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승리와 성공의 법칙

82호 (2011년 6월 Issue 1)


자기 계발서의 고전인 맥스웰 몰츠 박사의성공의 법칙에 나오는 이야기다. 한 미식축구 팀의 쿼터백이 경기 도중 예기치 못한 부상을 당했다. 졸지에 핵심 공격수가 실려나가자 감독은 울며 겨자 먹기로 벤치의 후보 선수를 급히 내보냈다.

이 감독은 후보 선수가 부상당한 쿼터백처럼 한순간에 터치다운을 가능케 하는 수십 야드의 장거리 패스를 선보이거나, 견고한 상대 수비진을 돌파할 능력이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후보 선수에게 비교적 쉬운 작전을 내린다. 감독은 성공 확률이 낮은 원거리 패스를 포기하고, 측면으로 던지는 짧은 스윙 패스만 던지라고 지시했다.

짧은 패스는 진행 거리가 2∼3야드에 불과하지만 패스의 성공 확률은 매우 높다. 감독은 실전 경험이 별로 없는 후보 선수가 주눅들지 않고 경기에 임하려면 일단 작은 성공이라도 맛봐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후보 선수는 이 지시를 잘 수행했고 쿼터백의 공백을 무사히 메웠다.

2009년 기아타이거즈가 12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 이를 주도한 선수는 김상현이었다. 김상현은 2000년 기아의 전신인 해태에 입단했지만 별 활약을 보이지 못해 2002 LG로 트레이드됐다. LG에서의 성적도 초라했다. 결국 2009 4월 중순 친정인 기아로 돌아왔다.

김상현은 기아로 옮긴 지 일주일 만인 2009 4 26일 대구 삼성 전에서 프로데뷔 후 첫 만루홈런을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1군 경기에서 안타도 많이 쳐보지 못했던 선수가 한 경기의 결승타를 솔로홈런도 아닌 만루홈런으로 장식했으니 자신감이 고조된 건 당연하다. 김상현은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만루홈런으로부터 얻었다는 취지의 소감을 여러 번 밝혔다. 그는 2009 36개의 홈런으로 홈런왕에 올랐다. 팀의 우승을 이끌고 시즌 MVP로도 뽑혔다.

두 사례는 조직 이론의 거장 칼 와익(Karl Weick) 미국 미시간대 교수가 주창한작은 승리 전략(Small Wins Strategy)’의 요체를 잘 설명하고 있다. 어떤 문제를 극복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할수록 인간의 무력감과 불안감은 가중된다. 결국 해당 문제에 압도당해 아무 일도 해보지 못한 채 파국을 맞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를 잘게 쪼개 작은 문제부터 해결하면 인간은 상당한 성취감과 안정감을 느낀다. 이를 바탕으로 더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신감과 도전 의지도 생긴다. 와익 교수가산을 오르는 게 겁날 때 이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작은 언덕부터 넘는 것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40년간 하버드대 총장을 지냈던 미국의 수학자 찰스 엘리엇 박사는 번번히 낙제하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나오는 이유를 지능이나 학습 환경에서 찾지 않았다. 그들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소소한 과제를 내주지 않은 교사에게 책임을 물었다. 엘리엇 박사는성취감과 승리감을 발달시킬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어린 학생들은 성공 체험의 부재로 계속 낙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이러한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바로 작은 성취감이라고 말했다.

성공의 절대적 크기 못지않게 작은 성공이라도 자주 경험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은 특히 성과 부진에 빠진 조직을 운영하는 리더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런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패배자라는 심리적 감옥에 갇혀 작은 어려움에 직면해도 쉽게 포기하거나 두려워할 때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리더가 너무 이상적이고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제시하면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직원들의 의욕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라이 제로 조직등의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로버트 서튼 미 스탠퍼드대 교수는 최근 저서좋은 상사, 나쁜 상사에서크고 스릴 있고 담대한 목표는 조직원의 기를 죽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너무 모호하고 범위도 넓어 일상 업무의 가이드라인이 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조직의 상황이 나쁠수록 이를 획기적으로 반전시킬 큰 목표에 매달리기보다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작은 목표부터 차근차근 이뤄야 한다. 작은 성공이라도 그 경험이 쌓여야 어지간한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는 심리가 조직 내에 확산된다. 성공하는 사람과 조직은 남들보다 어려움에 대한 내성이 강하고 항상 상황을 긍정적으로 본다. 여기서 조금만 견디면 좋은 날이 온다는 점을 여러 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그들이 남들보다 더 자주, 더 크게 성공하는 비결이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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