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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Coaching

“못난 놈” 꾸중 들으며 자란 2세·3세 자존감 낮아져 기업에 독이 될 수도

김현정 | 193호 (2016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한국전쟁 이후 본격적 산업화가 시작한 이후 6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수많은 기업들이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세대교체에 불안을 느끼는 2세와 3세가 많다. 특히 성장과정에서부터 겪은 아버지와의 갈등이 긴장감을 고취시키고, 이것이 개인적, 조직적 불행으로 이어진 사례가 많다. 아들을 강하게 키우기 위해 비난과 폭력을 행사하는 창업주 아버지와의 관계 때문이기도 하다. 초로(初老)의 자식에게 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재계 리더도 있다. 그렇게 키운 아들은 자존감이 낮다. 스스로를 존중하지 못하기 때문에 남도 믿지 못한다. 격려가 인색한 아버지 밑에서 자기효능감을 쌓을 기회를 잃었다. 아들이 앞으로 큰 사업을 잘 일궈나가게 하려면 그가 바로 설 수 있게 등을 내줘야 한다. 그리고 이미 아들의 상처를 보듬기엔 늦었다고 판단된다면 지난 세월의폭력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후계자는 스스로 심리적 힘을 키워야 한다.

 

영화베테랑 1000만 관객을 모았다. 이 영화는 인간적인 열혈 형사들과 극악한 재벌 3세 및 그의 비호세력들 간의 전쟁을 그린 영화다. 그래서 선과 악이 명확하다. 나약한 듯 보이지만 가난한 자와 어린이의 편이었던 선()은 결국 철옹성 같던 악질적 자본에 수갑을 채운다. 하지만 선과 악이 아닌불쌍한 사람으로 시선을 바꾼다면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산과 악을 떠나 등장인물 중 불쌍한 사람은 누구일까.

 

배우 유아인이 영화 속에서 연기한 재벌 3, 조태오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막장 드라마의 주인공 요건을 다 갖췄다. 외모는 말할 필요도 없고, 매너 역시 기가 막히다. 아버지 병문안을 가기 위해 탄 병원 엘리베이터에서는 경호원들의 제지를 만류하며 휠체어를 탄 환자들을 친절히 태워준다. 부족한 것 없이 자라 아량도 넓고 친절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는보이는것에 불과했다. 실상은 경영승계 과정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까 안절부절하고 연예인들과 환각파티를 벌이며,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직접 마약까지 투여하며 낙태를 종용하는 망종이다.

 

하청의 하청으로 몇 백만 원을 떼여 1인 시위를 하는 트럭 운전수를 사무실로 불러들여 유혈이 낭자한 주먹다짐을 시키고는 수표 몇 장 들려 내보낸다. 그것도 어린 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말이다. 이렇게 했는데도 항의를 계속하는 운전수를 결국 직접 때려 죽이고 자살로 위장하기에 이른다. 이를 파헤치기 위해 수사를 시작한 경찰을 살인하라고 지시하기까지 한다. 마치 실제 일어난 사건을 다룬 신문 기사들을 짜깁기한 듯 끔찍하지만 익숙한 시나리오다.

 

재벌가 가정의 명암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불쌍한 사람은 누구일까. 억울하게 죽은 서민, 자본의 잔혹함을 맛본 사람들은 분명 피해자다. 그러면 조태오는 어떤가. 극악한 범죄자지만 그의 성장과정을 보면 인간적인 동정심이 우러나기도 한다. 그는 재벌가 출신이긴 하나 서자다. 그의 가정은 이미 태어나면서부터 치열한 전쟁터였다. 아버지의 인정과 관심을 통해 얼마나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물려받느냐 하는 전쟁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됐다. 배가 다른 형과 누나를 뛰어넘어야 했다. 그의 실제 꿈 따위는 가족 중 누구도 관심이 없었다. 그저 사업에서 이겨야 했고, 이 전쟁의 심판은 아버지였다.

 

 

 

 

이는 재벌이 아니라도 자수성가한 기업가 가정에서 쉽게 목격이 된다. 큰 사업을 일으키거나 물려받은 재벌가 아버지들은 자식들을 강하게 키우려 한다. 본인이 사업을 일으키는 동안 지켜본 험한 세상을 한없이 약하기만 한 내 자식이 이겨낼 수 있을까, 과연 내가 일군 사업을 잘 지킬 수 있을까 하는 노파심에서다. 내 자식은 장성을 해도 아이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1세들의 심리 속에는 은연중 2세에 대한 질투심도 내재돼 있다. 나는 온갖 고생을 해서 이렇게 힘들게 기업을 일궜는데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 은수저를 물고 나온 아들이 얄미울 수 있다. 그런데도 단번에 성공하지 못하고 헤매는 아들이 그렇게 못나 보일 수 없다.사업을 일구는 동안 기득권, 자본가들에갑질을 당했던 생각을 떠올리면 태어날 때부터 기득권, 자본가인 아들의 얼굴에까지 그들에 대한 적대감이 투영된다. 게다가 부자 관계에는 본원적으로 긴장감이 존재한다. 프로이드는 이를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불렀다.

 

따라서 보통의 경우 같은 2세라도 딸보다 아들에게 더욱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게 된다. 그리고 기대치를 채우지 못하면 언어적, 심지어 신체적 폭력을 가한다. 재벌가의회장님이 아들에게 폭력을 가한다고 이를 말릴 사람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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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정

    김현정Hyun8980@gmail.com

    - 아주대 협상/코칭연구센터장
    - 아주대 경영대학원 특임교수
    - 숭실대 혁신코칭컨설팅학과 주임교수
    - INSEAD Global Leadership Center 방문연구원
    - 삼성전자 리더십 개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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