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30 자녀가 5060 부모를 보면서 하는 걱정이 하나 있다. 바로 부모들이 유튜브에 떠도는 가짜 뉴스를 맹신하는 것이다. 몇몇 자녀는 명백한 근거를 제시해도 부모들이 설득되지 않자 부모의 핸드폰을 가져와 유해 채널을 차단하고 동물, 음식 등의 채널을 대거 구독하는 등 알고리즘 정화에 나서기도 한다. 이처럼 개인화된 알고리즘이 노출시키는 콘텐츠는 사람들을 더욱 극단적인 신념에 빠지게 만든다. 객관적 사실을 들이밀어도 자신의 신념을 철옹성같이 고수하는 사람 앞에서는 무력감마저 든다. 어떻게 해야 이들이 현실을 마주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까.
17개국에서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착각의 심리학』의 저자이자 과학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맥레이니는 취재를 하는 동안 사람들이 자신의 확고한 신념을 뒤집는 순간을 수차례 목격했다. 그는 본인이 제기했던 9·11 테러 음모론을 한순간에 철회한 유명 유튜버 찰리 비치를 만났다. 비치는 자신의 신념이 깨진 순간을 두고 “내 안에서 갑자기 뭔가 ‘펑!’ 하고 터지는 것 같았다”라고 묘사했다. 테러로 아들을 잃고 큰 슬픔에 빠진 한 어머니를 만난 것이 변화의 가장 큰 계기였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의 견고한 확신이 흔들리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이성이 아닌 감정이 작동한다고 맥레이니는 강조한다. 우리는 빈틈없는 논리와 객관적 사실로 타인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지신경과학자 세라 김벨은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반박당할 때 곰을 마주친 것과 같은 신체적 위협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성과 논리로 맞설수록 사람들은 방어기제로 자신의 확신을 더욱 강화한다. 따라서 상대의 의견이 틀렸다고 지적하기보다는 이들이 스스로 모순을 깨달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