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says

남성도 여성만큼 수다스럽다

151호 (2014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자기계발

대화의 특성

즉흥성과 불확실성. , 대본을 보면서 연설은 할 수 있어도 대화는 할 수 없는 것처럼 애드립(ad-lib)이 넘쳐나고 대화 결과도 예측할 수 없음.

사람들이 대화 소재를 발굴하기 위해 힘쓰는 이유

자신이 습득한 정보나 지식을 활용해 남들에게 허세부리고 싶어 하는피코킹(peacocking)’이 이유.

보편적인 대화 행동 특성

대화 상대에 따라 목소리를 바꾸고 사용하는 어휘도 달라짐. , 매력적인 이성과 대화할 때는 목소리를 낮춰 조용하고 침착한 말투를 사용하려 함. 또한, 남성들은 나이 많은 여성과 데이트할 때보다 나이 어린 여성과 데이트할 때 훨씬 다양하고 난해한 어휘를 사용하려는 경향을 보임.

 

인간 = 대화하는 동물

인간은대화하는 동물이다. 그것도 아주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주제로 대화한다.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사원과 최고경영자(CEO), 성과 나이, 직종에 따라 대화의 양과 질이 다르다. 홀로 있을 때도자기 대화(self-talk)’를 통해 자신을 다독거리고, 대화를 통해 홀로임을 극복하는 것이 인간이다. 독방 수감을 고문이라고 하는 것도 대화할 수 없는 외로움 때문이다. 대화를 통해 류머티즘과 같은 질병을 치유하거나 어린아이의 지능 계발도 도울 수 있다는 건 대화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 보여주고 있다. 인간사회의 핵심이지만 너무 흔하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천대받고 있는 것 또한 대화다. 끝없는 대화 속에 파묻혀 살기에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지 못하지만 대화는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을 완성해준다.

 

침묵 대신대화가 금인 시대다. 우리 문화는침묵이 금이라며 침묵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익숙한 우리나라 유학생이 미국 생활에서 가장 좌절감을 느끼는 것이 대화나 토론에서의 소극적인 태도다. 유학생은 토론 시간에 부처님처럼 묵묵히 앉아 미소만 짓다 날벼락 성적을 받는다. ‘답을 알고 있지만 수업을 방해할까 봐라고 변명하지만 이미 기차는 떠난 뒤다.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는 현실에서 침묵은 무능의 표현일 뿐이다. 이스라엘의 토론식 교육 방식인 하브루타(Havruta)가 새롭게 주목받는 것도 대화의 중요성 때문이다. ‘말로 할 수 없으면 모르는 것이다는 평범한 진리, 침묵보다는 대화, 그리고 대화도 품질관리가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대화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CEO의 대화

누구보다 바쁜 사람이 CEO. 그들의 스케줄을 보면 혼자 보내는 시간보다 함께 보내는 시간, 침묵하는 시간보다 대화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다. CEO는 하루에 얼마나 대화할까? 대기업과 중소기업 CEO의 대화는 차이가 있을까? 또한,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는 하루 대화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개인이나 나라별로 차이가 있지만 인생 대부분을 타인과 함께 보낸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혼자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 타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거의 10∼13시간으로 조사됐다. 대화하는 시간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6∼12시간에 이른다. 10분 내외의 대화가 대부분이지만 대화를 하는 것이 사회생활의 주축인 셈이다. (그림 1)

 

그림 1 CEO는 하루 평균 6∼12시간을 대화하는 데 쓴다

 

세계적인 경영 사상가인 헨리 민츠버그(Henry Mintzberg) 교수는 지난 1975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사람들이 기대하는 CEO의 모습과 전혀 다른 데이터를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CEO가 계획의 수립·추진·통제보다 대화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주장했다. 대화의 부담은 기업 규모에 따라 달랐다. 중소기업 CEO는 업무시간의 65%, 대기업 CEO 75%를 대화에 투입했다. 심지어 식사·술 약속도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것보다는 대화가 주된 목적이라는 점에서 대화의 부담은 더 늘어난다. 대화 자체가 직업인 화이트칼라나 대화의 비중이 적은 블루칼라도 대화가 직업만족도를 좌우한다. 많은 후속 연구도 이 같은 결과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각본 없는 드라마, 대화

중요한 모임이 있거나 이성을 처음 만날 때는 누구나 긴장한다. CEO가 대주주나 바이어를 만날 때는 첫마디를 어떻게 시작하고,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기 마련이다. 마치 마음에 드는 이성을 처음 만날 때와 유사하다. 하지만 직원이나 가족을 만날 때는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다. 또한 부부싸움을 하고 난 뒤에 부부가 대화에 들이는 투자는 달라진다. 상대방이나 상황에 따라 대화에 대한 투자가 달라지는 것이다.

 

대화는 각본이 없다. 대본을 보면서연설할 수는 있어도 대본을 보면서대화할 수는 없다. 대화의 가장 중요한 속성 중 하나가 바로 애드립(ad-lib), 즉 즉흥성이다. 이 점에서 대화는 스포츠 게임과 유사하다. 다른 하나는 대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다. 즉 대화를 시작하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처럼 대화 도중 온갖 시한폭탄이 터질 수 있어 대화가 중단될 수도 있고 계속될 수도 있다. 두 경쟁상대가 만들어 내는 스포츠 게임처럼 대화도 서로가 만들어 가는 합작품으로 즉흥성과 결과의 불확실성이 대화의 묘미를 더해준다. 중요한 미팅을 앞두거나 이성을 만날 때 우리가 잔뜩 긴장하는 것도 각본 없이 애드립으로 불확실한 상황을 타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화할 때 우리는 상황이나 상대방에 따라 대화 주제나 난이도를 카멜레온처럼 조정해야 한다. 대화라는 여행을 하는 사람은 파노라마처럼 변화하는 멋진 풍경에 감동한다. 단조로운 거리풍경이 계속되면 이내 싫증을 느끼고 여행을 중단하고 싶어 한다. 말을 반복하면 사람이 질리듯이 대화도 항상 낯선 곳, 경치 좋은 곳을 여행하는 느낌을 줘야 하므로 투자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대화 소재를 발굴하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책이나 신문을 읽는 등 소재 개발에 매달린다. 자신이 습득한 정보나 지식은 대화 소재로 활용돼 자신을피코킹(peacocking, 허세를 부리며 으스대는 것)’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넷에 흥미로운 소재를 올려 사람들이 공유하거나 대화 소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수익을 올리는 블로거도 있다.

 

소재의 다양성과 함께 전문성도 대화 성공의 필요조건이다. 기술 발달로 소재의 전문성은 쉽게 검증할 수 있다. 대학생은 강의내용을 현장에서 스마트 기기로 검증할 수 있다. 교재에 의존하는 강의는 오래된 지식이 대부분이지만 학생들은 스마트 기기로 최신 논문을 내려 받아 강의내용을 앞서고 있다. 최신 과학 지식을 게재한 학술저널을 통해 최첨단 의학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가능해진 시대에허준의 <동의보감>’을 팔고 있는 셈이다. ‘피 한 방울이면 수백 가지 병을 진단할 수 있는 최첨단 시대에 여전히 허준의 <동의보감>을 파는 것을 보면 그 전문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계량할 수 있다. 신경과학의 발달로 시대의 지성으로 추앙받던 철학자까지 퇴출당하는 시대에 고전을 이것저것 짜깁기한 지식으로 전문성을 과시하는 대화는 퇴출 대상이다. 대화 소재의 전문성을 즉시 검증할 수 있는 시기에 대화의 전문성은 무엇보다도 어려운 주제다.

 

수다의 남녀평등

사람은 누구나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사회적으로는 남성보다 여성이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고정관념이 강하다. 남성과 여성의 대화빈도를 물어보면 항상 여성이 남성보다 말이 많다는 답이 나온다. 하지만 실제 연구는 남성도 여성처럼 만만치 않게수다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2007년 미국 애리조나대의 멜(Mehl) 교수팀은 남성 역시 여성만큼이나 수다스럽다는 실증적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 깨어 있는 시간(17시간) 동안 남성은 15669단어, 여성은 16215단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다에서 남녀평등이 확인된 셈이다. (그림 2)

그림 2 남성도 여성만큼 수다스럽다

 

애드립 특성 때문에 대화 과정에서 인간은 카멜레온처럼 변화해야 한다. 카멜레온처럼 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는 대화상대에 따른 목소리와 어휘 구사의 변화에 대한 것이다. 우선 목소리 변화에 대한 연구다. 지난 2010년 미국 올브라이트대 휴즈(Hughes) 교수팀은 대화 상대의 매력에 따라 남녀가 자신의 목소리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남녀 모두 매력적인 이성과 대화할 때는 목소리를 낮춰 조용하면서 침착한 말투로 변신해 좋은 인상을 주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주변에 있는 제3자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그림 3)

그림 3 상대방의 매력도에 따라 목소리가 달라진다

 

사용하는 어휘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은 어떤 어휘를 구사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전문성이나 지능, 즉 교육수준을 드러낼 수 있다. 따라서 피코킹(peacocking) 의지가 강할수록 다양하고 난해한 어휘구사에 집착하게 된다고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2008년 영국 노팅엄대의 로젠버그(Rosenberg) 교수는 어휘구사 수준이 대화 상대의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로맨스 상황에서 남성은 상대방이 나이 많은 여성일 때보다 젊은 여성일 때 흔히 사용하지 않는 어휘를 더 구사했다. 여성 또한 구사하는 어휘가 이성의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특성을 보였다. 이는 남성과 여성이 이성의 호감을 사기 위해 교육 수준과 지능을 과시할 수 있는 어휘구사에 투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회적 지위의피코킹(peacocking)’, 대화

텔레비전을 보면 대통령이 말하는 동안 다른 장관들은 메모하거나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초등학생이 교사의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과 유사하다. 하지만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이 말할 때는 메모도 하지 않고 주목도 하지 않는다. 대화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주목을 받지 못하면 당혹하게 된다. 대화 내용이나 태도는 사회적 지위에 따라 달라진다. 대화할 때 누가 힘 있는 사람이고, 누가 힘없는 사람인지는 어린애도 알 수 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크라우스(Kraus) 교수팀은 지난 2009년 사회경제적 지위가 낯선 사람과의 상호작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했다. 연구 결과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은 낙서 등 딴청을 부리며 대화에 몰입하지 않았다. 또한, 미소나 머리를 끄덕이면서 긍정하는 등의 몰입 시그널을 보내는 데 인색했다. 이에 비해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은 집중하고 미소나 고개를 끄덕이는 등의 몰입 시그널을 많이 보냈다. 이처럼 인간의 대화 스타일은 사회적 지위에 따라 은연중에 달라진다. 대화마저 사회경제적 지위의 포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대화는 언어를 도구로 하는 인간의 중요한 생존법이다. 인간은 대화를 통해 자신의 의도를 충실히 전달하기도 하지만 속임수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또한 대화를 통해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대화를 분석하면 성격, 사회적 지위, 감정 등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언어는 대화의 도구이기도 하지만 인식의 도구로 우리의 사고를 확대해 준다. 전문지식을 배우고 전문용어를 구사하는 것도 교육수준과 지성을 과시하는 피코킹(peacocking)이다.

 

인간의 행복도 좌우하는 대화의 힘

대화는 행복과도 관련돼 있다. 네델란드 에라스무스대 어르만스(Oerlemans) 교수팀은 1300명을 대상으로 성격과 행복 간 관계를 분석한 결과 내성적인 사람보다 외향적인 사람이 더 행복해 하는 사실을 입증했다. 어르만스 교수팀은 외향적인 사람이 내성적인 사람보다 대화 같은 상호작용에 더욱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이런 반응이 인간관계에서 긍정적 보상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 외향적 사람은 뜨개질이나 독서처럼 주로 혼자서 즐거움을 찾는 활동보다는 대화처럼 상호교류가 있는 활동에서 얻어지는 심리적 보상(: 상대방의 말에 맞장구를 쳐 주거나 격려해 주는 등의 활동)에서 더욱 만족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화를 통해 긍정적인 심리적 보상을 얻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매달리고, 이 같은 성향 차이 때문에 외향적인 사람이 내성적인 사람보다 더 행복해 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보첸-볼차노 프리대(Free University of Bozen-Bolzano) 그라치오틴(Graziotin) 교수팀은 프로그래머가 행복할수록 실적이 더 좋아진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는 실험대상으로 삼은 학생들의 기분(mood)이 그들의 프로그래밍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행복해 하는 학생은 문제해결 능력이 다른 학생에 비해 높았으며, 그 결과 프로그래밍도 더욱 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라치오틴 교수팀의 연구 결과를 어르만스 교수팀의 연구 결과와 연결시켜 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대화는 행복을 좌우하고, 행복은 다시 업무 능력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개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대화는 적극적으로 권장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어떤 대화를 나누는 게 좋을까. 2010년 미국 애리조나대 멜(Mehl) 교수는 일상생활에서 익숙한 가십(gossip)성의 가벼운 대화나 의미 있는 정보를 교환하는 진지한 대화의 양을 통해 인간의 행복을 예측하려 했다. 이를 위해 실험대상에게 디지털 음성 녹음기를 나눠준 후 자신의 일상생활을 녹음하도록 한 뒤 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실험 참여자 대화의 17.9%가 가벼운 대화였고 35.5%는 진지한 대화였다. 다시 행복과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홀로 있는 사람보다 함께 있는 사람, 가벼운 대화보다는 진지한 대화를 하는 사람이 더욱 행복해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가벼운 대화는 약간의 훈련만으로 스킬을 습득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사람의 행복에 영향을 끼치는 건 진지한 대화다. 이는 단순한 스킬만으로 이끌어내기 힘들다. 무엇보다 실질적인 내용, 즉 콘텐츠가 있어야만 한다.

 

대화의 기술보다 중요한 건 대화의 주제

대화에 몰입하도록 하는 변수는 사회경제적 지위와 대화의 콘텐츠다. 보통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은 자신이 대화를 잘하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대표적인 게 대학 교수다. 많은 교수들이 자신의 강의를 학생들이 경청하기 때문에 스스로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착각한다. 실상은 말을하는 게 아니라 말을많이할 뿐이다. 말을 잘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또 다른 평가기준이 필요하다. 대화를 평가하는 기준은 콘텐츠와 스타일이다. 즉 콘텐츠가 타당한지, 이를 전달하는 방식이 효율적인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누구나 1류 콘텐츠를 1류 스타일로 전달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1류 콘텐츠를 전달하는 사람은 콘텐츠의 가치를 믿기에 스타일에 소홀하고 2류 콘텐츠를 전달하는 사람은 콘텐츠에 자신이 없기에 스타일에 치중하기 쉽다.

 

스타일과 콘텐츠의 조합은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2류 콘텐츠를 1류 스타일로 전달하는 것이다. 소위약장수들이 많이 하는 일이다. 이 경우 불량 지식을 명품처럼 전달해 상대방이 불량지식을 믿도록 했으니 성적을 매기자면 D급이다. 둘째, 2류 콘텐츠를 2류 스타일로 전달하는 경우다. 콘텐츠는 부실해도 다행히 다른 사람들을 호도하거나 현혹시키진 않았으니 최악은 면했다. C급 정도로 점수를 매길 수 있다. 셋째, 1류 콘텐츠를 2류 스타일로 전달하는 것이다. 지식 자체만 따져보면 명품이지만 애석하게도 전달을 제대로 못했으니 B급으로 쳐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A급은 1류 콘텐츠를 1류 스타일로 전달하는 것이다. 명품지식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해 계몽시켰으니 최상위 등급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림 4)

 

그림 4 콘텐츠와 스타일에 따라 대화의 급이 달라진다

 

안타깝게도 현실에선 1류 콘텐츠를 1류 스타일로 전달하는 A급 지식층보다는 명품 콘텐츠를 매우 비효율적으로 전달하거나 불량 콘텐츠를 2류 스타일로 전달하는 B·C급 강사들이 넘쳐난다. 특히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쓰기보다 겉포장인 스타일에만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홀로 보내는 시간보다 타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다. 실제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가족, 친구, 직장 동료와 대화하는 게 보통이다. 대화에 기술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테크닉은 윤활유에 그칠 뿐이다. 정작 대화를 풍성하게 하는 것은 콘텐츠다. CEO가 온종일 잡담이나 하고 있다면 개인, 기업, 국가에 좋은 일이 아니다. 우리가 CEO에 기대하는 것은 가벼운 대화가 아니라 일류 콘텐츠다. 거기에 일류 스타일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개인, 기업, 국가를 가리지 않고 콘텐츠 개발에 매달리지만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1류 스타일과 달리 1류 콘텐츠는 세상 이치처럼 고통스러운 투자 뒤에야 맛볼 수 있는 달콤한 과실이다.

 

참고문헌

Mintzberg, H. (1975). The manager’s job: folklore and fact. Harvard Business Review (July-August), 49-61.

 

Hughes, S. M,. et al,. (2010). Vocal and physiological changes in response to the physical attractiveness of conversational partners. Journal of Nonverbal Behavior, 34, 155-167.

 

Graziotin, D et al,. (2014). Happy software developers solve problems better: psychological measurements in empirical software engineering. PeerJ2: e289.

 

Mehl, M. R et al,. (2007). Are women really more talkative than men? Science, 317, 82.

 

Mehl, M. R., et al,. (2010). Eavesdropping on happiness: well-being is related to having less small talk and more substantive conversations. Psychological Science, 21-4, 539-541.

 

Oerlemans, W. G. M et al,. (2014). Why extrovert are happier: a day reconstruction study. Journal of Research in Personality, 50, 11-22.

 

Rosenberg, J et al,. (2008). Human vocabulary use as display. Journal of Evolutionary Psychology, 6-3, 538-549.

 

Kraus, M. W & Keltner, D. (2009). Signs of socioeconomic status- a thin-slicing approach. Psychological Science, 20-1, 99-106

 

허행량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hsignal@gmail.com

필자는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했고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매체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SSCI급 저널에 손가락 비율과 얼굴 넓이-높이 비율과 관련된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매일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일했으며 저서로 <스타마케팅> <한국의 엘리트와 미디어> <당신의 본능은 안녕하십니까?>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