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행동경제학을 만나다 外

115호 (2012년 10월 Issue 2)

 

 

 

브랜드, 행동경제학을 만나다

곽준식 지음/ 갈매나무/ 15000

 

기업체 과장급 리더 165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다. 추가 생산 비용이 1만 원이고 판매 가격이 2만 원인 부품을 일본 회사가 수입한다고 가정하자. 일본인 통역사의 발음 문제로 가격 정보를 정확히 알아듣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그룹에는 일본 회사가 부품을 12000원에 구입하려는 것 같다고 했고 다른 그룹에는 32000원에 구입하려는 것 같다는 정보를 줬다. 그 후 다음날 예정된 가격 협상에서 판매 가격으로 얼마를 제시할 것인지 물었다. 조사 결과 12000원을 통보받은 그룹은 평균 16729원을, 32000원을 통보받은 그룹은 평균 26448만 원을 제시했다. 원래 판매가격이 2만 원인데도 협상에서 제시할 가격이 이렇게 차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로운 사건에 부딪치거나 낯선 환경을 만날 때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거나 익숙한 기준을 토대로 예측하거나 판단한다. 1차 예측이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조정을 시도하기는 하지만 사후 조정 과정은 완전하지 않다. 이럴 때 다양한 오류와 편향이 나타난다. 이를기준점과 조정(anchoring and adjustment)’ 또는닻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라고 한다. 배를 항구에 정박시킬 때 닻을 내리면 배가 파도를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더라도 일정 범위 밖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와 동일하게 사람들은 외부에서 기준점이 제시되면 그것을 중심으로 제한된 판단을 한다. 기준점은 이래서 중요하다. 처음에 닻을 어디에 내리느냐에 따라 이후 생각이나 행동 범위가 달라진다. 이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마다 소비자들에게 판단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 기업들에 특히 중요하다. 처음 그 제품을 어떻게 인식시킬 것이냐는 기업의 성과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소다.

 

기존 경제학에서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였다. 여기서 인간은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일관된 선호를 갖고 효용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선택한다. 이 맥락에서 인간의 행동은 예측 가능하다. 같은 상황에서 사람들은 언제나 같은 의사결정을 내린다. 반면 행동경제학에서의 인간은 제한적으로만 합리적인 존재다. 때로는 지극히 감성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상황에 따라 선호는 얼마든지 바뀐다. 효용을 극대화하기보다는 개인적으로 원하는 수준을 만족시키는 편을 선택하기 때문에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이 어렵다. 저자는기존 경제학에서 바라보는 인간이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있는 축구공이었다면 행동경제학에서 바라보는 인간은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럭비공이라고 썼다.

 

기존 경제학에서 설명했던 인간의 특성이 모두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 경제학에서 고려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분석 대상에 포함했다는 점에서 행동경제학은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리고 최근 행동경제학에서 제시하는 인간 행동에 대한 연구 결과는 인간을 보다 섬세하고 세밀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인간 행동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예측에 목말라 하는 현대 기업들이 행동경제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오류와 편향에 빠지지 않는 의사 결정은 기업에도 중요하다. 기존 기준이 새로 선보이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불리하다면 아예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청정원의 히트작순창 우리쌀로 만든 찰고추장이 대표적인 예다. 이 제품이 나오기 전만 해도 대부분 소비자들은 고추장이 당연히 쌀로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추장의 성분을 확인하는 소비자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쌀 자급량이 부족했던 1960년대 방식이 그대로 이어져오면서 대부분 업체들이 밀가루를 이용해 고추장을 만들고 있었다. 청정원은 이 점에 착안했다. 신제품이 100% 우리 쌀로 만든 고추장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고추장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던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덕분에 이 제품은 수입 밀 대신 국산 쌀로 만든 웰빙 식품으로 인식됐고 그해 청정원 매출은 전년보다 20% 성장했다.

 

 

 

스티브 잡스의 이메일 박스

마크 밀리안 지음/ 서울문화사/ 13500

 

스티브 잡스는 괴짜에 독불장군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의 e메일 박스를 뒤져보면 의외로 그가 천재적 소통꾼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제품의 결함에 뿔이 난 고객과 무조건 무한 애정을 보내는 애플팬, 애플의 정보를 캐내려는 경쟁사, 신분을 감추고 접근하는 기자 등 상대방이 누구든 잡스는 e메일에 답변 보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오히려 적극적인 소통의 통로로 삼았다. 때로는 격렬하고 때로는 엄격하며 때로는 다정다감한 그의 e메일들은 그가 얼마나 애플에 애정을 가졌으며 인간을 통찰력 있게 이해하고 있었는지 보여준다.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게리 해멀 지음/ 알키/ 2만 원

 

세계적인 경영전략가이자 경영사상가로 손꼽히는 게리 해멀이 새 책을 냈다. 그는 최근 에 기고한 글에서관리자들을 모조리 해고하라!’는 파격적인 주장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 책에서 그는 미래에 적합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중요한 것은 관리와 통제가 아니라 가치와 혁신, 적응성, 열정, 이념이라고 제시한다. 그리고 이제까지 중요하게 여겨졌던 기존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질서와 원칙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지금은 기업이 도덕적 부흥과 우선순위의 재조정, 전략의 갱신속도 제고 등에 초점을 둬야 할 때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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