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프레임’‘불행 프레임’ 어느 쪽을 택할까?

11호 (2008년 6월 Issue 2)

다음 글자를 한번 읽어보자.
12, 13, 14
너무 쉬운 문제였다.
 
그럼 다음 글자는 한번 읽어보자.
A, B, C
여전히 쉽다.

하지만 가운데 있는 글자는 모양이 똑같다. 13으로도 보이고, B로도 보인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프레임’(최인철 지음, 21세기 북스, 2007)에서 저자인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이렇게 완벽하게 동일한 시각 자극이지만, 세로로 보면 철자 프레임이 활성화되고, 가로로 보면 숫자 프레임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이렇게 보인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을 만드는 프레임(frame)이란 무엇일까? 먼저 사전부터 찾아보자.
1. 창틀, 테두리;(사진)틀; (안경)테
2. (건조물의) 뼈대
3. (추상적인) 구조, 만듦새(make), ……
 
여기서 보듯 프레임은 창틀이다. 프레임의 가장 흔한 정의는 창문이나 액자의 틀, 혹은 안경테다. 이렇게 볼 때, 프레임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다.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세상을 향한 마인드 셋, 세상에 대한 은유,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 등이 모두 프레임의 범주에 포함되는 말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건물 어느 곳에 창을 내더라도 그 창만큼의 세상을 보게 되듯이, 우리도 프레임이라는 마음의 창을 통해서 보게 되는 세상을 볼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즉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프레임을 통해서 채색되고 왜곡된 세상을 본다는 것이다. 거꾸로 얘기하면 프레임을 잘 만들어내면, 개인과 기업이 행복해진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개인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프레임
어떤 프레임을 갖느냐에 따라서 같은 글자가 다르게 보이듯이, 같은 인생도 행복한 삶 또는 불행한 삶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청소부의 일을 생각해보자. 청소부가 “저는 더러운 길을 쓸고 있어요. 밥 먹고 살려니 참 힘드네요”라는 하위 프레임으로 말한다면, 그 자신도 불행할뿐더러 듣는 사람도 불편해진다.
 
하지만 청소부가 “저는 지구의 한 모퉁이를 청소함으로써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습니다”라는 상위 프레임을 갖고 일한다면, 그 자신도 일을 통해 행복을 느낄뿐더러 주위 사람들의 마음도 따뜻해 질 것이다.
 
여기서 지구를 청소하고 있다는 프레임은 단순한 돈벌이나 거리 청소의 프레임보다는 훨씬 상위 수준이고 의미 중심의 프레임이다. 여기서 상위 수준의 프레임이야말로 우리가 죽는 순간까지 견지해야 할 삶의 태도이며, 자손에게 물려줘야 할 가장 위대한 유산이라는 중요한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자녀들이 의미 중심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게 할 수만 있다면, 거액의 재산을 남겨주지 않아도 험한 세상을 거뜬히 이기고도 남을 훌륭한 유산을 물려주는 것과 같다.
 
또 다른 멋진 프레임 몇 개를 보자.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내일이다.”
다시는 사랑하지 못할 것처럼 사랑하라.”
늘 마지막 만나는 것처럼 사람을 대하라.”
 
가슴을 벅차게 하는 말들이다. 이런 말들은 우리로 하여금 세상을 다시 보게 만들고 이제까지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방식으로 주어진 시간과 사람을 대하게 한다.
 
행복의 프레임을 가진 사람과 불행의 프레임을 가진 사람 가운데 누가 더 일을 잘 할까. 물론 두말할 필요 없이 행복의 프레임을 가진 사람이다.
 
벽돌을 옮기던 막노동꾼에게 물었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요?”, “아니 이 사람 보면 몰라, 벽돌 옮기고 있잖아.”, “예, 저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3층짜리 성당을 짓고 있습니다.”
 
누가 행복한지, 누가 일의 성과가 높은지는 자명하다. 따라서 리더가 기업을 잘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그 자신도 행복 프레임을 가져야 하겠지만, 주위 사람들에게도 행복 프레임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기업에서의 프레임
그럼, 이런 프레임이 기업의 전략에서는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보자.
펩시와 코카콜라의 ‘콜라 전쟁’에서 펩시를 승리로 이끈 존 스컬리(John Scully)는 문제 해결 과정에서 프레임의 위력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꿰뚫어본 마케팅의 귀재였다.
 
스컬리는 펩시 역사상 최초라고 할 만한 대규모 소비자 조사를 수행했다. 총 350가구를 대상으로 탄산음료 소비 패턴을 조사한 결과, 소비자들은 콜라 병의 크기나 양에 상관없이 일단 집으로 사들고 가면 버리지 않고 다 마신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큰 병에 든 것이든 작은 병에 든 것이든 콜라를 사면 다 마신다’는 점에 착안한 스컬리는 펩시 병을 코카콜라보다 더 크게 만들었다. 또한 집으로 들고 가기 편하게 다양한 크기의 패키지 상품들을 내놓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이던 코카콜라의 아성을 무너뜨릴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만일 펩시가 자신들의 문제를 계속해서 ‘콜라 병의 디자인’이라고 프레임했더라면 결코 이룰 수 없는 쾌거였다.
 
이렇게 볼 때 현재 이슈를 어떻게 프레임할 것인지가 우리의 성과를 결정한다. 

다른 사례를 하나 더 보면 SK텔레콤의 싸이월드가 있다. 싸이월드는 그들의 경쟁자를 ‘시장 점유율 프레임’보다는 ‘시간 점유율 프레임’을 통해서 결정했다.
 
즉 싸이월드는 자신의 경쟁자는 네이버 블로그 뿐 아니라, 사람들이 여가시간에 찾는 닌텐도 DS일 수도 있고, 하나TV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객들이 어떻게든 싸이월드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게 하는 전략을 구사해 성공을 일궈냈다.
 
결론적으로 내가 가진 프레임이 인생과 경영의 성패를 좌우한다. 인생에서 상위 수준의 프레임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끝까지 견지해야 할 삶의 원칙일 것이다. 경영에서도 제대로 된 프레임을 가진 자만이 성공의 포인트를 잡아낼 수 있다.
 
인생과 경영의 프레임을 풍부한 이론과 사례로 느끼고 싶을 때,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프레임’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소 (CenterWorld Corp.) 대표로 있으며, CEO를 위한 경영서평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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