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무용 가구 제조회사 스틸케이스는 사무용 칸막이 분야에서는 경험이 풍부했지만, 벽면 패널 분야에서는 신참이었다. 그런데 이 회사가 벽면 패널에 사용한 자재가 내화(耐火)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최고경영자(CEO) 짐 해케트의 판단에 따라 스틸케이스는 판매된 패널을 모두 회수해 가장 엄격한 내화 기준을 적용한 제품으로 전량 교체했다. 이 때문에 4000만 달러의 비용을 손실 처리했고, 해케트와 모든 이사들은 상여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비행기가 펜타곤으로 곤두박질쳤던 2001년 9월 11일, 펜타곤의 불타는 벽면 뒤에 설치돼 있던 외장재는 엄격한 내화 기준을 적용한 스틸케이스의 신제품이었다. 애초에 해케트가 판단을 잘못했더라면 불은 더욱 커졌을 것이다.
CEO들은 ‘판단’의 어려움과 부담감 탓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인 저자들은 ‘판단력은 리더십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저자들은 ‘결정’이라는 단어가 주는 일회적인 느낌과 달리, 리더가 내리는 결정은 결코 한순간에 일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즉 리더가 결정을 내리는 순간은 전체 판단 프로세스의 한 과정일 뿐이다. 저자들은 조직의 리더가 성공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판단 매트릭스’를 소개한다.
우선 리더는 판단 프로세스를 거치기에 앞서 조직의 미래 비전을 이야기로 풀어낸 ‘스토리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리더의 스토리라인은 3가지 질문, 즉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스토리라인이 탄탄하다면 리더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이를 토대로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저자들은 판단의 3대 영역으로 ‘인물 판단’ ‘전략 판단’ ‘위기 판단’을 들었다. 그중 가장 복잡하고도 중요한 판단 영역이 바로 인물 판단이다. 이는 적임자들로 팀을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저자들은 “현명한 사람은 잘못된 결정도 되돌려 수정할 수 있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훌륭한 결정도 엉망으로 만들고 만다”는 말로 인물 판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런데 상당수 대기업들에서 인물 판단을 미리 해놓기보다는 ‘시기가 닥쳤을 때’ 부랴부랴 결정하는 사례가 많다는 게 문제다. 특히 CEO를 영입하려고 회사 외부로 눈을 돌리는 것은 그 회사의 인물 판단력이 그만큼 뒤처져 있다는 뜻이다. 기업들은 판단의 준비 단계에서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인재를 발굴해 육성하는 ‘리더십 파이프라인’을 구축해놔야 한다.
판단 프로세스는 크게 ‘준비’ ‘결정’ ‘실행’의 3단계로 나뉜다. 각 단계에서 리더는 자신, 인맥, 조직, 주변 상황과 관련된 다양한 지식을 필요로 한다. 이를 바탕으로 리더가 결정을 내렸다면 자원, 인력, 정보, 기술 등 그 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야 한다. 저자들은 “아무리 좋은 계획도 합리적 실행 없이는 공허할 뿐”이라고 조언한다. 실행 과정에서 리더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판명되면 얼마든지 앞 단계로 되돌아가 수정할 수도 있다.
저자들은 전체적인 판단 프로세스를 아우르는 덕목으로 리더의 ‘인간관계’ 능력을 중시한다. 리더의 인간관계야말로 현명한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중요한 원천이다. 리더의 인간관계가 좋아야 결정된 사항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뿐더러 실행 과정에서 빚어지는 다양한 이해관계도 잘 관리할 수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에 ‘사기(史記)의 리더십’을 연재하고 있는 김영수 박사가 <사기>를 경영의 관점에서 풀어낸 <사기의 경영학>을 출간했다. 3000년 역사를 다룬 통사인 <사기>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담겨 있다. 인간의 본질을 깊숙이 파헤친 <사기>는 조직 경영과 관련해 경영자들에게 통찰을 제공한다. <사기>에 나와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시사하는 지혜를 ‘경영 전략’ ‘인재 경영’ ‘리더십’ ‘조직 관리’의 4장으로 나눠 소개했다.
저자는 “스토리를 말하는 능력은 신이 우리에게 내려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스토리를 이야기함으로써 인생의 항해를 조직하고, 방향을 설정하며, 궁극적으로 최종 목표에 이를 수 있다. 저자는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을 자유자재로 구사함으로써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당신의 성공 스토리는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는 이야기꾼만이 목표로 하는 삶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게 저자의 핵심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