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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CEO만이 할 수 있는 일

A G 래플리(A.G. Lafley) | 33호 (2009년 5월 Issue 2)
비즈니스 주기의 어느 단계에 속한 기업이건, 최고경영자(CEO)라면 가장 신경 써야 할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P&G의 CEO A G 래플리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필자는 위기가 한창이던 2000년 6월 P&G의 CEO가 됐다. 그해 3월 7일 P&G는 3분기에 예상했던 만큼의 실적을 올릴 수 없을 것 같다는 발표를 내놓았다. 이날 하루 만에 주가가 86달러에서 60달러로 곤두박질쳤고, 다우존스 평균 주가는 무려 374포인트나 급락했다.
 
필자가 P&G의 CEO로 선임됐다는 소식이 발표된 후에도 P&G의 주가는 또다시 11%나 떨어졌다. P&G의 주가 폭락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은 많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지나치리만큼 야심 찼던 P&G의 변화를 향한 노력이었다. 당시 P&G는 조직 변화를 꾀한다는 명분 아래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많은 것들을 바꿔놓으려 했고, 그 결과 일상적인 업무를 완수해내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2000년 여름 P&G를 괴롭혔던 가장 큰 문제는 시가 총액이 850만 달러나 줄었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P&G가 부딪힌 최대 난관은 바로 신뢰의 위기였다. 각 사업부는 저조한 성과에 대한 책임을 본사로 떠넘겼고, 본사는 각 사업부를 비난했다. 투자자들과 재무 분석가들은 P&G의 실적 하락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심지어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직원들은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익 배분 시스템에 들어 있는 지분이 반 토막 나는 상황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P&G의 은퇴자들은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언론들은 ‘P&G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 급랭’에서부터 ‘브랜드 제국이 안고 있는 문제: 우리는 P&G의 제품을 사랑하지만 기술주가 각광 받는 요즘 시대에 P&G의 주식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에 이르기까지 각종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연일 발표했다. P&G 가족들의 마음을 가장 후벼 팠던 것은 업계 정기간행물에서 뽑아낸 ‘P&G, 아직도 중요한가?’라는 제목이었다.
 
P&G의 CEO를 맡은 첫날 오후 6시, 필자는 눈부신 헤드라이트가 쏟아지는 TV 스튜디오에 얌전히 앉아 왜 P&G가 그런 상황에 처했는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등 쏟아지는 질문의 포화를 견뎌내야 했다. 당시 모든 사람들이 필자가 명쾌한 답을 내놓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사실 필자도 P&G를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놓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 드디어 이전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CEO의 세계에 첫발을 들여놓게 됐던 것이다.

 

 

CEO
가 해야 할 일
2004년 10월 ‘CEO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피터 드러커, 저명한 CEO들, 경영 전문가들과 함께 모여 앉았다. 이 자리에서 P&G의 CEO가 되어 맞이했던 첫날과 그 이후 더욱 힘들었던 몇 주간의 시간을 되돌아봤다(이 논문에서 인용한 내용들은 대부분 그날 드러커가 언급했던 얘기를 토대로 한다).
 
회사를 구원하는 구세주라고 존경을 받기도 했다가, 회사를 망치는 악당이라고 매도되기도 하는 CEO들에게 엄청난 관심이 쏟아지는 시대다. 그만큼 ‘CEO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질문을 문제 삼지 않는다 하더라도 여전히 대답해야 할 질문이 있었다. “우리는 과연 CEO의 역할 및 CEO가 해내야 하는 특수한 업무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 걸까?” 드러커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오”라고 믿고 있었다. 그는 CEO란 필요할 때마다 혜성같이 나타나 문제를 해결하는 감독, 혹은 만능 내야수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CEO에게는 CEO만이 해낼 수 있는 특수한 역할이 있다는 뜻이다. 2005년 11월 타계하기 전, 드러커는 CEO의 역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뒀다(월스트리트저널은 드러커가 발표한 글 중 일부를 발췌해 2005년 1월 ‘미국을 경영하는 CEO[The American CEO]’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드러커는 2004년 “CEO는 내부와 외부를 잇는 연결고리다. 여기서 내부란 ‘조직’을 지칭하며, ‘외부’란 사회, 경제, 기술, 시장, 고객을 뜻한다. 내부에는 오직 비용만이 존재한다. 결과를 얻으려면 외부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고 얘기했다.
 
P&G의 CEO로 살아온 지난날들을 돌아보면 그의 주장이 옳다는 생각이 든다. 뿐만 아니라 P&G의 CEO가 된 직후부터 지금껏 본인이 취해온 행동들은 드러커가 주장한 CEO의 역할과 일치한다. 필자는 이따금씩 드러커가 미처 마무리하지 못했던 원고를 다시 읽어보며 드러커가 던졌던 핵심적인 질문을 곰곰이 생각해보곤 한다. ‘CEO만의 독특한 역할은 무엇인가? 즉 CEO만이 해낼 수 있으며, CEO가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드러커의 원고를 반복해 읽다 보니, 외부와 내부를 연결해야 한다는 드러커의 설명에 엄청난 힘이 숨겨져 있음을 깨닫게 됐다. CEO는 기업 차원에서 의미 있는 외부 세계를 경험하는 유일한 사람인 만큼 외부 세계를 이해, 해석, 대변하고, 외부 세계에 조직이라는 내부 세계를 소개해야 한다. 또 자신이 맡고 있는 기업이 지속 가능한 매출, 이윤, 총 주주 수익률을 얻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외부 세계에 반응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다.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일은 오직 CEO만이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바로 CEO를 제외한 나머지 조직 구성원들은 훨씬 더 세부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정해진 한 방향을 향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즉 영업 사원은 외부 활동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직원들은 모두 내부에만 집중한다. 내부와 외부를 아우르는 일은 정말이지 몹시 힘이 든다. 사실 양쪽 모두를 조화시키는 것보다 한쪽을 택하는 일이 훨씬 쉽다. CEO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기회를 찾아낼 수 있으며, 자신의 상사 또한 회사의 피고용인에 불과한 다른 직원들과는 달리 직접 결정을 내리고, 다른 직원들은 할 수 없는 어려운 요구를 할 수도 있다. CEO는 회사에서 정한 목표뿐만 아니라, 다양하며 때로는 상충되기도 하는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제시하는 지표 및 표준에 따라 회사의 성과 및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또한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일은 CEO가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바로 외부 세계가 없으면 내부 조직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게 CEO의 책임이자 유산이며, 내부에만 집중하는 행동은 성장의 적이라고 볼 수 있다. P&G는 46% 수준의 유기적인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며 10% 이상의 주당 순익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4%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려면, 유명한 세제 브랜드인 타이드와 비슷한 수준의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여야 한다. 6%의 성장률을 거두려면, P&G가 새로 시작한 남미 사업과 맞먹는 수준의 새로운 사업이 필요하다. 매년 이런 수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외부 이해관계자, 서로 상충되는 이해관계, 이들의 이해관계가 조직의 역량 및 한계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없다면 이 같은 목표는 달성할 수 없다.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는 것이 CEO의 역할이라면, CEO는 실제로 어떤 일을 해야 할까? 필자는 드러커의 주장을 바탕으로 CEO가 해야 할 근본적인 업무를 4가지로 요약해봤다.
 
의미 있는 외부 세계를 정의하고 해석하는 일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 다음 질문에 끊임없이 답하는 일(이 조직은 어떤 비즈니스에 속해 있으며, 이 조직과 상관없는 비즈니스는 무엇인가?)
지금 당장 실현할 수 있는 높은 수익률과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투자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일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관과 기준을 만들어 나가는 일
 
CEO가 해야 할 일을 이처럼 간단하고 명료하게 설명할 수는 있다. 하지만 CEO가 해야 할 일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힘이 드는 만큼, CEO의 일 자체가 위의 설명만큼 간단하지는 않다. 또한 CEO는 자신만의 고유한 업무라고 보기 힘든 일에 개입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의미 있는 외부 세계를 정의하라
정보기술(IT) 업계의 호황과 더불어 몇 년 동안 상승세가 이어지자, P&G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졌다. 직원들이 오랫동안 내부적인 문제에만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내부 조직과 P&G의 성과가 가장 큰 의미를 지니는 세계를 정의할 필요성을 느꼈다. “어떤 외부 세력이 가장 의미가 있으며, 어떤 결과가 가장 중요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바로 CEO만이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중요성을 평가하는 시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CEO는 조직 내부에 대해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을 뿐만 아니라, 외부 세계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위치에 있기도 하다.
 
드러커는 비즈니스의 목적이 고객을 창출해내는 것이라고 기록했다. P&G의 목적은 매일 더 많은 브랜드와 상품을 선보여 더 많은 고객의 삶을 개선하고 감동을 주는 것이다. 조직 내외부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바로 고객이다.
 
고객이 왕’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현재 P&G가 그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2000년에도 P&G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P&G는 고객이 왕이라는 명제에 걸맞게 행동하지 않았다. 필자는 P&G의 전무이사였던 1998년 고객 및 시장에 대한 데이터가 전무했던 아시아에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한 후 본사로 복귀했다. 이때 P&G가 고객이 왕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에 걸맞게 행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한층 분명해졌다. 예를 들어 중국 소비자들에 관한 데이터를 얻으려면, 직접 고객이 모여 있는 곳으로 찾아가 어느 곳에서 물건을 사는지 관찰할 수밖에 없었다. 필자는 미국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에 위치한 P&G 본사로 돌아와 사무실 복도를 걸으면서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들러붙어 있는 직원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또 직원들과 사내 회의를 하는 데 하루 일과 중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할애되고 있는지를 깨닫고서는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한마디로, 고객과 직접 접촉하지 않고 있었다. P&G는 엄청난 압박감이 존재하는 시장 상황을 무시한 채, 고객이 원하지도 않는 의견을 내놓고, 고객이 지불하지 않아도 될 비용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필자는 어느 곳에서든 ‘고객이 바로 상사’라는 간단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매일같이 두 차례의 결정적 순간이 닥칠 때, 고객이 생각하는 가치 방정식에서 우위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했다. 첫 번째 결정적인 순간은 바로 고객이 매장에서 물건을 고를 때 다른 제품이 아닌 P&G의 제품을 집어 드는 순간을 뜻한다. 두 번째는 그 물건을 구매한 당사자, 혹은 가족이 제품을 사용할 때 그 제품이 즐겁고 인상적인 경험을 주는지, 그렇지 않은지가 결정되는 순간이다. 필자는 출장을 갈 때마다 소비자의 생각을 파악하기 위해 집을 방문하거나 매장을 찾는다. P&G에서 운영하는 사무실과 혁신 센터에서는 소비자들이 직원들과 함께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데 동참한다. P&G 직원들은 며칠 동안 저소득층 소비자들과 함께 생활하기도 하고, 소득 수준이 낮은 동네 매장에서 직접 물건을 팔아보기도 한다. P&G 본사 건물에는 전 세계 곳곳에서 P&G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일상생활을 담고 있는 사진들과 현지 예술가들의 그림 1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이 모든 노력들은 P&G 직원들이 회사에서 일하는 두 차례의 결정적 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물론 소비자가 P&G의 가장 중요한 외부 이해관계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소매 고객, 납품업체, 투자자, 주주 등도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0여 년 동안 P&G는 자사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소매 고객 및 납품업체들과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왔다. 사실 이들과의 관계는 오랜 기간 거래 관계, 즉 한쪽이 이기면 다른 한쪽은 손해를 보게 되는 협상 관계로 이어져왔다. 하지만 2000년부터 이 관계를 윈윈하는 파트너 관계로 바꿔 나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우리는 공동의 비즈니스 목표와 계획에 주력해왔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공동 가치 창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런 방안들이 그리 온화하지만은 않고, 아무런 근심 걱정 없는 관계를 뜻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 방안들은 매분기, 매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는 매출과 이윤,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행동 방안이라고 볼 수 있으며, 양측의 리더가 결과에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우리의 공동 비즈니스 계획은 효율성이 높은 편이다. 그 이유는 바로 소비자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가장 중요하게 여기므로, 소매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한층 더 뛰어난 가치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파트너 관계가 좋은 이유는 지속적으로 흔들림 없이 사업을 꾸려 나가는 데 도움이 되고 재정적인 성과도 좋기 때문이다. 매년 소매업체와 공급업체가 선정하는 제조업체 선호도 순위를 보면, P&G가 파트너로서 인기가 많음을 알 수 있다.
 
P&G는 또한 분석가 및 투자자들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원하는지 이해하고, 이들에게 P&G의 장기 목표 및 전략을 가능한 간단하고 명료하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이해관계자들도 물론 소비자의 일부이며, 때때로 P&G의 브랜드를 혁신하는 데 직접 참여하는 경우도 있었다. 2000년 이후 P&G의 시장 총 주주 수익률은 S&P 500이나, 다우존스 평균 주가에 상장돼 있는 기업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해오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P&G는 예상보다 일찍 유기적인 성장, 주당 순이익, 사용 가능한 현금 흐름 목표를 달성했다.
 
직원이라는 이해관계자를 생각했을 때, 필자는 P&G의 직원들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이 없었다면 P&G의 숱한 브랜드는 탄생할 수 없었고, 혁신도 없었으며, 파트너 관계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외부 이해관계자, 특히 소비자보다 직원을 우선시하면 외부가 아닌 내부에 한층 더 집중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물론 이론의 여지는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그렇게 된다). P&G 직원들은 회사에서 제시하는 목적에 고무되며, 자신들이 직접 소비자의 삶에 감동을 주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의욕을 느낀다.
 
우리는 외부 세계에 대한 한층 명확한 관점을 바탕으로 가장 중요한 결과가 무엇인지 정의 내려야 했다. 다른 영리 단체들과 마찬가지로 P&G도 달성하고자 하는 재무 목표가 있다. 하지만 P&G 직원 99%가 업무를 진행하고 매일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사업부 차원, 제품 카테고리 차원, 브랜드 차원, 국가 차원, 소비자 차원에서 P&G 직원들은 재무 목표가 아닌 소비자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과연 첫 번째 결정적 순간에 매장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가? 소비자들이 P&G 제품을 사용할 때 찾아오는 두 번째 결정적 순간에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가?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소비자가 P&G 제품을 산 다음 평생 동안 그 제품을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다. 더욱 많은 소비자들이 P&G 제품을 구매하고 단골 고객이 되면 그만큼 P&G의 비즈니스 모델은 발전하게 된다.
 
예를 들어 P&G 직원들은 바닥 청소용 제품인 스위퍼가 나온 후 10년 동안, 연간 전체 미국 가구 중 15%만이 이 제품을 구입하고 사용했을 뿐 나머지 85% 고객의 관심은 끌어내지 못했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스위퍼를 산 고객들은 대부분 무척 마음에 들어 했으며, 그중 상당수가 꾸준히 스위퍼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스위퍼 사업부 관리자들은 지금껏 스위퍼를 접해본 적이 없는 고객의 관심을 유도해 매출을 올리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바로 의미 있는 외부 세계를 내부와 연결하기 위한 P&G의 노력이다. P&G는 프레더릭 라이히헬드 박사가 개발한 고객 충성 지수(Net Promoter Score·NPS)와 함께 직접 개발한 브랜드 자산 측정 기법을 사용해 고객의 행동 패턴 및 그 이유를 분석하며, 관리자 및 중역들에게 고객 행동을 분석할 책임을 맡긴다.
 
의미 있는 외부 세계를 명확하게 정의한 결과, P&G는 2000년 당시 전 세계 60억 명의 소비자 중 20억 명에게 자사 제품을 하나 이상 팔 수 있었다. 2009년 현재 P&G는 전 세계 67억 명의 소비자 중 35억 명에게 자사 제품을 하나 이상 판매하고 있다. 더 많은 고객에게 감동을 주고, 더 많은 고객의 삶을 개선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P&G의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수많은 내외부의 이해관계자들이 중요한 요구사항을 갖고 있는 만큼, 외부 이해관계자의 우선순위를 명료하게 정의하고 전달하는 과정은 결코 끝이 없다. 필자는 그중 어떤 것도 외면하고 싶지 않다. 요구사항이 서로 상충된다면 고객에게 좀더 유리한 방향으로 그 문제를 풀어 나갈 것이다.
 
어떤 비즈니스를 할지 결정하라
CEO의 두 번째 임무는 승리를 점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분야를 찾아내는 것이다. 드러커는 이렇게 얘기했다. “CEO의 첫 번째 임무와 마찬가지로 중요하면서도 CEO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 바로 어떤 비즈니스를 할 것인지, 왜 그 비즈니스여야 하는지, 어떤 비즈니스를 택하지 말아야 할지, 왜 그건 안 되는지 결정하는 것이다.”
 
고객이 상사’라는 첫 번째 결단을 내린 후, 2000년에 P&G가 내린 두 번째로 중요한 결정은 바로 P&G에 승산이 있는 사업 부문과 그렇지 않은 부문을 결정하는 일이었다. 우선 다양한 요인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당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요인들은 바로 P&G가 속해 있거나, 혹은 앞으로 진출하기 위해 고려하고 있는 비즈니스의 구조적인 매력도 경쟁업체와 비교했을 때, P&G가 해당 시장에서 우위를 갖고 있는지 여부 고객에 대한 이해, 브랜드 구축, 혁신, 시장 진출 역량, 세계 시장에서의 활약상 등 P&G의 핵심 역량 및 강점이 전략적으로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 여부였다.
 
분석을 통해 P&G가 핵심 역량을 갖고 있는 부문이 세탁용품, 기저귀, 여성용품, 두발 관리용품 등이라고 정의한 다음, 이 부문들을 바탕으로 P&G의 성장을 도모하기로 했다. 2000년 당시 P&G는 이미 매출 규모나 시장점유율로 볼 때 이 사업 부문들에서 세계 1위를 확보하고 있었다. P&G의 핵심 제품 기술 및 핵심 강점들은 이 사업 부문들의 경쟁 우위와 관련됐으며, 이 제품들은 할인점, 약국, 식료품점 등 P&G의 핵심 유통 경로를 통해 판매되고 있었다. 2000년까지만 해도 P&G는 이 사업 부문들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으며 새로운 부문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가정에 따라 새로운 투자를 하지 않고 가능한 많은 돈을 버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필자는 재무 자료를 분석하고 소비 패턴과 시장 트렌드를 관찰한 끝에, 비록 이 부문들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성장 기회가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이 같은 판단을 바탕으로 간단한 계산을 해봤다. 우선 전 세계에서 세탁기를 사용하는 전체 가구 수와 각 가정에서 매주 세탁기를 사용하는 횟수를 분석했다. 그 결과 브랜드 및 제품 혁신을 통해 P&G의 세제 브랜드 타이드와 아리엘을 얼마든지 더 키워 나갈 수 있을 거라고 결론 내렸다. 2000년 이후 P&G 4대 핵심 비즈니스는 P&G 전체 매출 성장의 58%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P&G는 3가지 이유를 바탕으로 미용용품 및 개인 생활용품 시장에 좀더 적극적으로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미용용품과 개인 생활용품이라는 제품 카테고리는 자본 집약도가 낮고, 마진이 높으며, 상대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비즈니스인 만큼 구조적인 매력도를 원하는 P&G의 기준에 들어맞았다. 둘째, 이 두 제품 카테고리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하는 브랜드 구축 및 혁신 기회를 제공하며 할인매장, 약국, 식료품점 등 P&G의 기존 유통 경로를 통해 판매할 수 있어 P&G의 강점과도 잘 어울렸다. 마지막으로, 한층 어릴 때부터 미용용품 및 개인 생활용품을 사용하고, 평생 동안 더 많은 관련 제품을 사용하며,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사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인구통계 자료를 근거로 이 결정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섰다. 2000년부터 2008 회계연도까지 미용용품 및 개인 생활용품 부문이 P&G 전체 성장의 49%를 차지했다. P&G가 클레롤, 웰라, 질레트 등 관련 기업을 인수한 것도 한몫했다. 인수합병(M&A)을 제외한 순성장을 나타내는 유기 성장률도 두 자릿수를 보였다. 2009년 현재 팬틴의 연간 순매출은 30억 달러 수준, 올레이의 연간 순매출은 20억 달러 수준이다.
 
우리는 저소득층 소비자들과 개도국 시장에 좀더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결정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인구통계 데이터였다. 데이터를 살펴보니 개도국에서 더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으며, 더 많은 가구가 형성될 뿐 아니라, 소득 수준도 더욱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었다. 이를 토대로 저소득층 및 개도국 소비자들에게 각종 가정용품 및 개인 생활용품을 판매할 기회가 훨씬 더 크다고 판단했다. 중국과 중부 유럽, 동유럽 시장이 모든 업체에 동시에 시장을 개방한 점을 감안할 때, 이 시장에서는 공평한 경쟁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볼 수 있다. 2000년 이후 P&G 전체 매출 중 개도국 시장에서 올리는 매출 비중이 21%에서 31%로 늘어났으며, 전체 매출 증가분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드러커의 질문 중 앞부분, 즉 ‘어떤 비즈니스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되뇌며 이 부분만큼 중요한 질문의 후반부, 즉 ‘어떤 비즈니스를 택하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기업 전체를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CEO만이 이처럼 어려운 선택에 답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바로 CEO가 아닌 리더들은 대부분 성장 기회가 있을 때 의욕을 느끼는 탓에, 자신이 속해 있는 비즈니스를 폐쇄하거나 매각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하기를 극도로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기업 전체를 생각했을 때 전략적으로 도움이 되건 그렇지 않건 무작정 비즈니스를 정상화하려고 노력하는 경우도 많다.
 
택하지 말아야 하는 비즈니스가 무엇인지를 알고자 할 때에도 구조적인 매력도, 핵심 역량, 경쟁에서의 입지, 인구통계 자료, 세계화 및 성장 기회 등 어떤 비즈니스를 할지를 파악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준을 바탕으로 철저히 평가해야 한다. P&G는 크리스코(쇼트닝), 지프(땅콩버터), 폴저스(커피) 등의 관련 브랜드를 스머커에 매각하는 등 전략적으로 그다지 도움 되지 않는 식품 및 음료 비즈니스를 모두 접었다. 뿐만 아니라 코미트(화장실 청소용 세제), 녹스지마(클렌징크림) 등 브랜드 파워가 약한 가정용품 및 미용용품 브랜드도 매각했다. 현재 제약 비즈니스 또한 매각 계획이 있다.
 
어떤 비즈니스를 포기할지 결정하려면, 끊임없이 불필요한 비즈니스를 찾아내고 처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산 처분은 추가로 자산을 인수하는 것만큼 매력적인 일은 아니지만, 인수 못지않게 중요하다. 드러커는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CEO가 되면 ‘포기해야 하는 비즈니스는 무엇인가?’와 ‘어떤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가?’라는 2가지 결정뿐 아니라 회사의 모든 일, 기타 모든 결정을 직접 내려야 한다.”
 
드러커는 단기적인 우선순위와 장기적인 우선순위 사이의 긴장을 해결하는 문제는 기업의 탄생과 함께 생겨난 숙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님을 일깨워줬다. 그는 이런 얘기를 남겼다. “CEO는 현재의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률과, 알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으며 불확실성이 높은 미래 투자 간의 적절한 균형에 관한 결정을 내린다. 이것은 ‘사실’에 근거한 결정이라기보다 판단에 가깝다.”
 
현재와 미래의 균형을 맞춰라
필자는 드러커의 설명을 조금 변형해 ‘미래에 투자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지금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싶다. CEO는 기업의 장기 성과에 책임을 지는 동시에 내외부인의 이해관계를 모두 파악할 수 있는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이므로, 현재와 미래 사이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낼 수 있는 유일한 위치에 있다.
 
현재의 활동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과, 불확실성이 높은 미래 투자 사이에 놓여 있는 최적의 균형점을 결정하는 일은 CEO에게 요구되는 가장 위험한 선택이기도 하다. 현재와 미래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분석뿐 아니라 CEO의 뛰어난 판단력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은 단기 성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항상 현재에 충실하고자 하는 욕구를 느끼기 마련이다. 1년 내지 2년이라는 시간보다 더 긴 기간을 바라보며 기업에 많은 투자를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금융위기와 세계적인 불황의 한가운데 서 있는 요즘에는 그 어느 때보다 CEO들이 이번 주, 이번 달, 이번 분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당장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CEO들은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와 연구개발(R&D) 혁신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는 등 중장기 성과를 위한 투자를 대폭 삭감하기도 한다.
 
처음으로 CEO를 맡아보는 사람들은 특히 장기적인 미래를 좀더 중시하는 결정을 내려본 경험이 거의 없다. CEO 자리에 앉기 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몇 달간의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뿐이다. 10년, 혹은 그보다 더 먼 미래를 고려해 내린 결정에 따라 진로가 정해지는 경험을 해볼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즉 CEO가 되기 전에 장기 성장에 도움이 되는 투자 결정을 내리기 위한 직감을 충분히 연마할 만한 기회가 없었다. 이런 본능, 혹은 직감은 직접 의사결정을 내리는 훈련을 통해 키울 수 있다. 필자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현재와 미래 간의 균형을 맞추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몇 차례 중요한 결정을 직접 내려봐야 한다.
 
첫 번째 선택은 현실적 성장 목표 세우기다. P&G에는 내부에서 정한 지나치게 높은 목표를 대외적인 약속으로 여기는 풍토가 있었다. 기업이 비현실적인 성장 목표를 추구하기 시작하면,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투자할 여력이나 유연성이 좀처럼 생겨나지 않는다. 대신 다음 분기 실적을 이번 분기로 끼워 넣는 등 미래의 성장을 담보로 현재의 성장세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 결과 자원은 물론, 향후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 또한 점점 줄어들게 된다.
 
P&G의 장기 목표를 세우기 전, 필자는 단기간에 성취하기에 ‘충분히 적절한’ 수준의 목표가 무엇인지 결정해야 했다. CEO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필자는 P&G의 목표를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투자자들은 이전보다 목표가 낮아진 만큼 훨씬 실현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우리 회사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올바른 결정을 했음을 인정해줬고, 그 덕에 주가가 8% 이상 올랐다. 목표 성장치를 넘어서는 경우가 종종 생겼지만, 합리적인 수준을 넘어 목표를 잡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굳건히 이겨냈다.
 
두 번째 선택은 탄력적인 예산 수립 과정 만들기다. P&G는 탄력적인 단기 목표와 지속 가능한 장기 목표를 제안하는 순환 예산 전망 방식을 사용한다.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매출 및 이윤 성장, 운영 기준 총 주주 수익률(현금 흐름 투자수익률)을 바탕으로 각 사업부가 어떤 전략적 역할을 맡아야 할지를 명확하게 제안한다. 다시 말해 모든 사업부에 똑같은 목표를 적용하지는 않는다. 뿐만 아니라 성장 속도가 더딘 사업부라고 해서 반드시 성장 속도가 빠른 사업부에 비해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각 사업부가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한, 얼마든지 회사 전체를 대상으로 설정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P&G는 단기 목표, 중기 목표, 장기 목표가 서로 보완되도록 진행 기간이 35년에 이르는 프로그램에서부터 1015년에 이르는 프로그램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다양한 혁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P&G가 예산을 세울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바로 비즈니스 관리 주기다. P&G는 단기 목표를 이행하고, 중기 목표에 따라 투자를 하고 계획을 세우며, 장기 목표를 위해 실험적인 투자를 한다. 예를 들어 P&G는 지난 20년 동안 경제적인 세탁용 세제에 많은 투자를 했다. 그 덕에 소비자들이 원하지도 않고 환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포장을 줄이는 동시에, 주기적인 제품 혁신이라는 목표도 달성할 수 있었다. 물론 장기 목표를 위해 투자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P&G의 고농축 액체 세제는 대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세탁 과정을 간소화해주는 알약 형태의 세제 개발 프로젝트는 엄청난 금액을 투자했음에도 기대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 과정을 통해 소비자들은 옷의 질이나 오염도에 따라 1회 세탁 때 필요한 세제의 양을 직접 조절하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장기 목표가 정해지면 그 목표에 맞춰 중기적으로 중요시해야 할 우선순위가 정해지고, 다시 매년 달성해야 하는 단기적인 결과도 영향을 받는다.
 
세 번째 선택은 현재와 미래에 중요한 인재를 찾아내고 양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인적 자원 배치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드러커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능력 있는 CEO라면 우수한 인재를 ‘문제’ 해결을 위해 활용하기보다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일에 배치해야 한다. 또한 인재들을 자신의 강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곳에 배치해야 한다.”
 
전략적으로 인재를 배치하려면 현재 상황을 고려해야 할 뿐 아니라,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사업을 위해 리더들이 어떤 역량 및 경험을 갖추어야 할지를 예측해야 한다. 따라서 전략적 인재 배치는 CEO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미래의 리더가 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CEO가 직접 참여하는 것만큼 도움이 되는 방법은 없다. 필자는 P&G 최고의 인재 500명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으며, 각 사업부의 사장 혹은 부서장이 될 잠재력 있는 150명의 직원들을 훌륭한 리더로 양성하기 위해 직접 관여하고 있다. 필자는 최소한 1년에 한 번 이상 우수 인재들의 경력 개발 계획을 살펴보고, 이들의 강점 및 약점을 평가하며, 회의나 오찬 및 회사 차원의 행사가 있을 때 우수 인재들을 전면에 배치한다. 필자가 P&G의 CEO로서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해나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잘해내고 있다면 아마 P&G의 장기적인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 계속 노력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치관과 기준을 정하라
가치관은 곧 기업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행동 지침이라고 볼 수도 있다. 가치관이 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 가치관은 그럴듯하기는 하지만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기준은 기대와 관련된 것으로 의사결정에 도움을 준다. 기준은 가치관을 평가하는 잣대이기도 하다. 드러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CEO는 조직의 가치관과 기준, 윤리관을 세우는 사람이다. 즉 회사를 제대로 이끌어 나갈 수도, 잘못 인도할 수도 있다.”
 
CEO의 네 번째 임무는 변화와 경쟁 상황을 고려해 조직의 가치관을 해석하고 기준을 정의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P&G의 CEO를 맡은 후 첫해 동안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임무이기도 하다. 물론 그보다 앞서 목표를 세우긴 했지만, 가치관을 해석하고 기준을 정의하는 것이 전략 수립보다 중요하다고 여겼다. P&G 직원들은 가치관에 따라 목표에 맞게 행동한다. P&G의 핵심 목표 및 가치관 등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대상에 집중했더니, 다른 조직에서라면 상당히 급진적인 변화라고 여겨질 수 있는 것들을 요구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하지만 신뢰, 승리를 향한 열정 등 여러 세대에 걸쳐 P&G를 이끌어온 가치관들을, 좀더 외부 세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현재와 미래에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고쳐 나가야 한다는 문제에 부딪혔다.
 
필자는 세월이 흐르면서 P&G의 가치관이 고객의 요구보다는 직원들의 요구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쪽으로 변해갔고, 그 결과 내부 지향적인 성향을 띠게 됐음을 깨달았다. 지금의 P&G는 외부 세계를 한층 더 중요하게 여기는 방식으로 가치관을 해석하고 있다. 과거에는 신뢰라고 하면 P&G가 평생직장을 제공해줄 거라는 직원들의 믿음을 뜻했다. 하지만 우리는 신뢰를 P&G의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 및 장기적인 투자 대상으로서 P&G라는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로 다시 정의했다. 뿐만 아니라 이전에는 승리를 향한 열정이라는 게 사내 경쟁의 문제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열정을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고 소매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으로 다시 정의했다.
 
외부 세계의 요구에 맞춰 가치관을 해석하고 나서 P&G의 기준 또한 외부 세계의 요구에 맞춰 고쳤다. 기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면, 사람들은 결국 나름대로 정의를 만들어내게 된다. 그게 바로 인간의 본성이다. 자의적인 기준을 적용하면, 발전 사항을 평가할 때 내부 기준에 맞춰 점증적인 방식으로 평가를 한다. 예를 들어 “올해가 작년보다 낫다”는 식의 평가를 내린다. 기준을 다시 맞추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은 “가장 중요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으며, 가장 막강한 경쟁상대와 대결해 승리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상대와 가장 막강한 경쟁상대는 모두 외부 세계에 속해 있다.
 
우리는 외부 세계를 더욱 중시하기 위해 ‘각 사업부는 운영 총 주주 수익률을 기준으로 각 업계 내에서 3위 내에 포함돼야 한다’는 새로운 비즈니스 성과 기준을 세웠다. 운영 기준 총 주주 수익률은 매출 성장률, 마진 향상, 자산 효율성 등의 영향을 받는 가치 생성에 집중한다. 내부적인 측정 방법이라고 볼 수 있는 운영 기준 총 주주 수익률은 주식시장 총 주주 수익률과도 밀접한 관계에 있다. P&G에서는 여러 해 동안 운영 기준 총 주주 수익률을 중요한 지표로 사용해왔지만, 이 지표가 다른 업체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지는 않았다. P&G가 운영 기준 총 주주 수익률을 성과 측정을 위한 주요 지표로 활용하고, 이 지표를 중역들을 위한 보상과 연결시킨 덕분에 가치 창출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고방식이 생겨났으며, 주주의 관점이 중요한 비즈니스 결정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두 차례의 가장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구체화하기 위해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기준을 정의했다. 특정한 P&G 브랜드 혹은 제품을 구매하는 가구 수가 늘어나고 있는가? P&G 제품을 구매한 고객 중 똑같은 제품을 다시 구매하는 고객의 비율은 어느 수준인가? 소비자들은 P&G의 개별 브랜드가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는가? 소비자들은 최대 경쟁 브랜드들과 비교했을 때 P&G의 브랜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와 더불어 평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전략에 관해서도 명확한 기준을 세웠고, 그 결과 성공률이 2배로 높아졌다.
 
CEO는 자사의 목적, 가치관, 기준이 현재 및 미래와 동떨어지거나 자사가 속해 있는 비즈니스와 동떨어지지 않도록 신경써야 하는 특수한 입장에 놓여 있다. 또한 외부 세계를 중시하는 목적과 가치관을 유지하기 위해 개입할 수도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반드시 개입을 해야 한다.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려면, CEO는 가장 중요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가장 강력한 경쟁업체와의 대결에서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
 
다음은 피터 드러커의 저서 <21세기 지식경영(Ma- nagement Challenges for the 21st Century)>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누구도 변화를 관리할 수는 없다. 다만 변화에 앞서 대응할 수는 있다. 요즘과 같은 격변기에는 변화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변화는 고통스럽고 위험하며 무엇보다 엄청난 양의 강도 높은 노동을 요구한다. 하지만 변화를 선도하는 것을 임무로 받아들이지 않는 조직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외부 세계는 변화할 수밖에 없다. 종종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기도 하고, 가끔은 변화의 방향을 예측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어떤 상황이든, 내부 조직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CEO는 내부와 외부를 아우르는 통찰력을 지닌 유일한 사람이다.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기 위한 노력은 결코 끝이 없다.
 
CEO는 앞에서 언급한 4가지 임무를 수행하는 데 업무 시간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CEO들이 더 많다. 필자는 필요 이상으로 내부적인 요구에 많은 관심을 쏟으며, 내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중력장과 끊임없이 싸운다. 하지만 필자는 매일매일 선택과 행동을 통해 CEO가 알려주지 않는 한 나머지 조직 구성원들은 결코 알아낼 수 없는 외부 세계의 시각을 전달하는 것이 CEO에게 요구되는 진정한 역할이자, CEO만이 할 수 있는 일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HBR TIP] CEO가 해야 할 4가지 임무
 
CEO는 외부 세계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실제 업무에 접목할 수 있다. 이런 노력이 결국 외부 세계와 내부 조직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이와 관련된 CEO의 4가지 임무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1. 의미 있는 외부 세계를 정의하라 모든 외부 이해관계자 중 누가 가장 중요한 존재인가? 어떤 결과가 가장 의미 있는가?
 
사례: P&G 직원들은 고객이 곧 우리의 상사라고 생각한다. 고객이 없으면 P&G도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에게 가장 의미 있는 결과는 두 차례에 걸친 결정적 순간에 탄생한다. 첫 번째는 매장을 찾은 고객이 다른 회사의 제품을 제쳐두고 P&G의 제품을 집어 드는 순간이다. 두 번째는 그 물건을 구입한 당사자나 가족이 집에서 그 제품을 사용하는 순간을 뜻한다. 다른 외부 이해관계자들도 중요한 요구사항을 갖고 있겠지만,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경우라면 P&G는 가장 중요한 외부 관계자, 즉 고객의 입장에 유리한 쪽으로 문제를 풀어 나간다.
 
2. 어떤 비즈니스를 할지 결정하라 승리를 원한다면 어떤 사업을 해야 하는가? 어떤 사업에 뛰어들어서는 안 될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철저한 평가와 토론을 통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이 질문과 관련된 어려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회사 전체를 아우르는 넓은 시각을 가진 CEO밖에 없다.
 
사례:우리는 P&G의 핵심 사업 부문인 세탁용품, 기저귀, 여성용품, 두발 관리용품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이 부문에서 P&G는 이미 세계적 선두업체로 자리매김했을 뿐 아니라, P&G가 가진 핵심 역량과 전략적으로 맞아떨어지기도 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 부문의 경우도, 사업 자체를 매각하는 것은 합병보다 더 못한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불필요한 사업을 처리하는 것은 경쟁력 있는 부문에서 합병을 추진하는 것만큼 중요하며, 어떻게 보면 한층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P&G는 세계적 브랜드를 키워 나가려는 회사의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땅콩버터 브랜드 지프를 포기했다. 미국인들만이 땅콩버터를 먹는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3. 현재와 미래의 균형을 맞춰라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을 잡는 법을 배우려면 단순히 지식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경험과 판단력이 필요하다. 제대로 균형을 맞추려면 먼저 현실적인 성장 목표를 세워야 한다. 즉 단기간 내에 달성하기에 ‘충분히 적절한’ 목표가 어떤 것인지 결정하는 게 장기적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추진력을 얻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CEO가 리더십 개발에 몸소 참여하는 게 회사의 미래에 장기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사례: P&G 직원들은 도전적인 내부의 목표를 대외적인 약속으로 여겼다. 필자는 P&G의 CEO가 된 직후, 목표 달성이 좀더 현실적인 일이 될 수 있도록 P&G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수치를 낮췄다. 물론 월가에서 반길 만한 결정은 아니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었다. 또한 조직 개발을 위해 필자는 각 사업부 혹은 기능 부서의 최고 책임자가 될 자질을 갖춘 약 150명의 우수 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경력 개발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오고 있다. 이들이 바로 P&G의 미래다.
 
4. 가치관과 기준을 정하라 기업이 갖고 있는 가치관은 그 기업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행동 지침이 되기도 한다. 시장에서 승리하고 싶다면, 의미 있는 외부 세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현재와 미래에 모두 도움이 되는 가치관을 갖고 있어야 한다. 기준은 기대에 관한 것으로, 외부 세계에서 승자가 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정의해준다. 가치관과 기준을 정립하고 싶다면 다음 2가지 질문, ‘가장 중요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가?’ ‘가장 막강한 경쟁상대와의 대결에서 승리하고 있는가?’에 답해야 한다.
 
사례: P&G는 오래전부터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정립해두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P&G의 가치관은 점점 내부 지향적인 성격을 띠게 됐고, 직원들의 요구를 고객의 요구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일이 많아졌다. 필자가 P&G의 CEO가 된 이후, 직원들이 모두 힘을 합쳐 외부 세계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을 재정립해 나갔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신뢰란 곧 P&G를 평생직장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직원들의 기대를 뜻했다. 하지만 이제 신뢰는 P&G가 선보이는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뜻한다. 가치관과 더불어 P&G의 기준 또한 외부 세계를 중시하게 됐다. 우리는 P&G 제품을 구매하는 가구의 비율을 나타내는 ‘가구 침투율’과 P&G 제품을 한번 사용한 이후 지속적으로 구매하는 단골 고객이 된 소비자의 비율을 뜻하는 ‘고객 충성도’ 등을 중요한 지표로 여긴다. 바로 이런 방법으로 우리는 가장 중요한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분석한다. 뿐만 아니라 최고의 경쟁상대를 대상으로 승리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 위해 P&G의 성과를 최대 경쟁업체들의 성과와 비교한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A G 래플리는 미국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에 위치한 P&G의 회장이자 최고경영자(CEO)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5월 호에 실린 A G 래플리 P&G 회장의 글‘What Only the CEO Can Do’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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