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마케팅 전문가인 저자를 찾아온 제자의 호기심 어린 질문으로 시작된다. 친구와 함께 스타트업을 시작한 제자는 마케팅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회사의 비전과 사명은 물론 타깃이 되는 고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낼지 등 생각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는 “SNS 마케팅, 퍼포먼스 마케팅, 바이럴 마케팅 등에 관한 책도 구해서 읽고 유튜브 프로그램은 물론 강의도 들으면서 나름대로 공부하고 있지만 변방만 건드린다는 느낌이 든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이에 저자는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로 비유를 들어 조언을 건넨다. “필름 카메라는 필름이 제한돼 있으니 한 장씩 찍을 때마다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지만 디지털카메라는 수없이 찍고 그중 괜찮은 걸 고를 수 있다”며 아날로그 마케팅과 디지털 마케팅도 이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아날로그 시절에는 광고 하나를 만들기 위해 문구 하나, 사진 한 장 고르는 데 심혈을 기울였지만 최근에는 온라인에 광고를 6∼7개 마구 올려놓고 반응을 본 다음 나머지는 과감히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식의 디지털 마케팅은 편하고 빠른 방법일 순 있지만 정작 마케터의 ‘실력’은 늘지 않는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보다는 마케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제대로 각을 잡고 마케팅의 원리와 기본부터 익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저자는 크고 대담하며 도전적인 목표(Big Hairy Audacious Goal)를 가질 것을 주문하며 1970년대 현대그룹이 조선업에 진출했던 배경과 관련한 흥미로운 일화를 전한다.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은 영국의 선박 건조 전문 대출심사기업인 애플도어에 4300만 달러 규모의 외자 대출을 신청했다. 1971년 우리나라 경제 개발 예산의 15%에 달할 만큼 막대한 규모였다. 그러나 실제 건조 능력은 5만 t 정도밖에 안 됐기에 대출 신청을 거절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정 회장은 영국으로 건너가 찰스 롱바텀 당시 애플도어 회장을 만나 담판을 짓는다. 그는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보여주며 “영국의 철갑함은 1800년대 중반부터 만든 걸로 아는데 우리는 1500년대에 이런 철갑선을 만들어 왜적을 물리친 민족이오. 우리가 근래에 산업화가 늦어져서 그렇지 잠재력이 없는 나라가 아니오.” 애플도어는 화폐에 나와 있을 정도면 거짓은 아닐 것이라 판단했다. 이에 영국은행이 돈을 빌려주도록 주선한다. 정 회장의 대담한 목표가 현대그룹이 세계 1위 조선 회사로 성장하는 데 바탕이 된 핵심 기반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