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의 심리학
하영원 지음/ 21세기북스/ 1만5000원
인간이 합리적인 동물이라는 가정은 깨진 지 오래다. 인간이 내리는 판단과 결정이 항상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잃은 지 한참 됐다. 심지어 일관적이지 않은 감정이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이유로 작용하기도 한다.
같은 일을 하는 대가로 A사에서는 100만 원을, B사에서는 200만 원을 주기로 했다고 하자. 다른 조건이 같다면 당연히 B사를 택하는 편이 유리하다. 주류 경제학의 효용 극대화 원칙에 비춰보든, 심리학의 ‘즐거움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한다’는 논리로 판단하든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의사 결정의 모든 상황이 이처럼 분명한 구조가 아니라는 데 있다. TV를 사러 전자상가에 갔다. 여러 대를 살펴본 후 A와 B로 구매 후보를 압축했다. A는 품질 면에서 90점 정도를 줄 수 있고 가격은 300만 원이었다. B는 품질이 80점 정도지만 가격이 200만 원이었다. 가격보다 품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라면 A를, 품질보다 가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라면 B를 살 것이다. 그런데 품질과 가격 모두 중요하게 본다면 갈등이 시작된다. A를 선택하면 좋은 품질을 얻기 위해 돈을 더 내야 하고 B를 택하면 그 반대가 된다.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에서는 이처럼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갈등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소비자가 A와 B 두 대안의 품질과 가격 간 상쇄(trade-off)를 쉽게 계산할 수 있고 두 대안 중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택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심리학적 관점에서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제안한다. 첫째, 품질과 가격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선택을 미루고 TV를 다음에 사기로 할 수 있다. 둘째, 품질이 다소 떨어지지만 값이 싼 B를 사면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A를 선택할 수 있다. 셋째, A와 B의 장단점을 비교하기 귀찮아서 품질만 생각하고 A를 사거나 가격만 생각해서 B를 살 수 있다.
이때 새로운 대안 C가 고려 대상에 들어왔다고 하자. C는 B와 마찬가지로 200만 원인데 품질이 그보다 낮다(70점).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품질이 B보다 낮은데 가격이 같은 C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C는 B를 A보다 매력적인 대안으로 보이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미끼 대안(C)이 선택 집합 내 들어오면서 표적 대안(B)을 더 매력적이게 보이도록 만들어 경쟁 대안(A)에서 선택 점유율을 끌어오는, 이른바 ‘유인 효과’다.
규범적으로는 B보다 열등한 C의 등장이 A와 B 사이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아무런 이유가 없다. C가 있든 없든 A와 B 사이의 상대적 선택 비율은 일정해야 한다. 따라서 유인 효과는 불합리한 의사결정 현상이다.
하지만 심리학적 측면에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C의 출현은 심리적 갈등을 없애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즉 C가 나타나기 전에는 B의 품질에 대한 우려 때문에 A에 끌리던 소비자가 C를 본 이후 B의 품질이 그다지 나빠 보이지 않는 지각상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즉 B가 최소한 C보다는 좋은 대안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기 자신에게나 남들에게 선택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를 얻게 된다.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목표와 선택의 정당화를 용이하게 하려는 목표를 동시에 갖고 있었다면 C 덕분에 선택을 A에서 B로 전환하는 것은 목적에 맞는 행동이다. 정당화 용이성 극대화를 의사결정의 합리적 목표로 간주한다면 이는 충분히 합리적 행동이다.
더 이상 ‘합리적이지 않은’ 인간의 ‘비합리적’ 선택 심리 현상을 모았다. 그리고 다양한 툴과 이론으로 이를 설명했다. 모든 일에 인간을 먼저 이해해야 하는 시대다. 밤낮없이 소비자를 고민하는 경영자들이 일독할 만하다.
모든 비즈니스는 로컬이다
존 A. 치, / 캐서린 E. 조크스 지음 / 반디 / 1만4000원
경영학을 공부했거나 마케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4Ps에 대해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4Ps란 제품(Product), 가격(Price), 판매촉진(Promotion), 장소(Place)의 약자로 1960년 E. 제롬 매카시가 도입한 이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장소’는 소비자에게 제품이 전달되기까지의 갖가지 물리적 유통 활동을 의미한다. 하지만 요즘 이런 정의는 너무 협소하다. 저자들은 장소를 심리적, 물리적, 가상의, 지리적, 글로벌로 구분하고 마케팅 계획을 짤 때 장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4Ps의 세 단계를 거친 후 가장 마지막에야 장소를 고려하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누구를 위한 미래인가
앨빈 토플러 지음 / 청림출판 / 1만5000원
<미래 쇼크> <제3의 물결> <권력 이동> 등을 펴내며 이 시대를 대표하는 미래학자로 자리를 굳힌 앨빈 토플러가 미 출판사 사우스엔드프레스와 인터뷰한 내용이 책으로 나왔다. 이 책에서 토플러는 처음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지금과 같은 사상을 갖게 된 배경과 미래 예측을 위한 접근법, 지식 모델을 수립하기까지의 과정,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차례로 소개한다. 토플러는 대학 졸업 후 5년간 주물 공장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며 블루칼라의 삶을 직접 경험해 본 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이 책에서 “조립 라인에서 단 하루도 일해보지 않았으면서 ‘노동자들은 더 나은 환경이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권태로운 작업도 마다하지 않는다’식의 논문을 써대는 지식인들을 혐오하게 됐다”고 회고한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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