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olumn

성과급 논란을 바라보며

320호 (2021년 05월 Issue 1)

SK하이닉스가 2020년 성과급 지급과 관련해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최근 발표된 연봉 20% 수준의 성과급 지급에 대해 직원들이 집단 반발했고 4년 차 직원이 전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공개적으로 성과급 지급 규모에 불만을 토로했다. 급기야 이 사태는 최태원 회장의 하이닉스 연봉 반납 선언과 이석희 사장의 해명문 발표, 노조와의 합의를 통한 성과급 산정 방식 변경에까지 이르렀다. 논란의 핵심은 2020년 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약 5조 원으로 전년도 2조7000억 원에 비해 대폭 증가했음에도 성과급 규모가 연봉의 20% 수준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SK그룹은 성과급을 계열사별 경제적 부가가치(EVA, Economic Value Added)에 근거해 산정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별로 산출된 경제적 부가가치의 20∼25%를 성과급 재원(Incentive Bonus)으로 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후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차감한 EVA는 주주가치 중심 경영을 대표하는 초과 이익 성과지표로 오랜 동안 널리 사용돼 왔다. 하지만 하이닉스 논란에서 알 수 있듯 이 지표는 내부 구성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특히 대규모의 영업이익이 발생했는데도 투하자본의 증가나 자본비용률의 증가로 EVA가 전년 대비 감소하거나 심지어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 구성원들이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0% 이상 증가했음에도 성과급 규모에 변화가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2019년의 EVA가 낮았던 탓에 산식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기가 어려워지자 회사 측은 구성원들의 동기부여 차원에서 특별 격려금을 지급했다. 이 액수가 공교롭게도 EVA 산식에 의해 지급한 2020년 성과급 규모와 동일했기에 성과급 산정 근거에 대한 구성원들의 혼란이 증폭됐던 것으로 보인다.

사측이 노조 요구안대로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아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약속함으로써 사태는 진화됐지만 문제는 EVA 지표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개념적으로는 자본제공자들의 몫을 차감한 초과 이익 개념인 EVA가 성과급 산정 근거로서 더 우월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이번 혼란의 가장 큰 원인은 경영진이 성과급 산정 근거를 투명하고 설득력 있게 구성원들과 공유하지 못한 데 있다. 이미 2013년부터 SK그룹은 EVA를 그룹 전체 계열사들의 성과급 산정의 핵심 지표로 정했으며 그룹 내부적으로 EVA 지표가 구성원들의 이해 및 수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 지적돼 왔기에 여러 보완책도 강구돼 왔다. 그런데 8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이런 논란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다소 안타깝게 느껴진다.

성과급 규모 산정과 관련한 국내 기업들의 불투명성은 비단 하이닉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성과급 산정 근거가 대외비인 것은 이해하나 내부 직원들에게도 이를 공유하지 않는 것은 성과급 지급의 근본적인 목표인 직원 동기부여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구체적인 성과급 산정 방식과 예상 금액, 그리고 관련 경영 실적을 주기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구성원들의 경영 노력을 높이려는 성과급 본연의 목표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지고 이직이 보편화된 회사생활을 하는 MZ(밀레니얼과 Z)세대 젊은 직원들이 단기 평가와 보상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영진-직원 간담회에서 보듯 MZ세대 직원들은 사내 평가 및 보상 방식에 불만을 갖고 인센티브나 연봉 산출 방식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급기야 임원과 직원의 임금 격차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더 이상 이런 요구들에 귀 닫고 쉬쉬해서는 이들 세대를 납득시킬 수 없다. 소통과 설득만이 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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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회계학 전공 jshin@snu.ac.kr
신재용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에서 학사•석사(회계학 전공)를 마치고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근무했다.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일리노이 어바나-샴페인대 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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