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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진 맥킨지 파트너 인터뷰

“업무 배경-목적을 먼저 생각하라”

정임수 | 13호 (2008년 7월 Issue 2)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한국 직장인들은 업무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자료를 수집하고, 자료를 꾸미는 일에 시간을 가장 많이 투자합니다. 이는 문제 해결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대체 문제가 무엇인지(what)’, 수집해서 분석한 자료가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so what)’에 가장 신경 써야 합니다. 끊임없이 what과 so what을 생각해야 하는 거죠. 이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적 사고의 기본 바탕입니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맥킨지의 이용진 서울 사무소 파트너는 문제 해결을 위한 국내 직장인들의 사고 기술(thinking skill)이 미흡하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맥킨지는 ‘7단계 문제 해결 프로세스(7 Step Problem Solving Process)’라는 문제 해결 기법으로 유명하다.
 
이 파트너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 T)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1997년 맥킨지 보스턴 사무소에 입사했으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맥킨지 실리콘밸리 사무소를 거쳐 2003년 서울 사무소로 옮겼다. 소비자 가전, 이동통신 서비스 분야 등에서 인수합병(M&A), 성장, 기업 전략 및 마케팅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했다. 이 파트너로부터 사고의 방식을 개선하고, 효과적인 사고의 기술을 익히기 위한 방법을 들어봤다.
 
한국 직장인들의 사고 기술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업무를 할 때는 항상 ‘what’과 ‘so what’의 이슈가 발생한다. what은 내가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하는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한국 직장인은 대부분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즉 문제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왜 이 업무를 해야 하는지, 이 업무가 전체 회사 경영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잘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배경에 의해, 어떤 목적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모른 채 그저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니까 무작정 업무를 수행하는 이가 상당수다.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단계부터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So what은 문제 해결을 위해 자료를 수집해서 분석한 뒤 분석한 자료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정리해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이다. 제대로 시사점을 도출하려면 so what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져야 한다. 자료가 담고 있는 의미를 찾아내고, 이를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시사점을 찾아내야 한다.
 
하지만 한국 직장인들은 수집한 자료에서 시사점을 찾는 대신 수집한 자료로 파워포인트를 만드는 일에 먼저 매달린다. 자료를 보기 좋게 만드는 데 더 신경을 쓴다는 얘기다. 파워포인트에 치중하는 것이야말로 업무의 생산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생각을 틀에 가두는 길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So what에 대한 질문을 던져 시사점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습이 필요하다. 먼저 파워포인트부터 만들지 말고 워드나 한글 문서를 써 보라고 권한다. 워드로 핵심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하라. 필요한 정보들을 추려 전체 스토리라인을 정리하는 게 생각을 정리하고 시사점을 도출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또 포스트잇이나 인덱스카드에 수집한 자료들을 모두 적어서 테이블 위에 펼쳐 놓고 보라. 고객 매출, 매출 변동폭 등 모든 데이터를 테이블 위에 놓고 보면 이 자료들이 어떤 의미를 주는지 알 수 있다.
 
맥킨지에서는 도제식(apprenticeship)으로 이런 연습을 시킨다. 윗사람이 어떻게 했는지 보면서 시사점 도출을 위한 연습을 하는 게 중요하다. 또 팀 회의를 통해 어떤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는지 계속 토론해야 한다.
 
What, 즉 문제 해결에 접근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먼저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제의 배경은 무엇이고 의사결정권자는 누구이며 핵심적으로 영향을 주는 부분이나 성공을 위한 기준은 무엇이며 솔루션의 범위는 어떠해야 하며 걸림돌은 무엇인지 등 모두 따져야 한다. 이게 문제를 정의하는 작업이다.
 
맥킨지의 7단계 문제 해결 방법론은?
1단계는 앞에서 설명한 문제 정의(define problem) 단계다.
 
2단계는 문제를 세부 이슈화해 초기 가설을 세우는 문제 구조화(structure problem) 단계다. 이때 모든 대안이 빠짐없이 검토될 수 있도록 문제를 분해하고 해체해야 한다. 예를 들어 A 통신회사가 성장 기회를 어디에서 찾아야 되는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자. 1단계에서 문제를 간단히 정의했다면 2단계에서는 문제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통신 서비스 외에 콘텐츠, 유통 사업, 단말기 사업 등 세분화한 각 분야에서 어떤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는지 모두 찾아야 한다. 이것을 로직 트리로 만들면 엄청나게 큰 트리가 나올 것이다. 그래도 모두 다 그려야 한다. 이런 큰 틀을 가지고 차차 범위를 구체화시켜 나가야 한다. 검토할 수 있는 이슈들을 모두 펼쳐 놓고 나서 좋은 방안을 추려내는 것과 처음부터 일부만 고려한 뒤 결정하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3단계는 ‘이슈의 우선 순위화(prioritize issues)’ 단계다. 가장 중요한 이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이슈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작업이다. 중요도가 떨어지는 이슈는 제거하고, 어떤 이슈가 문제에 가장 중요한지 파악해야 한다. 앞에서 예로 든 A 통신회사는 3단계에서 2단계 때 쏟아낸 수많은 성장 기회의 이슈 가운데 걸림돌을 찾고, 일부는 버리는 등 성장 기회 방안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4단계는 이슈 분석을 전개하고, 워크 플랜을 세우는(develop issue analysis and work plan) 단계다. 팀이 어디에서 어떻게 시간을 쓸 것인지 작업 계획을 세우는 과정이다. 이때 업무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있어 팀장 역할이 중요하다. 핵심 자료 분석이나 키워드 중심으로 팀원들에게 업무를 배분한 뒤 팀 단위로 다시 토론을 가져야 한다.
 
5단계는 이슈별로 자료를 수집하고 가설을 증명하는 등 실제 분석을 수행하는(conduct analyses) 단계다. 핵심 이슈들을 증명 또는 반증하기 위해 자료와 가설을 오가며 분석해야 한다. 국내 기업은 이 단계에서 자료 수집에 시간을 가장 많이 쓴다. 이게 문제다. 그리고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모은다. 책상에 앉아 리서치하는 사람은 제대로 된 자료를 모을 수 없다. 자료 수집 및 증명을 잘하는 사람은 발로 뛰는 사람이다. 과거 실제 그 업무를 한 사람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경쟁사에 대한 분석을 하려면 경쟁사 직원들이 자주 가는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정보를 얻고, 외국기업에 대한 정보를 알려면 투자자 설명회를 쫓아가고 현지 언론을 만나면 된다.
 
6단계는 분석한 결과를 종합해서 시사점을 도출하는(synthesize findings) 단계다. 앞 단계에서 수집하고 분석한 자료들이 어떤 시사점을 내포하고 있는지 ‘so what’을 생각해야 한다. 자료를 조사하고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료가 담고 있는 의미를 파악하고 문제 해결에 필요한 시사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시사점을 도출하는 방법들은 앞에서 간단히 소개했다.
 
시사점을 도출할 때는 분석한 사람의 의견이나 해석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때 해석을 구체화할 때 글을 쓰는 것보다 그림을 그리는 게 좋다. 피라미드, 로직 트리 등 여러 형태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림은 생각을 구체화하는 방법이다. 의견이나 해석은 다른 사람에게서 피드백을 받는 게 중요하다. 생각을 그림으로 시각화하면 다른 사람이 틀린 부분을 찾기 쉽고, 피드백을 받기에도 편하다. 중요한 것은 그림을 그릴 때도 파워포인트보다 손으로 직접 그리길 권장한다. 파워포인트 만들기에 시간을 뺏기면 생각이 잘 안 나온다. 파워포인트 등 다른 작업에 시간을 뺏기지 말고 근본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생각을 하는 데 시간을 써야 한다.
 
7단계는 제안 도출(develop recommendation) 단계다. 시사점 도출을 통해 나온 솔루션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이다. 문제 해결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의사결정권자에게 프리젠테이션 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쉽다.
 
여기에 유용한 팁이 있다. 국내 직장인들은 파워포인트로 보고서를 만들어 그대로 읽으면서 프리젠테이션을 한다. 그러면 듣는 사람도 지루하고, 주목도 또한 떨어진다. 이때는 몇 가지 핵심 데이터를 보고서에서 빼고 직접 말로 전달하는 게 좋다. 핵심 자료를 직접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듣는 이들의 주목을 끌 수 있고, 보고하는 사람의 신뢰도도 높일 수 있다.
 
이처럼 사고방식을 바꾸고, 효과적인 사고 기술을 익히는 것은 왜 필요한가?
국내 직장인들은 위에서 지시하는 대로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 없이 업무를 처리할 때가 많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 기술을 제대로 익히면 모든 사원이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에 대한 목적을 공유할 수 있다. 업무 효율성은 물론 기업의 부가가치 창출도 높아진다. 또 이로 인해 조직 내 생각하는 문화가 바뀐다.
 
맥킨지의 7단계 문제 해결 프로세스와 같은 툴을 다른 컨설팅 회사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툴보다 조직 내에 생각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국내 사장 및 임원단 회의를 보면 사장 외에 얘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신입사원이 처음에는 의사 표현을 잘 하다가도 회사 생활을 해나가면서 자기 의견이 없어지는 게 국내 기업 문화다. 위아래 구분 없이 구성원들의 개인 생각을 마음껏 표현하고, 그 생각을 존중해 주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문화를 구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런 문화가 조성되면 툴은 어떤 것이든 쉽게 적용할 수 있다. 이런 문화에서는 여러 사람의 의견이 반영되고, 각자의 생각이 존중되면서 훨씬 더 깊은 답, 훨씬 더 창의적인 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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