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고수의 키워드는 절제, 혁신, 창조

45호 (2009년 11월 Issue 2)

고수(高手)는 보통 사람보다 훨씬 수가 높은 사람이다. 그럼 경영의 고수는 어떤 사람일까. 옥션의 공동설립자이자 ‘디지털 전도사’로 불렸던 이금룡 코글로닷컴 회장은 최근 펴낸 <고수는 확신으로 승부한다>에서 ‘절제와 혁신(innovation), 창조(creation)의 역량을 가진 사람’이 경영의 고수라고 정의했다.
 
경영 고수의 몸통과 양팔
먼저 고수의 몸통, 즉 기본적인 태도는 ‘절제’다. 절제는 경영의 고수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고수들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투자의 고수인 워런 버핏은 세계 최고의 갑부 대열에 들 정도로 많은 돈을 벌어들였지만 결코 돈을 흥청망청 쓰지 않는다. 오히려 운이 따라주었기 때문에 자신이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빌 게이츠는 자신이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신념에 따라 자식들에겐 재산의 일부만을 물려주고 대부분의 돈을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했다. 골프의 고수인 타이거 우즈도 마찬가지다. 그는 아무리 돈을 많이 벌 기회라 해도 작은 대회에는 출전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럼 고수의 양팔인 바로 혁신과 창조는 무엇인가. 기업을 경영하면서 부딪치는 문제는 크게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기존 질서와 프로세스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하는 혁신의 문제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한 창조의 문제다. 혁신에는 기존 관습과 질서의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고, 창조에는 늘 위험이 공존한다. 이 2가지 난제를 잘 푸는 사람만이 경영 고수가 될 수 있다.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20세기 최고의 경영자로 일컬어지는 잭 웰치는 내부의 변화 속도가 외부의 변화 속도보다 늦으면 조직은 망할 수밖에 없다는 신념으로 ‘6시그마’와 ‘벽 없는 조직’을 실현하면서 혁신을 주도했다. 그는 16년간 480건의 인수합병(M&A)을 했고 각 분야에서 1, 2등을 하지 못하는 모든 사업부를 매각하면서 제조업체였던 GE를 서비스와 금융, 첨단제조업을 아우르는 회사로 변모시켰다. 그는 재임 중에 GE의 시가총액을 40배로 키우는 창조를 이룩했다.
 
이처럼 경영 고수는 한 손에는 혁신을, 또 다른 손에는 창조를 들고 끊임없이 변화를 이끌어가는 혁신가이자 창조자라 할 수 있다. 사실 변화와 창조 모두에 능한 최고경영자(CEO)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럼 혁신과 창조의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창조란 기존의 것을 새롭게 조합하는 것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창조는 기존의 것을 완전히 버리는 것이 아니라, 연결 방식을 새롭게 조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보통 사람들은 창조를 ‘백지상태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창조란 실은 이미 있는 것들을 새롭게 조화시키는 일이다.
 
포드자동차가 현대식 대량생산 방식을 완성한 배경을 봐도 그렇다. 포드는 업계 최초로 새로운 생산방식을 도입해 자동차의 대량생산을 실현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업계 최초’란 말에 있다. 헨리 포드가 고안한 현대식 대량생산 시스템은 결코 새로운 기술이 아니었다. 이미 다른 산업(정육과 담배 제조)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술의 결합이었다.
 
헨리 포드는 미국 시카고의 정육업체 직원들이 쇠고기를 부위별로 분담해 발라내는 과정을 보고 ‘자동차 조립도 이런 식의 분업 구조로 만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여기에다 미군에서 사용한 ‘교환가능 부품’ 이론과 담배 산업에서 사용한 ‘연속흐름생산’이라는 아이디어를 결합해 현대식 대량생산 시스템을 생각해냈다. 포드는 이 방식을 도입해 자동차를 저렴한 가격에 대량생산해 자동차 산업의 제왕이 됐다.
 
다른 기업이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모방이고, 다른 기업이 하는 것을 분석해서 발전시키는 행위는 벤치마크에 불과하다. 하지만 다른 분야의 기술을 도입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창조적 행동이라 부를 수 있다.
 
예술가형 CEO가 필요한 시대
문화적 감성과 예술성에서도 혁신과 창조를 찾을 수 있다. 일본 마쓰시타 그룹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는 “경영은 예술이며, 경영자는 경영이라는 작품을 창조하는 예술가”라고 정의했다. 경영자는 예술가적 창의성을 가져야 하며, 그런 창의성이 없는 경영자는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예술과 경영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선 한 폭의 그림이나 하나의 작품으로 대중들을 감동시키는 예술가와, 기업을 잘 운영해 고객을 만족시키는 기업가는 서로 닮은꼴이다. 예술가가 때로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기발한 퍼포먼스와 언행으로 스캔들을 일으키듯이, 기업가는 때때로 파격적인 마케팅 기법으로 고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정교한 그래프와 측정에 따라 만들어진 경영기법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제는 고객의 문화적 코드와 감성을 이해하지 않으면 물건을 팔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따라서 21세기의 기업은 다양한 경영기법을 알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CEO가 아니라, 다양하고 폭넓은 지식을 갖춘 예술가형 CEO를 필요로 한다. 이런 CEO는 예술적 감성으로 고객들의 감성을 이해함으로써 기업을 예술적 경영으로 이끌 수 있는 사람이다.
 
최근 들어 점점 더 많은 경영자들이 예술가형 CEO로 거듭나기 위해 문화 행사에 참여하거나 사고의 전환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영학자 게리 하멜은 “경영자가 터득해야 할 지식과 아이디어의 80%는 경영이라는 테두리 밖에서 온다”고 말했다.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마음과 유연한 사고가 더욱 중요하다는 뜻이다.
 
수레를 받치고 있는 두 수레바퀴가 서로 균형을 이루며 함께 굴러가지 않으면 수레가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기업도 혁신과 창조 모두를 이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런 불황에 무슨 창조와 혁신? 일단 살고 봐야지’란 생각은 절대로 하지 말라. 진정한 영웅은 난세에 나고, 능력 있는 경영 고수들은 불황에 더욱 진가를 발휘하는 법이다.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 (Centerworld Corp.) 대표로 있으며,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OBS 경인TV ‘서진영 박사의 CEO와 책’ 진행자로도 활동 중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