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를 위한 시(詩)적 상상력
Article at a Glance – 혁신, 인문학 아이들이 어른보다 기발한 생각을 더 많이, 더 쉽게 하는 이유 모든 사물을 자기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 시 창작의 또 다른 기법인 ‘의인화’ 사물이나 자연을 나 아닌 사람으로 만들어 놓고 그 의미나 행동을 파악 의인화가 창조 아이디어로 이어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 모든 사물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사물 중 가장 우수하고 좋은 사물은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편집자주
시(詩)는 기업 경영과 별로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는 뻔히 보여도 보지 못하는, 혹은 사람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을 알려주는 지혜와 통찰의 보고(寶庫)입니다. 현대 경영자에게 무한한 창조적 영감을 주는 시적 상상력의 원천을 소개합니다.
언젠가 TV를 보고 있는데 어린아이가 출연해 자신이 쓴 이 동시를 읽고 있었다. 내용은 보시다시피 반찬들이 어린이의 입에 들어가기 위해 각자의 재주를 뽐내면서 어린이의 눈에 들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 동시를 듣고 있던 연예인들은 감탄을 했다. 어떻게 그렇게 기발한 생각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어른들이 기발하다고 생각한 그 내용은 사실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왜냐하면 반찬을 사람으로 생각하고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나 행동을 서술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은 모든 사물을 이처럼 자기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이 어른보다도 기발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사물이나 자연을 사람으로 생각하는 이런 사고 능력은 정답이 정해져 있는 교육을 받으면서 사라지고 만다.
어른이 돼도 이런 능력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시인들이다. 시인들은 자신이 쓰고자 하는 시적 대상을 사람으로 만들어 관찰하는 데 익숙하다. 사람으로 만든다는 것은 곧 의인화한다는 얘기다. 말하자면 시인들이 시를 쓰기 위한 관찰의 기초이자 생각의 기초가 시적 대상을 사람으로 만드는 의인화라는 얘기다.
의인화는 관찰의 기초이자 생각의 기초
자, 그러면 이제부터 시인들의 시 창작 특급비밀 ‘의인화’ 얘기를 해보자. 필자는 얼마 전 출간한 책 <감성의 끝에 서라>에서도 이 부분을 소설가 고(故) 박완서 선생의 경우와 도종환 시인의 예를 들어 설명한 바 있다. 그 부분을 정리해서 잠깐 인용하겠다.
박완서 선생은 봄이 되면 마당에 나가 자신이 심어 놓은 봄꽃의 출석부를 만들어 꽃의 출석을 불렀다고 한다. “해당화, 산수유, 매화, 개나리, 진달래, 목련….” 이런 식으로 말이다. 노 소설가가 작은 종이를 들고 꽃 이름을 부르면서 여기저기 돌아보는 모습이 눈에 선하지 않은가. 아름답게 보이려고 박완서 선생이 일부러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자연을 사람으로 만들면 이런 아름다움을 연출할 수도 있다.
더불어 도종환 시인의 대표작 중에는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는 시가 있다.
외환고 부족으로 인해 IMF(국제통화기금) 지원을 받으면서 나라 경제가 곤두박질치던 시절, 당시 직장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로 뽑혔던 작품이다. 시인은 이 시를 창작하게 된 배경을 말한 적이 있다.
시인이 길을 가고 있었는데 문득 길 한쪽에 꽃이 한 무더기 피어 있었다. 그런데 그 꽃 중 하나가 코스모스처럼 생겼는데 아닌 것도 같고 해서 ‘저 꽃이 무슨 꽃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꽃으로 다가갔다. 마침 그때 바람이 살짝 불었는데 꽃이 휘청하면서 흔들렸다. 시인은 그 장면을 보고 ‘아니, 바람이 살짝 불었는데도 이렇게 흔들리네. 그러면 사는 동안 내내 엄청나게 흔들렸다는 거네. 힘들었겠다’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가만히 들여다보니 잎사귀에는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비가 온 후 작은 바람에도 휘청하는 꽃이 물까지 달고 있었던 것이다. 이 고통을 이겨내야 꽃이 핀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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