말씀하신 내용이 참 흥미로워서 잊고 싶지 않아서 메모하느라 그랬어요”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금세 예리한 대답을 내놓았다. “그렇지 않아요, 브루노씨. 당신은 기억하기 위해서 적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적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나는 그녀의 대답에 동의하지 않았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회의 시간 동안 메모 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란 말씀이세요?” 그녀는 차분하게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맞습니다. 나는 메모를 하지 않기 때문에 상호 작용에 더 참여하고,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이 더 많아지면 더 많이 기억하는 것이죠.”
열흘 후에 내가 이 젊은 여성을 다시 만났을 때 그녀는 이전 회의에서 우리가 다룬 모든 내용을 기억하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내가 그날 입었던 셔츠와 넥타이 색, 심지어 당시 방 안의 의자 개수까지 기억했다. 이날부터 나는 회의와 인터뷰 시간에 메모를 하지 않았다. 그 이후 내 기억력은 향상됐다.
2. 방해하지 마라
청각장애인들은 매우 엄격하게 한 가지 규칙을 지킨다. 한 번에 한 사람만 수화로 말한다. 어떤 사람이 방해하려고 하면 해당 그룹의 다른 사람들이 ‘방해꾼’에게 ‘이야기하는 사람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는 의미로 오른손을 흔든다. 의사소통에 대한 이런 접근법은 처음에는 매우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오해의 소지를 많이 줄여주기 때문에 실제로는 대단히 효율적이다. 소란스럽게 여러 사람의 말이 겹쳐지는 전형적인 대화보다 훨씬 빠르게 공감과 합의에 이르게 된다.
순차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청각장애인들은 상대방을 먼저 이해하려고 한다. 비즈니스 관련 논의를 할 때 이런 시도를 해 보라. 대화 상대방이 말해야 하는 내용을 말하게 하고 대답하기 전에 조용히 셋까지 세고 시작하라.
3. 표현하려는 내용을 가능한 간단히 말하라
청각장애인들은 직설적이다. 청각장애인들은 감언이설로 감추고, 정치적인 표현을 사용해 듣는 사람이 ‘진짜’ 의미를 구별해 내기를 바라지 않는다. 청각장애인들은 긍정 및 부정적 내용과 상관없이 그들의 생각뿐 아니라 느낌도 전신을 활용해서 일반인보다 더 명확하게 표현한다.
청각장애인들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가장 경제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종종 일반인보다 더 잘 찾아낸다. 예를 들어 나는 청각 장애 트레이너에게 인도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손가락으로 지도를 그렸고, 문화적 상징을 하는 몸짓을 하려고 시도했다. 갑자기 나는 그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그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확인하려고 검지로 자신의 미간을 가리키며 빈디(인도 여성이 양미간에 붙이는 점) 장식과 비슷하게 표현했다. 이렇게 간단할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