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최고 스타였던 웨인 그레츠키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퍽(아이스하키용 고무 원반)이 있는 곳을 향해 돌진하지 않는다. 퍽이 가고 있는 곳을 향해 돌진한다.”
기업인들은 그레츠키의 이 말을 새겨둬야 할 것이다. 기업이 미래 트렌드를 예측하고 그에 맞춰 준비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말이다. 현재 상황만 보고 경영 전략을 짜는 기업들은 늘 뒷북만 치게 된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와 비즈트렌드연구회가 앞으로 3년 동안 다가올 세계 트렌드를 예측했다. 비즈트렌드연구회는 경영학 이론과 원리를 현실에 적용하고 새로운 지식과 트렌드를 연구하기 위해 조직된 모임이다. 저자들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트렌드를 모르고서는 이 시대 혹은 소비자들과 공감할 수 없고 전략적 기회를 포착할 수도 없다”면서 특히 “트렌드 자체가 아니라 트렌드 속에 감춰진 기회를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이 제시한 3년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열심히 준비해서 가장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기간이다. 경제·경영, 소비, 사회, 문화, 기술 분야의 트렌드를 각각 9가지씩 소개했다.
저자들은 경제·경영 분야에서 ‘비즈니스 생태계의 재조합’에 주목하라고 밝혔다. 오늘날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기업들끼리의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저자들은 “이제 경쟁의 축이 ‘기업 대 기업’에서 ‘기업이 속한 비즈니스 생태계 대 생태계’ 간 경쟁으로 옮겨갔다”고 분석한다. 이처럼 네트워크화된 환경에서는 하나의 기업만 무너져도 그 기업이 속한 비즈니스 생태계 전체가 다 흔들릴 수도 있다. 따라서 생태계 내에서 파트너와의 관계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비즈니스 생태계를 주도하는 중추종(keystone)이 되고자 한다. 대표적인 기업이 애플이다. 애플은 자사 비즈니스 생태계의 문을 다른 기업에도 열었다. 자동차회사는 아이팟 전용 카오디오를, 영상음향(AV) 기기업체들은 아이팟 전용 스피커를, 루이뷔통이나 구찌는 아이팟 전용 케이스를 만들어 팔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액세서리들은 ‘아이팟 이코노미’라고 불리는 하나의 커다란 생태계를 만들었다. 이처럼 시장을 리드하고자 하는 기업은 자사 비전뿐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생태계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기회가 찾아온다.
저자들은 또 ‘에고(ego) 소비’ 트렌드를 포착했다. 이는 소비자 개개인의 개성과 취향이 반영된 소비 형태다. 이를 테면 커피전문점에서 주문할 때 “카페라테 한 잔이요”라고 말하기보다는 “톨 사이즈 바닐라 라테 하나요. 우유 대신 두유를 넣어주시고요”라고 말하는 식이다. 이러한 에고 소비가 강해지면 ‘믹스&매치 소비’가 나타난다. 믹스&매치 소비란 다양한 가격대와 여러 브랜드 상품들을 자기 개성과 취향에 따라 취사선택하는 것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스스로 높은 가치를 두는 제품엔 돈을 아끼지 않는 반면 그렇지 않은 제품엔 돈 쓰길 꺼린다. 과거 부유층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했다면, 지금은 가격이 1200달러에 이르는 명품 핸드백을 들고서도 청바지는 30달러짜리를 입은 여성들을 흔히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