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 Sports 8 김응용 삼성라이온즈 고문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 연구원 이재훈(동국대 경영정보학과 2년· 22) 씨가 참여했습니다.
흔히 세상에 태어나 꼭 해볼 만한 직업으로 프로야구 감독, 해군 제독,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꼽는다. 그만큼 특정 조직에서 막강한 권한을 휘두른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의 감독 자리는 8개뿐이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감독은 더더욱 적다.
이런 상황에서 22년간 프로야구 감독으로 재직하며 무려 10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사람이 있다. 바로 김응용 삼성라이온즈 고문이다. 그는 해태 타이거즈 감독으로 9차례, 삼성라이온즈 감독으로 1차례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1986년에서 1989년까진 전무후무한 한국시리즈 4연패도 달성했다. 유례없는 성과를 바탕으로 야구인으로는 사상 최초로 구단 사장직에도 올랐다.
1년도 버티기 힘들다는 감독직을 그토록 오래 유지하면서 계속 우수한 성적을 낸 비결은 무엇일까? 강력한 카리스마, 뛰어난 위기관리 및 커뮤니케이션 능력, 팀워크에 대한 철저한 신봉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는 감독 시절 아무리 스타급 선수라 해도 성의 없는 플레이나 팀워크를 해치는 행동을 하면 ‘영양가 없는 타자’라거나 ‘정신병자’라는 험한 말을 쏟아냈다. 심판 판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코끼리처럼 그라운드에 등장해 육탄전도 불사했고, 덕아웃에서는 의자나 방망이를 예사로 부수곤 했다. 선수들의 동요를 막으면서 결속력과 경기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고도의 노림수였다. 팀이 연패에 빠졌을 때는 비판과 지적을 자제하고, 연패에서 탈출할 때 심한 질책을 하는 심리전의 대가이기도 했다. 구단주를 비롯한 선수단 외부의 입김이 아무리 세도 철저히 자기 선수를 보호하는 뚝심도 지녔다.
요즘 세대의 눈으로 보면 그는 모든 면에서 투박한 리더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요령과 수완이 아니라 성실과 땀방울을 소중하게 생각해 야구인으로서는 독보적인 커리어를 일궜다. 그는 2010년 사장직에서 은퇴하며 기나긴 야구 인생을 마감했다. 다시 태어나면 죽어도 야구는 안 하겠다는 그를 만나 성공 비결을 들었다.
전무후무한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선수 덕이지 뭐. 요즘 감독들은 우승하면 자신이 이룬 성과인 양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건 아니지. 감독이 뭐 하는 일이 있나. 그런데 한 가지는 있어. 나는 한 번도 특정 선수를 칭찬하거나 편애한 적이 없어. 결승타를 날리고 덕아웃에 들어온 선수에게 제대로 등 한 번 두드려 준 적이 없지.
왜 나라고 고맙고 예뻐하는 선수가 없었겠어. 그런데 내가 누굴 좋아한다고 소문이 나거나, 그런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을 해 봐. 다른 선수들이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어. 내가 누구 등을 두드려주면 대번에 옆에 있는 녀석이 ‘나한테는 한 번도 저렇게 안 해주더니 왜 저 선수는 달리 대접해주는 거지’라고 할 거 아냐. 특히 해태타이거즈는 자기들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말이야. 그런 소리 들을 바에는 애초에 칭찬을 아예 안 해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지. 속으로만 칭찬하는 거지. 사람들이 리더는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데 난 그런 거 몰라. 채찍질만 할 줄 알지. 리더십의 ‘리’자도 모르는 사람이야 나는.
특정 선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건 진정한 팀 스포츠가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해태 때도, 삼성에 와서도 좋은 선수들 여럿 둔 덕에 우승했다는 말 많이 들었지. 그런데 해태나 삼성이나 항상 좋은 선수들을 여럿 보유했던 게 아냐. 특히 해태 시절에는 더했지. 4번 타자 김봉연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쉬기도 했고 선동렬과 이종범은 일본으로 갔지.
그럴 때마다 내가 선수들한테 그랬어. “이렇게 우리가 무너지면 이때까지 한국시리즈 우승한 이유가 김봉연 덕택, 선동렬 덕택이라고 하지 않겠냐. 너희들은 그런 소리 듣는 게 억울하지도 않느냐. 이번에 우승해야 그 선수들 때문에 좋은 성적을 냈던 게 아니고 너희들이 잘해서 우승했다는 말이 나온다”고 했지. 그러니까 알아서 잘하더라고. 선수 한 명이 떠나서 팀 성적이 나빠진다? 그건 프로 팀이 아냐.
채찍질만 했다지만 선수협 파동으로 오갈 데 없는 양준혁 선수를 데려오기도 했는데.
2001년 시즌이 끝나고 당시 LG에 있었던 양준혁이 오갈 데가 없어졌지. 많은 구단이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활동 이력을 들어 영입에 난색을 표했어. 사실 당시 위에서 말도 많았어. 내가 혼나기도 했었다고. 그런데 밀어붙였어. 양준혁이 예뻐서 삼성으로 데려온 게 아냐. 양준혁의 야구가 필요했기 때문에 데려온 거지. 내가 야구 감독이고, 내 야구에 특정 선수가 필요하다면 당연히 데려와야지. 그것도 못하면 감독이 아니지. 결국 2002년에 우승했잖아.
대기업 홍보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프로야구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프런트나 그룹 고위관계자가 선수단 운영에 간섭을 많이 한다.
나는 아마 야구 때부터 그런 거 못 참았어. 위에서 간섭하는 사람이 있으면 “당신이 감독하시오. 사장 겸 감독하면 되겠네”라고 되받았지. 자른다고 위협하면 ‘자를 테면 자르라’고 버텼어. 어떤 상황에서도 야구 외적인 일로 팀 전력에 누수가 생기면 안 돼. 감독은 그걸 막아야 하고.
같은 맥락에서 감독은 ‘그룹의 지원이 적어서 성적이 나쁘네’ ‘어떤 선수가 없어서 못하겠네’ 이런 소리도 하면 안 돼. 나는 한 번도 그런 소리를 해본 적이 없어. 감독은 절대로 변명을 하면 안 된다고.
과거 삼성 구단은 프런트의 입김이 강한 편이었는데 사장 취임 후 분위기를 많이 바꿨다고 들었다.
각자 다른 역할과 임무를 맡았는데 간섭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지. 분야가 완전히 다르잖아. 감독 만큼 해당 팀의 야구를 잘 아는 사람이 있어? 없잖아. 현장을 총괄하는 사람은 오직 감독뿐이야. 나머지 사람은 잘 모르면서 왈가왈부만 하는 거라고. 더군다나 내가 감독을 했던 사람이잖아. 내가 감독할 때 위에서 간섭하는 걸 싫어했는데 내가 사장이 됐다고 간섭하기 시작하면 팀이 어떻게 되겠어.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1년에 선동렬 감독 얼굴 본 게 서 너 번도 안 될 걸. 선후배 관계인데 괜히 부담을 느낄까 봐 더더욱 안 마주치려고 했어. 마주치면 오던 길도 돌아가려고 했지. 사장한테는 감독 임명권이 있으니 사후 성적으로 그 임명권만 행사하면 돼. 어떤 감독과 3년 계약을 했는데 3년 후에 성적이 괜찮으면 계속 하게 내버려두면 되는 거고, 아니다 싶으면 감독을 바꾸면 되지. 사장이 감독을 믿지 못하는데 선수들이 감독을 믿겠어?
감독에서 사장으로 갈 때도, 작년에 사장에서 물러날 때도 뭐라고 한마디도 안 했어. 물러나는 사람은 그냥 말 없이 물러 나야 해. 새로운 사람이 와서 잘해보자고 분위기를 쇄신하는데, 떠나는 사람이 조언이나 당부랍시고 해 봤자 듣는 상대방에게는 불평불만으로만 들릴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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