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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득 채워 주세요” 당신은 주유 습관을 바꿀 수 있나

정재승 | 36호 (2009년 7월 Issue 1)
우리가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유 중 하나는 현재와 미래를 적절하지 않게 교환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일을 하고 다음에 놀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지금 당장 너무 놀고 싶다는 데 ‘인생의 비극’이 있다. 주식시장 전문 트레이더에게 정보를 제공했을 때 신체 반응을 측정했더니, 성과가 좋은 노련한 사람일수록 감정적인 행동을 자제했다. 성공의 비결은 자기 절제력에 있다.
 
흥미롭게도 사람들은 자동차에 주유를 할 때 저마다 독특한 습관을 갖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주유소에 들러 “가득 채워주세요”를 외치는 분이 있는가 하면, 자주 주유소에 들러 1, 2만원씩 기름을 넣는 사람들도 있다. 자동차에 휘발유가 부족해 꽉 막힌 올림픽대로에서 ‘빨간 주유 경고등’ 때문에 불안해 하면서도, 조금씩 주유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아무래도 주유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 같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자. 장거리 출장길이 아니라면 자동차에 휘발유를 가득 채우는 것은 경제적인 행동이 아니다. 굳이 무거운 휘발유를 싣고 다니느라 추가로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최대한 차를 가볍게 하고 다녀야 더 효율적일 테니까. 하지만 주유소를 찾아 헤매느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자주 가는 길목에 정해놓은 주유소가 없다면 2∼5만 원어치정도를 주유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주유를 하다 보면 더러 아내와 싸우기도 한다. 주유소를 발견했을 때 ‘기름을 넣고 가자’는 아내와 ‘지금은 너무 피곤하니 일단 집에 가자’고 주장하는 남편 사이에 잠깐 승강이가 벌어진다. 그날 주유를 하지 않으면 다음 날 주유소에 반드시 들러야 하는데, 하필 다음 날 급한 약속이 생기고 주유소까지 가다가 정체로 고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곤 한다.
 
이처럼 ‘습관’이란 원래 유익한 결정을 빨리 내리기 위해 굳이 매번 고민하지 않고 정해진 일련의 행동을 따르는 것을 말한다. 이런 습관이 일상생활과 주요 의사결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적절한 전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습관화돼버려(혹은 자기 조절에 실패해) 고치지 못한다. 불합리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세계적 경제학자인 테리 번햄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주유소 게임’을 통해 ‘자기 절제’를 테스트해보기를 제안한다. 게임의 룰은 매우 간단하다. 두 사람이 서로 마주 앉아 한 사람은 ‘내가 지금 기름을 넣어야만 하는 이유’를 제안하고, 상대방은 ‘왜 지금은 안 되는지’를 설명한다. 좀더 설득력 있는 이유를 찾아내는 사람이 이긴다. 이 게임을 하다 보면 종종 억지스러운 이유를 대는 사람이 나온다. 사실 이런 억지는 게임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실생활에서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우리가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유 중 하나는 현재와 미래를 적절하지 않게 교환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일을 하고 다음에 놀아야 한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지금 당장 너무 놀고 싶다는 데 ‘인생의 비극’이 있다.
 
이게 바로 그 어려운, 리더십 분야의 대가 스티븐 코비가 말하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다. 그가 꼽은 7가지 습관 중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다. 그는 성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가장 중요한 것부터 먼저 하라’고 주장한다. 우선, 해야 할 일들을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급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분류한다. 그 후 급하면서 중요한 일에 가장 먼저 손을 대고, 그 다음으로 급하지는 않더라도 중요한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라고 주문한다. 신경과학적으로 말하자면, 자기 절제를 하라는 얘기다(타임지 선정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 중 한 명인 그의 주장을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점에서, 그가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인지는 의문이다).
 
신경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우리는 ‘현재’ ‘지금 이 순간’에 너무 많은 가치를 두고, ‘미래’에는 상대적으로 별로 가치를 두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의 작은 이익에 민감한 기저핵(basal ganglia)의 ‘쾌락 중추들’이 난리를 치는 바람에, 미래를 숙고하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자신이 ‘자기 절제’를 잘하는 편인지 아닌지는 본인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자기 절제가 필요한 상황에 자주 맞닥뜨리게 되는데, 그때마다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내일 중요한 보고서 마감이 있는데 오늘 친구들의 술자리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중요한 가족 모임 때문에 일요일 오전 ‘골프 모임’을 취소할 수 있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게 매번 힘들다면, 당신은 평범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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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승

    정재승jsjeong@kaist.ac.kr

    - (현)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부교수
    - 미국 컬럼비아의대 정신과 교수
    - 예일대 의대 정신과 연구원, 고려대 물리학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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