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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기술

[강대리 팀장만들기] 기획안 다듬자고 모였는데 티격태격 말다툼만…

강효석 | 3호 (2008년 2월 Issue 2)
휴∼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정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다.
 
내일 모레는 미래상품기획팀이 꾸려지고 처음으로 기획회의가 열리는 날이다. 하지만 며칠 밤을 새우며 나름대로 공부도하고 조사까지 했지만 아직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는다. 마음은 급하고, 딱히 떠오르는 건 없고…. 이제 남은 시간은 단 이틀!
 
지난번에 제출한 ‘알람시계가 달린 1인용 압력밥솥’기획안에 대해서 기술적인 특이성이 부족하고 시장성이 없으며, 주관적이라는 등 부족한 점을 조목조목 말씀해 주신 김 팀장님. 그렇지만 아이디어와 시도는 좋았으니 조금만 더 노력하면 회사의 효자상품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다는 팀장님의 말씀이 큰 힘이 됐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획회의에서는 정말이지 큰 거 한방을 터뜨리고 싶은데….
 
일단 팀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고, 이과장님의 주재 아래 약식 회의를 열기에 이르렀다.
 
“그래, 제일 큰 문제가 뭐지?”
“신상품 개발의 전체적 그림과 프로세스는 선배님들의 말씀을 들어 대략 알겠는데요. 제가 연구파트에만 있어서 그런지 실무에 대해서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감이 잘 안 잡히더라고요. 시장조사도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먼저 경쟁사 제품 분석부터 하는 게 나을 거야. 유 대리님은 제품군과 마케팅 현황을 조사해 주시구요. 강 대리는 기술 동향, 임 주임은 디자인 트렌드를 중심으로 분석해 주겠어?”
 
그런데 이과장님의 지시에 유 대리님이 발끈하신다.
 
“경쟁사 제품이나 마케팅 현황이야 충분히 눈에 보이는 거 아니야? 오히려 일반 소비자들을 만나서 그들이 원하는 제품이 뭔지 조사하는 게 먼저 같은데?”
“단순한 소비자의 니즈(needs)뿐만 아니라, 시장성과 기술력, 타당성 등 고려해야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잖습니까. 일단 기초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지요.”
“소비자의 니즈가 제품의 타당성을 만들어 주는 거 아니야?”
“유 선배, 왜 그러세요? 그래서, 조사를 하겠다는 겁니까, 말겠다는 겁니까?”
“지금 나한테 명령하는 거야?”
 
아무래도 학교 후배인 이 과장님의 지시라 유 대리님이 괜한 트집을 잡는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걸, 괜히 나도 한마디 거들고 싶어졌다.
 
“우리는 소비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미래 상품을 기획하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 기술 트렌드나 제품 분석이 우선인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전문성이 떨어지는 일반 고객들한테 뭘 들으란 겁니까?”
 
그러자, 갑자기 화살을 나에게도 돌리는 유 대리님.
 
“강 대리, 이제 보니 시장 조사의 기본이 안됐네. 연구소에 있던 거 티내는 거야? 여기는 기획팀이라구, 기획팀. 편협한 생각을 버릴 때도 된 것 같은데. 그리고 네가 기획을 해 봐야 얼마나 해 봤다고 큰소리야. 정말 싸가지가 없구만. 연구소에서는 후배가 너같이 행동해도 그냥 놔두는 모양이지?”
 
아무리 내가 후배라지만 이건 정말 너무하지 않은가. 인신공격에다 조그만 일에 이렇게 화를 내다니…. 순간 발끈 화가 난다.
 
“역시 영업하시던 분이라 뭐가 달라도 다르네요. 기술적인 지식이 없으니 일반 소비자들에게만 의존하시려는 것 아닙니까?”
“야! 니가 뭘 얼마나 안다고 그래?”
“유 선배, 이제 그만하시죠. 좀 너무하시는 것 같네요. 강 대리, 너도 좀 조용히 해.”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이 과장님이 한마디 하신다.
 
“아니, 이 과장. 경영전략이란 것은 말이지…. (중략) 마케팅은…. (중략) 이제 내 말들 알아듣겠어? 왜 사람 말을 그렇게 못 알아들어?”
 
유 대리님의 ‘설교’는 20분 넘게 이어졌다. 본인은 아는지, 모르는지 같은 이야기를 하고 또 했다. 문제는 아무도 제지를 못한다는 것.
  • 강효석 강효석 | - (현) 골프존 상무
    - (현) 네이버 블로그 'MBA에서 못 다한 배움 이야기' 운영자
    - 삼성에버랜드 신사업추진팀
    - 삼성에버랜드 환경개발사업부 환경R&D센터 사업기획팀
    truef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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