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산 정상에 도전하는 이들에게는 한 가지 절대적인 규칙이 있다. 바로 ‘반환시간’이다. 산 정상에 닿지 못했더라도 반환시간 전에는 꼭 캠프로 복귀를 시작해야 한다. 이 규칙을 지키면 살아 돌아와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지만 어긴다면 정상을 정복해도 하산하다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인지과학 전문가이자 포커 세계 챔피언인 애니 듀크는 ‘그만두기(QUIT)’가 성공을 위해 개발할 가치가 있는 중요한 의사결정 스킬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그릿(GRIT)’의 허점을 지적한다. 끈기는 가치 있는 어려운 일을 계속하게 만들지만 더 이상 가치 없는 일까지 계속하게 만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가치 없는 일을 빠르게 그만두고, 더 가치 있는 일에 한정된 자원을 써야 한다. 즉 빨리, 자주 관두고 가치 있는 일에 끈기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그만두기는 어렵다. 『생각에 관한 생각』의 저자이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 역시 그 사실을 깨닫고 『넛지』의 저자인 리처드 탈러를 ‘그만두기 코치’로 뒀다. 책은 우리가 그만두기를 어려워하는 이유를 ‘이케아 효과(IKEA effect)’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사물뿐만이 아니라 생각도 소유한다. 직접 손수 조립한 이케아 가구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내린 결정을 소유물로 여기고 이에 더 큰 가치를 매겨 내려놓아야 할 상황에도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다.
책은 잘 그만두기 위한 방법으로 구글이 활용하는‘원숭이와 받침대 모델’을 소개한다. 구글은 ‘X’라는 혁신 조직을 세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육성한다. 그러나 제아무리 구글이라도 투자할 수 있는 시간, 돈,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에릭 슈밋 구글 전 회장은 X가 프로젝트를 더 잘 중단할 수 있도록 원숭이와 받침대 모델을 고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