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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Biz Books

살아가다 일하다 만들다 外

최호진 | 341호 (2022년 03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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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것에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랫동안 사용해 손때 묻거나 긴 세월 이름을 지켜온 것에 끌리는 건 그것이 담고 있는 역사나 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생각에서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미나 페르호넨’은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을 주는 옷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긴 시간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도록 몇 년 전 구입한 옷을 기꺼이 수선해주기도 한다. 미나 페르호넨의 옷을 입은 기억이 옷과 함께 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자연에서 모티브를 따 손으로 그린 도안에서 탄생한 독창적인 천,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수명이 긴 디자인은 미나 페르호넨의 자랑이다. 무엇보다 고객이 미나 페르호넨의 옷을 오래 입어주는 것 자체를 큰 긍지로 여긴다.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시대에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지만 미나 페르호넨은 패브릭과 의류, 디자인 소품, 인테리어 등 다양한 영역으로 브랜드를 확장하고 있다.

책의 저자는 미나 페르호넨의 창업자다. 그는 브랜드를 이끌어온 과정과 그 안에서 느낀 점을 담담히 서술한다. 그는 고교 시절 육상 선수를 꿈꿨으나 부상으로 체육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미대 입시를 준비했다. 파리에서 어학교를 다니며 병행한 컬렉션 현장 아르바이트를 계기로 패션 업계에서 일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옷 만드는 일은 해본 적도 없고 잘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패션 업계로 진로를 결정하면서 다짐했다. 어떤 경우에도 절대 그만두지 않겠다고. 고작 몇 년이 아닌 몇십 년을 꾸준히 노력하면 어떻게든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애초에 잘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일이 주는 보람과 감동을 느끼며 조금씩 성장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미나 페르호넨의 경영 철학은 독특하다. 저자는 국내 섬유 산업과의 긴밀한 제휴를 통한 가치 창출이 핵심 경영 철학이라고 말한다. 국내 생산자와 협업을 고집하는 이유는 물류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또 지근거리에서 소통하기 위해서다. 옷감이나 디자인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이다. 이때 생산자와의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유사시에는 공장에 달려가 기계를 보면서 기술자와 직접 논의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미나 페르호넨은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는 국외 제조 방식 대신 국내 생산을 원칙으로 삼는다.

핀란드어로 ‘미나’는 나, ‘페르호넨’은 나비를 뜻한다. 나비가 춤추며 날아가듯 세계 곳곳에서 브랜드를 선보이고 싶다는 염원에서 출발한 미나 페르호넨의 제품은 현재 일본, 미국, 덴마크 등 11개국에서 만날 수 있다. 3평 남짓한 작업실에서 시작해 지금의 미나 페르호넨을 일군 과정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악전고투의 시간에는 일하는 사람,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기쁨과 긍지가 잔뜩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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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왜 스토리텔링에 열광할까? 바로 이야기가 가진 힘 때문이다. 같은 메시지나 데이터도 스토리를 결합하면 전달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인지심리학자 제롬 브루너에 따르면 사람들은 스토리를 통해 정보를 접할 때 22배 더 잘 기억한다.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공감을 사려면 스토리를 적극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픽사에서 20년간 스토리 제작자로 일한 저자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토리 법칙을 9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8초 안에 고객을 사로잡고 창의적인 업무 환경을 만드는 방법 등 탁월한 스토리텔러가 되기 위한 핵심 비결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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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에 활용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다. 과거 AI가 온실 내 온도와 습도를 조절했다면 최근 AI는 토마토 색깔을 인식해 수확 시기와 생산량을 예측한다. 다양한 생육 상태의 토마토 색깔을 학습한 AI가 재배 중인 토마토 색깔을 인식해 숙성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저자는 다양한 예시를 들어 AI 기술의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 AI를 편향적으로 이해하기보다 우선 기술의 전체 그림을 머릿속에 그려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AI의 탄생 배경과 최신 동향, 미래 발전 가능성은 물론 극복해야 할 한계점까지 두루 다뤘다. AI의 과거, 현재, 미래를 집약한 핵심 가이드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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