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 그것이 성패를 가른다

9호 (2008년 5월 Issue 2)

우주비행사 선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 디테일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씨가 4월 19일 지구로 무사히 귀환하면서 국내에서도 우주산업 및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인류 최초의 우주인은 누구일까? 바로 옛 소련의 유리 가가린(Yurii Alekseevich Ga-garin)이다. 1961년 4월 12, 가가린은 보스토크 1호를 타고 89분간 우주를 비행하며 세계 최초의 우주비행사로 역사에 기록됐다. 이소연 씨와 마찬가지로 당시 가가린은 다른 19명의 지원자와 경합을 벌인 끝에 세계 최초로 우주를 비행할 자격을 얻었다.
 
19명의 지원자 중에 가가린이 선발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역사는 디테일이 결정했다. 우주 비행사가 최종 결정되기 1주일 전, 20명의 우주인 지원자는 우주비행선 보스토크 1호에 직접 타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때 다른 지원자들은 당연한 듯 신발을 신은 채로 우주선에 올랐다. 하지만 가가린은 다른 지원자들과는 달리 비행선 앞에서 신발을 벗고 양말만 신은 채 우주선에 올랐다.
 
이런 가가린의 행동이 비행선 설계자의 눈에 띈 것이다. 설계자는 이 27세의 젊은 청년이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우주선을 아끼는 모습을 보고 인류 최초로 우주를 비행하는 신성한 사명을 가가린에게 부여했다고 한다. 가가린이 가진 디테일의 힘이 그를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로 만든 것이다.
 
디테일은 섬세함이자 치밀함
중국의 인기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디테일 전도사’로 맹활약 중인 왕중추의 저서 <작지만 강력한 디테일의 힘>에서 말하는 디테일이란 무엇인가. 사전적으로 디테일은 ‘de-tail: 세부, 세목, 항목(item); 지엽적인 일, 사소한 일(trifle); [pl.] 상세한 기술’이라고 정의돼있다. 즉 디테일이란 섬세(纖細)함이요, 세심(細心)함이요, 치밀(緻密)함을 의미한다.
 
이런 디테일은 왜 중요한가. 사실 모든 위대함은 작은 것들에 대한 충실함에서 기인한다. 산술적으로는 ‘100-1=99’가 정답이겠지만, 사회생활에서는 ‘100-1’이 0 혹은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흔히 회자되는 ‘1%의 실수가 100%의 실패를 낳을 수 있다’는 격언은 디테일의 중요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사소한 문제가 파멸로 이끌기도
디테일로 성공한 유리 가가린의 우주 도전 사례에 대비해 이번에는 디테일의 힘을 간과해 우주비행 도전에 실패한 사례를 살펴보자. 2003년 2월 1, 미국의 우주비행선 컬럼비아호가 우주비행을 마치고 지구로 귀환하던 중 갑자기 폭발해 우주선에 타고 있던 7명의 비행사가 모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 세계를 경악케 한 소식이었다. 미국의 NASA는 곧장 비행계획의 책임자를 직위해제 했다. 그는 NASA에서 26년이나 근무하고 4년 동안 비행계획 업무를 책임져온 사람이었다.
 
사고를 수습한 후 원인을 조사해보니 원흉은 뜻밖에도 연료탱크에서 떨어져 나간 발포단열재 조각이었다. 2003년 1월 16, 컬럼비아호가 발사 된 지 80초 가량 지났을 때 연료탱크에서 떨어져 나간 발포단열재 조각이 비행선의 왼쪽 날개에 부딪혔다. NASA는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단순사고로 여기고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컬럼비아호는 귀환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조각에 부딪힌 날개 부위의 과열로 공중에서 폭발해버렸다.
 
당시 비행선의 전체 성능을 포함한 다른 기술표준들은 모두 완벽했다. 컬럼비아호의 표면에는 총 2만여 개의 단열재가 있어 3000도가 넘는 고온에도 버틸 수 있게 설계됐다. 비행선이 대기권으로 진입할 때 표면이 고온에 녹아내리지 않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떨어져 나간 작은 조각 하나가 막대한 가치를 지닌 비행선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7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가 버린 것이다. 드러나지 않은 작은 문제 하나가 순식간에 전체를 파멸로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예이다.
 
디테일 경영의 성공과 실패 사례
디테일을 잘 관리하는 것은 기업 경영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디테일 경영을 통해 성공한 기업 사례를 살펴보자. 유명 의류 업체인 폴로에는 바느질을 할 때 1인치에 반드시 여덟 땀을 떠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런 세심함으로 폴로는 20년이 넘도록 업계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있다.
 
놀라운 성장 역사를 일궈낸 MS는 ‘Microsoft’라는 그 명칭에 걸맞게, 기업을 경영하면서도 ‘미세함(micro)’ 속에서 큰 것을 보고 ‘부드러움(soft)’ 속에 강함을 취하고 있다. 미세함은 ‘지극히 작은 것’을 가리키지만 MS는 제품이 일단 출시되면 전 세계에 광범위하게 제품을 판매하는 ‘거대한’ 회사다. 또 부드러움 속에 품은 강함으로 경쟁업체들을 제압하고 업계 최강의 자리에 올라섰다.
이에 반해 디테일의 사소한 실패는 큰 낭패로 이어진다. 다음 이야기를 보자.
 
어느 백만장자가 미국의 한 은행에서 수표를 현금으로 교환했다. 수표 교환을 마치고 은행 문을 나갔던 이 백만장자가 다시 들어오더니 은행 출납직원에게 웃으며 말했다.
주차증에 도장을 찍는 걸 깜박 잊었군요.”
출납직원이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수표 교환은 계좌거래가 아니기 때문에 무료주차가 불가능합니다. 주차비 75센트를 부담하셔야겠습니다.”
그러자 백만장자가 이야기했다.
알겠소. 참, 그런데 미안하지만 내 계좌에 있는 150만 달러를 모두 인출해주시겠소? 맞은편에 있는 은행에 가서 새로 계좌를 만들어야겠군요.”
은행은 출납직원이 내뱉은 경솔한 말 한 마디가 은행의 큰 고객을 잃고 만 셈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사소해 보이는 것이라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따라서 언제나 살얼음판을 걷듯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큰 나라 다스릴 때도 작은 물고기 요리하듯 해야
노자는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물고기를 요리하듯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고기를 요리할 때에는 양념과 불의 세기가 적당해야 빛깔과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다. 불의 세기가 맞지 않거나 양념이 잘 조화되지 않거나, 초조한 마음에 물고기를 자꾸 뒤집으면 살이 모두 부서지고 만다. 물고기를 요리하는 것은 이렇듯 세심함과 신중함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일이다.
 
이 이야기는 제품과 서비스가 동질화하는 오늘날의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드러운 것, 소프트웨어적인 것’이 기업의 생명을 연장시켜주고 있다. 섬세함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만드는 원동력인 것이다.
 
어떤 디테일도 놓치지 말라”- 마쓰시타 고노스케
정말 그렇다.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먼 곳에 있는 높은 산이 아니라 신발 안에 있는 작은 모래 한 알이다. ‘디테일이 인생과 경영의 성패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풍부한 사례들로 실감 나게 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소(CenterWorld Corp.) 대표로 있으며, CEO를 위한 경영서평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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