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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경영

분노 폭발, 15분만 참아라 화의 폭풍이 지나가리니…

우종민 | 160호 (2014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자기계발

화병(hwa-byung)은 수백 가지 정신병 가운데 유일하게 우리나라 말로 만들어진 병명이다. 별로 자랑스럽지 않게도, 한국 사람들이 가진 분노적 기질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다. 분노의 부정적 효과는 다양하다. 금세 전파된다. 건강에 좋지 않다. 중독된다. 화가 치민다면 15초만 참아보자. 15번만 규칙적으로 호흡을 해보자. 화를 내야 한다면 스마트하게 내자. 유머를 구사하거나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지적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분노의 칼날이 사람에게 향하도록 하지 말고 그의 실수나 잘못된 행동에 초점을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편집자주

강한 마음 없이는 건강한 개인도, 건강한 조직도 불가능합니다. 갈등과 편견을 줄이고 몰입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다. ‘대한민국 리더들의 심리주치의로 불리는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가 건강한 개인과 조직을 위한 처방전을 제시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가장 흔한 스트레스 증상 =

업무 현장에서 마음을 경영하는 데 가장 흔하면서 어려운 것이 바로 분노다. 서양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우울하다’ ‘불안하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필자가 국내에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반응은 바로분노. 한 설문조사에서는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중 8명이자신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을 표출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바 있다. 요즘 감정경영 또는 감성경영이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적어도 국내에서는 분노 문제가 정리돼야만 이런 논의가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리에게 분노()는 친숙하다. 정신건강상 병명이 수백 가지인데 그중 유일한 메이드인 코리아 증상이 바로화병이다. 그만큼 분노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유독 많이, 그리고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분노 반응의 종류도 다양하다. ‘화가 난다’ ‘짜증난다는 심리적·감정적 반응과열받는다’ ‘욱 한다’ ‘치밀어 오른다등 몸으로 느끼는 신체적 반응이 있으며 언어폭력이나 인격모욕, 직접적인 적대적·공격적 행동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분노는 개인의 문제일까, 아니면 조직의 문제일까? 유전적인 문제일까, 아니면 후천적인 양육 환경의 문제일까? 만약 분노가 전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애초에 분노는 왜 생기는 것일까? 분노의 진화적 의미와 기능은 무엇일까?

 

분노의 기능

원래 분노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자신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자극이나 외부인에게 저항하는 방어적 목적을 가진다. 더 적극적으로 보면 현실에 대한 불만과 분노는 개인과 조직,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현재에 너무 만족하면 발전이 없다. 부족한 나 자신에 대한 분노가 오뚝이 정신으로 이어진다. 불만족스러운 대우나 한심한 자신의 처지에 화가 나서 와신상담(臥薪嘗膽)을 이룰 수 있다. 나의 노력과 기여를 인정해주지 않는 상대방에 대한 분노 때문에 창업가 정신을 발휘하고 승부근성을 키울 수도 있다. 조직을 관리할 때 리더가 화를 내면 직원들이 그 일에 더 몰두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분노는 위험을 회피하려는 소극성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여기까지가 분노의 순기능이다.

 

하지만 분노가 순기능을 발휘하려면 일정한 숙성 기간이 필요하다. 그 자리에서 터뜨린 분노는 파괴적이기만 할 뿐 장기적으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즉각적인 분노는 패자의 분노이고 정제된 분노는 승자의 분노다. 사소한 일에 앞뒤 재지 못하고 터뜨린 순간의 분노 때문에 두고두고 후회한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부끄러움을 참고 고백하자면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후회를 하고도 사람들은 또 즉각적인 분노의 함정에 빠진다. 이유가 무엇일까. 여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분위기가 나쁜 직장이라면 분노의 학습효과가 생긴다. 화를 내니까 내가 원하는 결과가 빨리 나오는구나’ ‘좋게 말해봐야 소용없어. 역시 성질을 내고 다그쳐야 된다니깐. 그러면 바로 말을 듣잖아등의 인식이 팽배하게 된다. 이럴 때 상사의 화는 자기 목적을 빨리 관철시키기 위한 도구로 이용된다. 행동의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어떤 행동에 대한 보상(reward)이 즉각 따라오면 그 행동이 강화(reinforce)돼서 더 자주 더 강하게 일어난다.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해 내가 원하는 결과물(직원의 복종이나 명령 수행)이 빨리 나타나면 더 적극적으로 화를 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볼 때 감정적으로 화를 심하게 낼 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화를 내고 거칠게 강압적으로 지시하는 일이 반복된다. 화를 내는 행동이 점점 더 당연시되는 것이다.

 

이렇게 잘못된 행동이 반복되면 분노가 습관으로 굳어진다. 학습된 행동패턴은 몸에 배기 때문에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쉽게 목청을 높이고 조바심을 내면서 짜증을 일상화한 직장인은 집에 가서도 배우자나 아이들에게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기 쉽다. 남을 믿지 못하고 의심이 많은 사람, 불리한 상황이 되면 무조건 남을 탓하거나 고의적이라고 단정하는 사람, 걸핏하면 무시당했다고 열받는 사람, 자기 기준이 엄격한 완벽주의자 등이 습관성 분노 중독에 빠질 위험이 있다. 전 애플 CEO 스티브 잡스는 자기 기준에 못 미치면 불같이 화를 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잡스도 화를 내는데 내가 화를 내는 것이 뭐가 문제냐?”라고 말하는 분은 없으리라 믿는다. 우리는 잡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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