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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코너를 도는 12가지 방법-5

영원히 살 것처럼 꿈꿔라

구본형 | 35호 (2009년 6월 Issue 2)
현대 무용계에 혁명의 바람을 몰고 온 마사 그레이엄(1894∼1991)은 17세에 운명적 만남을 가졌다. 1911년 4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오페라 하우스에서 로스 세인트 데니스라는 무용가의 포스터를 본 것이다. 마사는 크리슈나(힌두교의 신)의 연인 ‘라다’로 분한 데니스가 금빛 팔찌를 끼고 옥좌 모양의 단상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 모습에 도취됐다.
 
포스터와의 만남, 얼마나 하찮은 간접적 만남인가! 그러나 이 만남으로 그녀의 인생은 바뀌었다. 아버지를 졸라 보게 된 공연에서 마사는 장엄하고 화려한 의상과 풍부한 표정으로 무대를 휘어잡는 데니스의 춤에 혼을 빼앗겼다. 그녀는 말했다. “그 순간 내 운명은 결정됐다. 나는 여신처럼 춤추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이 그림처럼 춤을 추겠다’
마사는 그 후 몇 년이 더 지나 스물두 살이 돼서야 제대로 춤을 배울 수 있었다. 마사의 아버지는 즐거운 마음으로 딸을 공연장으로 데려갔지만, 딸이 춤꾼 인생을 사는 것에는 반대했다.
 
마사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야 데니스가 세운 무용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평범한 용모에다 유연성이 떨어졌으며, 나이마저 많아 데니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마사는 자기 분야를 빠르게 마스터해 나가기 시작했다. 서른이 다 된 다음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마음먹었다. “나는 정상에 오를 것이다. 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다. 나는 홀로 그 길을 갈 것이다.”
 
마사는 이후 자신만의 욕망과 가치를 담은 무용을 시도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둔 꿈을 방해하는 모든 것에 저항했다. 그녀는 화려한 장식을 떼어내고 엄격한 검소함과 투박한 몸짓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다뤘다.
 
마사는 종종 오해를 받기도 했다. ‘고전 무용에 무지하고, 추한 형식과 증오에 찬 정신으로 몸을 사용한다’는 비난도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과의 약속대로 자기만의 무용을 추구했다. 존 마틴이라는 당시 무용평론가는 마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녀의 무용에는 열정과 항의가 생생히 담겨 있다…. 그녀는 ‘무용가로서 용서받지 못할 짓’을 한 셈이다….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사 그레이엄은 거의 혼자만의 힘으로 현대 무용을 창조해냈다.
 
마사는 우연히 푸른 물감에 붉은 물감을 피 튀기듯 칠한 러시아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의 그림을 봤다. 그 순간 춤의 이미지에 대한 해답을 얻었다. 응축된 점이 움직이고 선이 일렁이며 하나의 화폭 안에서 내면이 긴장으로 가득해졌다.
 
그녀는 ‘이 그림처럼 춤을 추겠다’고 마음먹었다. 오랜 진화 과정을 거친 꿈이 아름답게 채색되기 시작한 셈이다. 꿈은 현재라는 점을 하나의 선으로 일렁여 미래로 나아가게 만든다. 그리고 인생이라는 화폭을 모험이라는 위대한 긴장의 울림으로 가득 차게 한다.

꿈에서부터 위대한 모험이 시작된다
꿈이란 무엇인가?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지난 100년을 통틀어 인류에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인간의 정신은 그에 이르러 비로소 학문적 연구의 대상이 됐다. 사고의 주체를 연구 대상으로 객체화한다는 발상은 혁명적이었다. 프로이트는 꿈이 인간의 무의식 속으로 들어가는 통로라고 생각했다. 꿈은 사회의 도덕적 기준과 인간의 내면적 상징인 초자아(super ego)가 눌러뒀던 무의식 세계가 모습을 드러내는 통로다.
 
니체는 꿈에 대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잠잘 때 우리는 수천 년 전 인간이 깨어 있을 때 했던 방식으로 사유한다.” 꿈은 문명 이전의 언어로 우리가 누구인지 암시한다. 문명 이전인 수천 년 전 인간의 사유 방식으로 풀어놓은 이야기, 그것이 바로 신화다. 잠잘 때의 언어, 즉 감시당하지 않는 무의식의 언어인 꿈은 인류의 원형 이미지인 신화 속에서 그 해석의 실마리를 얻어낸다. 정신분석과 관련해 누구나 많이 들어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나 엘렉트라 콤플렉스가 모두 그리스 신화 속 등장인물로부터 나온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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