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큇 外

이규열 | 360호 (2023년 01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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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산 정상에 도전하는 이들에게는 한 가지 절대적인 규칙이 있다. 바로 ‘반환시간’이다. 산 정상에 닿지 못했더라도 반환시간 전에는 꼭 캠프로 복귀를 시작해야 한다. 이 규칙을 지키면 살아 돌아와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지만 어긴다면 정상을 정복해도 하산하다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인지과학 전문가이자 포커 세계 챔피언인 애니 듀크는 ‘그만두기(QUIT)’가 성공을 위해 개발할 가치가 있는 중요한 의사결정 스킬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그릿(GRIT)’의 허점을 지적한다. 끈기는 가치 있는 어려운 일을 계속하게 만들지만 더 이상 가치 없는 일까지 계속하게 만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가치 없는 일을 빠르게 그만두고, 더 가치 있는 일에 한정된 자원을 써야 한다. 즉 빨리, 자주 관두고 가치 있는 일에 끈기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그만두기는 어렵다. 『생각에 관한 생각』의 저자이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 역시 그 사실을 깨닫고 『넛지』의 저자인 리처드 탈러를 ‘그만두기 코치’로 뒀다. 책은 우리가 그만두기를 어려워하는 이유를 ‘이케아 효과(IKEA effect)’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사물뿐만이 아니라 생각도 소유한다. 직접 손수 조립한 이케아 가구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내린 결정을 소유물로 여기고 이에 더 큰 가치를 매겨 내려놓아야 할 상황에도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다.

책은 잘 그만두기 위한 방법으로 구글이 활용하는‘원숭이와 받침대 모델’을 소개한다. 구글은 ‘X’라는 혁신 조직을 세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육성한다. 그러나 제아무리 구글이라도 투자할 수 있는 시간, 돈,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에릭 슈밋 구글 전 회장은 X가 프로젝트를 더 잘 중단할 수 있도록 원숭이와 받침대 모델을 고안했다.

원숭이가 받침대 위에서 횃불로 저글링하도록 훈련하는 상황을 가정하자. 이 일을 성공하기 위해선 두 가지가 필요하다. 원숭이 훈련과 받침대 만들기다. 받침대 만들기는 쉽지만 원숭이 훈련은 어렵다. 이 모델의 교훈은 원숭이를 훈련시키지 못한다면 받침대를 만들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즉,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문제의 가장 어려운 부분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TF팀을 꾸리고 명함을 새로 판다고 일이 진행된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 가장 어려운 일에 빠르게 매달리고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으면 과감히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불안을 마주하는 지금, 무엇을 이어 나가야 하고 무엇을 끊어내야 할까. ‘끈기’ 대신 ‘끊기’가 필요한 이유와 효과적인 그만두기 방법에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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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으로 시작한다. 이 말처럼 사람의 생각은 복잡하고 헤아리기 어렵다. 설령 큰돈을 다루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마음이 따르는 대로 행동하기도 한다.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는 자본시장에서 사람들이 기대감과 공포에 사로잡혀 자산을 사고파는 모습을 우리 모두가 지난 팬데믹을 겪으며 목도했다. 전통 경제학은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 보지만 직관의 존재를 부정하고서는 사람들의 경제적 행동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책은 재무적 의사결정에 놓인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행동경제학적 통찰을 제시한다. 심리적 사각지대를 없애 현명한 투자 행동을 하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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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넉스는 1972년 문래동 작은 천막 사무실에서 두 명의 직원과 함께 전자식 온도조절계를 개발하기 시작해 현재 1000명의 직원과 8000여 개의 제품을 생산하는 계측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거듭났다. 한영넉스를 세운 한영수 회장이 지난 50년간 작은 전자부품 회사를 글로벌 강소 기업으로 성장시킨 50가지 비법을 책으로 정리해 펴냈다. 한 회장은 대기업을 따라 기업의 사이즈를 키우는 게 만사가 아니라고 말한다. 적정 규모를 유지해야 글로벌 경쟁에서 존재감을 유지하는 한국형 글로벌 중소기업으로 장수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도전, 열정, 생존, 직원, 품질 등의 주제로 한국형 글로벌 강소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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