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한 방 얻어맞기 전까지는.”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의 명언이다. 2020년, 코로나19는 인간이 얼마나 미력한 존재인지 고스란히 보여줬다. 강대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모두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놨다. 국가 간 이동이 마비됐고, 사람과 거리를 두는 게 필수가 됐다. 오프라인은 ‘반(反)연결사회’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재해, 각종 질병을 대비해 온 인간의 그럴싸한 계획들이 ‘녹다운’됐다.
반면 인간은 빠른 속도로 변화에 적응하는 모습도 보였다. 기업들은 전염병 확산을 막으면서 비즈니스를 유지하기 위해 근무 환경을 바꿨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상위 기업 500곳을 설문한 결과 대기업의 75%가 유연근무제를 새로 도입하거나 확대했다. 대기업 4곳 중 3곳이 근무 환경이 달라진 셈이다. 재택근무를 도입한 곳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근무 시간에는 회사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는 꼰대들마저 이제는 ‘슬기로운 직장 생활’에 적응한 모습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사회 전반이 변화하고 있다. 가장 쉽게 눈에 띄는 것은 온라인 소비의 확대다. 편리한 온라인 소비를 경험한 중•장년층도 온라인으로 주요 소비 행태를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구독경제 역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자들도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에 주목한다. 일시적인 변화가 아니라 그동안 익숙해졌던 사회 전반의 습관들이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책 『포스트 코로나』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상황에 대해 날카롭게 분석한다. 저자들은 경제, 부동산, 사회, 의료, 교육, 정치 등 각 분야 전문가다. 현재 겪고 있는 경기 침체는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국내외 경제 환경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등을 예측했다. 요즘 뜨겁게 달궈진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분석도 눈에 띈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지느냐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 달라진다는 시나리오가 흥미롭다.
비즈니스 업계에서 눈여겨봐야 할 시사점도 있다. 격변의 시기에 어떻게 미래 사회를 예측하고 기획할 것인가의 문제다. 저출산, 초고령 사회에 대한 지적도 있다. 우리가 인공지능과 로봇 등 새로운 기술 개발에 집중해왔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이들이 인류 사회의 모순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주장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 온라인 사회의 본격화도 주목할 만하다. 일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 저자는 “재택근무는 우리가 노동자 의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가능성을 키우며 일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변화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이 사회 각 분야를 언급하면서 공통적으로 내놓은 해답이 있다. 달라진 상황부터 명확히 인식하라는 것이다. 비즈니스에서도 기존 전략을 유연하게 수정하고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야 한다. 언제 또 한 방 맞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계속 대비해야 한다.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