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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에게 리더가: 백진기 한독 대표이사

“피드백 핵심은 ‘뭘 해야 할지’가 아닌
‘뭘 안 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것”

김윤진 | 394호 (2024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리더는 전 직원이 만족하는 회사가 아니라 인재가 만족하는 회사, 전 직원의 퇴직률이 낮은 회사가 아니라 인재 퇴직률이 낮은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 저성과자도 적당히 다닐 만하고 무임승차자, 회사의 자원을 도둑질하는 사람에게 관대한 회사가 되면 중간성과자들이 저성과자의 행동을 따라 할 유인이 생긴다. 인재에게 차별화된 보상을 주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세심하게 살피고 맞춰주는 회사가 돼야 중간성과자들이 동기부여를 받아 전체의 성과가 올라간다. 좋은 리더는 이런 인재들, 그리고 인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인정받는다는 기분을 느끼고 목표를 완수하도록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하고 수다스럽게 1대1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이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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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설립된 제약회사 ‘한독’의 70년 역사는 파란만장하다. 1964년 독일 제약사 훽스트의 투자를 받아 처음 합작회사가 된 이후 파트너사가 프랑스 제약사와의 잇단 M&A를 겪으면서 다국적 제약사 아벤티스로, 사노피로 바뀌어 왔다.1 2012년 독자 경영의 길로 들어선 뒤로도 이스라엘 제약사 테바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케토톱으로 유명한 태평양제약의 제약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도 하며 변화를 거듭했다. 회사가 늘 국적을 뛰어넘는 수많은 인력의 중첩과 재배치, 조직문화의 충돌과 융합 등 어지러운 구조조정 소용돌이 한복판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히 그 중심에는 HR(인적자원) 관리가 있었다.

격랑의 시기를 거치는 동안 1984년 한독 인사과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40년간 한독과 한독-사노피-아벤티스 인사 담당 임원을 지내고 대표이사 자리까지 오른 백진기 대표는 현장에서 이 모든 풍파를 겪어낸 인물이다. 인사, 조직, 교육 및 노무 관리 한 우물만 판 자타 공인 ‘사람 전문가’. 백 대표는 “이질적인 집단이 한데 모일 때 모두 저마다 원하는 게 다르기 때문에 한 명 한 명과 다 대화하면서 이해하고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라면서 “HR은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없으면 버틸 수 없는 3D 업무, 그중에서도 ‘더티잡(Dirty Job)’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잔잔한 회사에 다녔다면 겪지 못했을 경험들은 고스란히 그의 자산이 됐다. 백 대표는 “M&A만 족히 8~9번은 경험한 것 같다”면서 “대규모 구조조정 속에서 ERP(Early Retirement Program) 패키지를 통해 직원들을 떠나보내고 다시 뽑으면서 어떻게 하면 선택의 기로에서 직원들이 ‘한독에 남길 잘했다’고 말하는 회사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수없이 했다”고 밝혔다. 다국적 제약사는 ERP 조건이 좋다 보니 독일 훽스트가 2000년 프랑스 롱프랑-로라와 합병할 때는 롱프랑-로라의 직원 약 120명 중 40명만 남고 80명이 회사를 떠났다. 아벤티스가 2005년 사노피와 합병할 때도 사노피 직원 약 150명 중 절반이 나갔다.

이런 경험은 서구의 다양한 선진 인사 제도에 일찍 노출되는 기회로도 작용했다. 2000년대 초반 한국은 이제 막 호봉제를 논할 때부터 그는 이미 MBTI, 복리후생 카페테리아, 탤런트 매니지먼트,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 등 생소한 용어를 접하고 현장에 적용하면서 배울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렇게 변화의 최전선에서 회사의 정상화와 조직 안정에 기여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국내 제약업계 사상 처음으로 인사 출신 대표이사가 됐다. 영업 중심의 보수적인 국내 제약업계에서 인사 담당자가 수장의 자리에 오른 것은 국내사와 외국계를 불문하고 전례 없는 일이다. 숱한 사람들이 들고 나간 회사에서 40년간 ‘인사쟁이’로 살아온 백 대표로부터 사람의 성장을 돕는 일의 의미와 리더십에 대해 들어봤다.


요새는 이직을 유능함의 지표로 여기기도 하는데
신입사원부터 대표이사가 되기까지 한 회사에 몸담은 입장에서 이런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모든 직원이 한 회사에서 오래 근무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나도 제약이 아닌 전혀 다른 산업의 HR을 경험해 보고 싶어 회사를 떠나 2년간 KB생명 인사부장으로 일하다 돌아온 적도 있고 타사와 컨설팅사, 코칭경영원 등에서 강의나 코칭을 하면서 외부의 HR은 어떤지 두루 접했다. 다만 인사, 조직, 교육, 노무 관리 업무는 직무 특성상 직원들의 히스토리와 핵심 역량을 잘 알고 오래 보는 게 중요하다. 다국적 제약사 HR 디렉터들을 보면 2, 3년 단위로 연봉을 높여 가며 옮겨 다니는데 이는 인사를 단순히 ‘제도’로 보기 때문이다.

인사가 ‘사람’을 다루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개인적인 철학과는 맞지 않는 행태다. 지금은 거의 1000명에 달하는 한독 전 직원 이름을 외우는데 새로운 회사에 가서 전혀 모르는 직원들 이름과 그들의 프로필을 다시 익힐 자신이 없다. 인수합병(M&A) 이후 조직을 안정화하려는 기업에서 두 배 이상의 연봉을 제안받은 적도 있지만 이 같은 이유에서 한 회사에 있길 택했다.

다만 직무에 따라서는 이직이 더 나은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 제약사 연구소는 논문을 기반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탐색하는 기초 연구 부문과 이렇게 발굴한 후보물질을 신약으로 키우는 개발 부문으로 나뉜다. 그런데 한독의 연구개발(R&D) 역사가 길지 않아 신약 파이프라인이 앞 단계에서 막혀 있다 보니 뒤 단계 개발팀에 있는 연구원들은 손 놓고 역량을 썩히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에 답답해 하는 직원들이 개발 단계의 기회가 더 많은 제약사로 떠나곤 했는데 인사팀에서 이를 말리지 않았다. 그 대신 타사에서 개발 역량을 기르고 나중에 한독의 파이프라인이 성숙해 후속 단계로 진입했을 때 다시 돌아와 축적한 노하우를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직원이 퇴사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도, 회사가 받아주는 것도 생소하다.

한독에는 타사로 이직했다가 다시 돌아온, 소위 나 같은 ‘전과자’들이 정말 많다. 두 번 나갔다 돌아온 경우도 있다. 직원 교육에서도 자신의 노동시장에서 가치를 높이고 외부에서 시장가격을 확인해야 하고, 아무 곳에서도 원하지 않고 나의 기회 임금(opportunity wage)이 0이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자기 계발도, 외부 강연도 본인 연차를 쓰면 저지하지 않는다. HR의 역할은 이 높아진 기회 임금에도 불구하고 인재가 우리 회사에 남아야 할 이유와 가치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경쟁에서 지고 다른 회사의 조건이 객관적으로 좋으면 기꺼이 보내준다. 그리고 정말 인재라면 다시 돌아오길 원할 때 높아진 시장가격에 맞춰 대우하고, 이전에 회사에서 근무했던 기간을 근속연수에 합산해준다.

본인의 경력과 더 나은 처우를 생각해 떠나는 직원들은 많지만 한독의 강점은 조직문화다. 수평적이고 일하기 좋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과 독일 회사의 합작법인으로 출발해 외국인과 같이 일하다 보니 직급을 떠나 자기 목소리를 내는 문화가 일찍부터 정착돼 왔다. 임원들도 외국계 제약사 출신이 많아서 직원들과 밥을 먹고 싶으면 2~3주 전에 약속해 대기할 정도로 위계에 구애받지 않는다. 회사의 여성 비율이 45%이고 임원의 성비도 1대1이기 때문에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애초에 직원의 개념을 확장해서 패밀리 투어도 자주 하고 가족들을 자주 초대해서 그런지 직원이 퇴사하려고 하면 가족들이 ‘후회할지 모른다’며 만류한다.


인사 담당자가 대표직에 오른 것부터 회사가 HR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 같다.

회사의 정체성을 사람에서 찾고 있는 것 같다. 유한양행을 떠올리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창업주 유일한 박사의 경영 철학이 굳건한 브랜드 가치로 작용하고 있고, 동아제약은 박카스 같은 국민 제품이 브랜드의 얼굴이다. 이런 브랜드가 약하다 보니 한독은 핵심 자원이 사람밖에 없다. 마그네틱 효과라고도 하지만 뛰어난 인재 한 명이 다른 인재를 줄줄이 불러 모으고 회사의 부흥을 이끈 전례를 여러 차례 목격했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보고 회사를 계속 다니는 사람들이 생기는 반면 꼴 보기 싫은 사람 한 명이 모두를 쫓아내기도 한다. 가령 한독은 50년간 조인트 벤처 형태로 운영되다 보니 긴 호흡으로 추진해야 하는 R&D 부문이 상대적으로 약했다. 그래서 2006년 합작사인 사노피와 헤어질 결심을 처음 한 뒤 2012년 실제 독자 경영 노선에 접어들기 전까지 내부적으로 연구소를 제대로 키워 보기로 했다. 이때 당시 다국적 제약사에서 근무하던 한 내과 MD를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영입했는데 그 본부장이 업계의 유명한 인사들을 자석처럼 빨아들이면서 회사의 R&D 부흥기를 이끌었다. 반대로 그 사람이 떠나자 다른 인재들도 다 떠났다.

마찬가지로 MD&LS(Medical Device & Life Science)라는 부서가 있는데2 그 부서도 나머지 인력은 그대로 두고 2007년 헤드만 GE 출신으로 바꿨더니 200억 원짜리 비즈니스가 1000억 원이 됐다. 마진이 큰 대형 기기나 장비를 파는 것도 아니고 작은 시약을 파는 사업이었는데 이 리더가 굉장히 전략적이고 디테일한 방식으로 영업을 뛰면서 사원들을 진두지휘했다. 말단 직원들만 발로 뛰어서는 조직의 목표가 하나로 정렬되기가 쉽지 않은데 이 리더는 부서장으로서 어느 병원의 누구와 우리 회사의 누가 친한지 족보를 하나하나 꿰고 직접 도움을 요청하면서 가용 네트워크를 총동원하는 방식으로 영업망을 촘촘하게 짰다. 이렇게 리더가 나서니까 전 영업사원들이 혼연일치로 병원 하나하나 를 공략하고 이게 스노우볼 효과3 를 내면서 분기마다 사상 최고 성적을 냈다. 이분은 20년간 회사에 있었는데 인재의 중요성, 리더의 역할을 확실하게 회사에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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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더의 핵심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부지런히 피드백을 주는 리더가 책임감 있는 리더다. 반대로 피드백을 안 주는 리더가 최악의 리더다. 물론 지나치게 잦은 피드백은 잔소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경쟁사와 치열하게 교전 중인 현장에서 리더와 팀원이 눈만 봐도 서로 통할 정도로 기대치를 일치시켜야 한다. 농구든 축구든 사람들이 열광하는 경기를 보면 점수를 낼 때마다 전광판에 바로바로 표시되지 않냐. 그런 게 관객에게 희열을 준다. 예전에 한독, 사노피, 아벤티스가 합병되던 때 스티브 올드피드라는 영국인이 한국법인 사장으로 왔다. 나보다 10살이나 어렸는데 그는 그에게 보고하는 임원마다 스프링노트 한 권씩 만들어 해당 임원의 목표와 업무 현황을 빼곡히 기록하곤 했다. “미스터 백, 무슨 색을 좋아해”라고 묻더니 내가 보라색을 좋아한다고 하자 보라색 스프링노트에 내가 직접 세운 업무 KPI를 붙여 놓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 면담을 가졌다.

피드백의 핵심은 무엇을 해야 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안 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것인데 그는 내가 세운 목표 중 불필요해 보이는 것, 혹은 내가 하고 있는 일 중 목표와 무관한 것들을 바로바로 짚어줬다. 기록을 안 하면 목표나 성과를 부풀리기 쉽고, 지시를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무엇을 하기로 했는지 잊어버린다. 그런데 벤치마킹 포인트, 즉 기준점을 정할 때는 내 의견과 전문성을 존중해주되 이렇게 기록해 두니 일의 경중과 우선순위가 분명해졌다. 처음 3개월은 ‘나를 못 믿어서 일일이 적는 건 아닐까’ 의심했다. 하지만 관리자가 잘한 일은 실시간으로 인정해주고 안 해도 될 일을 없애 주니 오히려 일할 맛이 나더라. 이 경험을 통해 피드백의 힘이 직원의 역량 향상에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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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마다 평가 제도가 있는데 그게 곧 피드백 아닌가?


평가와 피드백은 다르다.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잘해야 하는 이유는 평가를 받았을 때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서로 놀라지 않기 위해서(no surprise)’다. 수시로 소통을 하고 내가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목표와 관련해 어떤 부분이 미흡하고 수정이 필요할지가 ‘기억’이 아닌 ‘기록’에 남아 있으면 평가는 사후적인 확인 절차일 뿐이다. 만약 평가를 받은 당사자가 결과에 납득하지 못하거나 의아해한다면 즉각 피드백이 원활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피드백은 목표의 완수를 돕기 위한 장치인데 뒤늦게 목표 달성 여부만 가지고 평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는 실시간 피드백을 제도화하기 위해 회사 시스템에 이 스티브식 ‘스프링노트’의 모듈을 탑재했고 리더 교육 때도 문서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직원이 스스로 KPI를 정해 시스템상에 올려 두고 관리자와 카톡처럼 채팅을 주고받으며 진행 상황을 기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인정 욕구가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 특히 회사에서는 직속 상사로부터 성과를 인정받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서로의 기대치가 너무 어긋나지 않도록 조율하면서 인정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어야 한다.


인재들이 왜 중요하고,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

글로벌 HR 컨설팅 회사 헤이그룹 리포트에 따르면 일 잘하는 직원과 일 못하는 직원의 생산성 차이는 영업사원의 경우 2.7배, 컴퓨터프로그래머는 6배, 리더의 경우 22배라고 한다. 구체적 수치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그 차이는 매우 크다. 인재들은 기본적으로 반응 속도나 일 처리가 빠르다. 책임감(responsibility)이 반응(response)과 능력(ability)의 합성어인 것도 책임감 있는 사람은 바로바로 지시한 걸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런 인재들에 대한 보상 패키지를 제대로 구축해 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맞춤형으로 듣는 테일러드 시스템(tailored system)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려면 결국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하인리히의 법칙 또는 1:29:300 법칙4 과 유사하게 인재가 떠나겠다고 사표를 던지기까지는 그전에 일어나는 말투의 변화를 비롯해 무수한 조짐들이 있다. 주로 이런 변화를 놓치고 제때 개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리더가 인재가 하는 일에 대해 잘 모르거나 아래 직원이 아니라 위의 상사만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복리후생이란 결국 이렇게 조짐이 있을 때마다 한 명 한 명 얘기를 들어주고, 그 사람이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사람과 만나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리더는 수다스러워야 한다. 한독은 20년째 ‘짱과의 점심’이란 제도를 운용하면서 회사의 오너부터 대표, 타 부서 임원 등 직원이 만나고 싶다고 신청하는 사람과는 100% 점심 식사를 할 수 있게 해준다. 역으로 상사가 먼저 격려가 필요해 보이거나 이상 조짐이 있는 인재와의 식사를 신청하기도 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면 직원마다 원하고 기대하는 게 다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탤런트가 원하는 게 연봉이든 넓은 주차 공간이든 가급적 맞춰줘야 한다. 증권업계에서 한양증권의 1인당 생산성이 상당히 높은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는데 이런 성과를 이끌고 있는 임재택 사장도 500명 전 직원과 1대1 대화를 한다고 한다. 조직의 가치와 비전을 정렬시키고 응집력을 키우려면 결국 1대 다가 아니라 리더가 직접 1대1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재와 반대로 저성과자 관리도 고민일 것 같다.

예전에는 전 사원이 일하고 싶은 회사가 좋은 회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다. 인재가 일하고 싶은 회사가 좋은 회사다. 이제는 전 직원 퇴직률이 아니라 ‘탤런트 퇴직률’만 관리한다. 회사에는 고성과자와 중간성과자, 저성과자가 있는데 무임승차하는 저성과자는 중간값을 깎아 먹는다. 우리 회사도 PIP(Performance Improvement Program)도 도입해보고 5년 이상 저성과를 낸 극소수는 업무에서 배제시키고 재훈련을 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는 아무도 저성과자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제 발로 나가는 일은 잘 없고 자르기는 더더욱 어렵다. 서울시 노동위원으로도 2010년부터 14년간 활동했지만 한국은 근로기준법이 강해 회사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이렇게 저성과자를 내보내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PIP를 적당한 긴장감을 주는 용도로 활용하되 결국 앞서 말했듯 고성과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고성과자의 만족도를 최우선으로 하면 중간성과자들이 고성과자를 벤치마킹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결과적으로 전체의 70~80%가 성과를 낸다. 그런데 저성과자도 적당히 다닐 만한 회사가 되고 똑같은 월급을 받는 무임승차자가 많아지면 중간성과자가 보너스 조금 포기하고 저성과자들을 따라가는 게 더 편하다는 점을 깨우친다. 그래서 회사의 (근무)시간, 돈, 물품, 정보를 훔치는 절도 행위에 절대 관대해져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한독은 거주지에서 떨어진 지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위해 가족과 왕래하는 교통비 등을 부담해주는데 이 ‘가족 상봉비’ 혜택을 악용해 수천만 원에 달하는 돈을 떼먹은 직원도 봤다. 이런 도둑질은 반드시 색출해 토해내도록 해야 한다.


인사 전문가가 대표직에 올랐을 때의 이점이 무엇인 것 같나?

대부분의 커머셜 영업 총책들을 보면 외부에서 영입한 리더들이 많다 보니 내부 직원들을 한 명 한 명 잘 모르고 자기 색깔을 입히려 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페인트를 가져와 뿌리듯이 외부에서 일하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려 한다. 그런다고 색이 스며드는 게 아니다. 인사 담당자가 리더가 됐을 때 좋은 점은 직원들의 입사 시점부터 현재까지의 이력과 장단점을 꿰고 있기 때문에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할 수 있고 직원들의 신임을 얻을 수 있는 점이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직원들이 따르지 않으면 소용이 없지 않나. 비즈니스 감각이나 연구, 영업 등 특정 기능에 대한 이해는 부족할 수 있어도 결국 조직의 생산성은 사람이 만들어 내기 때문에 요직에 적합한 사람을 꽂을 수 있는 리더가 특정 조직만 보는 리더보다 낫다고 본다. 개별 직원 입장에서도 ‘리더가 날 알고 있다’라는 느낌을 받는 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모두를 알고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것도 많다. 가령 지금의 대표직에 오르기까지 두 번 승진을 거부한 적이 있다. 처음 이사 승진을 고사했던 이유는 노조와 협상한 직후에 담당자가 승승장구하면 반대편 노조 입장에서 내가 사측의 이익만 챙겼다는 신호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노조도 협상을 통해 이긴 기분을 느껴야 하는데 내가 보상을 받으면 윈윈이 아니라 ‘윈-루즈(win-lose)’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어 다음 협상에서 말발이 서지 않는다. 그다음으로 2012년 부사장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도 주변에 승진에서 밀리고 고배를 마신 동료들이 많았을 때였는데 나만 승진하면 조직 전체 분위기에 좋지 않다고 생각해 1년을 고사했다.


MZ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임원 승진이나 회사에 오래 다니는 것을 바라지 않아 회사가 기대치를 충족해주기 더 어려울 것 같다.

MZ세대라 해서 특별히 다르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세대와 관계없이 인간의 본능은 같다. 로체스터대 심리학과 교수인 에드워드 데시는 인간의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욕구에 기초를 둔 자기결정이론에서 인간은 A(Autonomy, 자율)와 R(Relatedness, 연결), C(Competency, 역량)를 원한다고 말한다. 누구나 자유의지와 선택권을 갖고 자기 시간을 마음대로 쓰고 싶고, 다른 직원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며, 자신이 최고로 능력 있는 존재이길 바란다. 혹자는 MZ세대가 공정성을 원한다고 하는데 꼰대도 공정을 원한다. 차이가 있다면 MZ세대는 공정하지 않다고 느낄 때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반면 기성세대는 그런 의사표시를 하면 좌천되거나 사직해야 하는 시대에 살아와서 표현하지 못하고 참았을 뿐이다. ‘리더십의 학장’으로 불리는 워런 베니스는 ‘리더십은 완전한 자기표현의 종합이다’라고 말했는데 그런 의미에서는 MZ세대가 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과거 세대보다는 임원 승진을 동경하지 않고 원하는 바가 다양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럴수록 돈과 같은 좁은 의미의 보상(total compensation)보다는 토털 리턴(total return)을 강조해야 한다. 즉, 우리 회사가 타사보다 교육 기회가 많고, 조직 문화가 좋고, 직무 변경의 여지가 있는 등의 관계지향적 리턴(relational return)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 직원들이 회사에 원하는 건 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부터 다양하지만 결국 딱 한 가지만 고르라고 주문하면 다들 ‘지속 성장’을 꼽는다. 지속 성장하는 회사만이 월급도 제때 주고 발전의 기회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속 성장하는 회사가 있으려면 지속 성장하는 직원이 있어야 하는 만큼 세대를 불문하고 성장의 기회를 보장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리더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은.

팀워크를 해치고 조직에 암을 퍼뜨리는 리더는 대체로 ‘완장’을 찬 이들이다. 나는 이들을 회사에서 부여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포지션 리더(position leader)라고 부른다. 팀장이 되는 순간 완장을 차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리더는 주로 지시 내리기를 좋아하고 막말을 한다. 팀원을 내게 종속된 부하직원으로 보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따르지 않으면 진정한 의미의 리더가 아니다. 영업 노조, 공장 노조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바로 누가 협력을 저해하는지 특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으로 더더욱 이들이 설 자리가 없다. 회사 징계위원으로 30년 넘게 활동을 하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위원으로 있으면서 내린 결론은 모든 감정싸움의 시발점이 무시와 무례라는 것이다. 서로 존경까진 못 해도 최소한 존중은 해야 한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코칭을 받을 필요도 있다. C레벨들은 주로 시간과의 싸움을 하는데 코칭이 자기만의 숨통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된다. 과거에는 뭔가 역량이 부족한 사람이 코칭을 받는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앞으로 더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할, 속칭 ‘잘나가는 리더’일수록 남이 보는 나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나도 내부 직원으로부터 리버스(reverse) 코칭을 받기도 하고, 외부 코치에 모든 걸 털어놓기 어려울 때는 닮고 싶은 경영 구루인 베니스, 오마에 겐이치, 스티븐 코비 등 나만의 멘토 그룹을 정해두고 그들의 저서를 탐독하거나 인터뷰를 팔로업한다. 각각의 상황에서 멘토들에 이입해 그들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지를 상상해 보는 것이 의사결정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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