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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코너를 도는 12가지 방법 -1

내 속에도 비범함이 있다

구본형 | 25호 (2009년 1월 Issue 2)
평범한 사람은 늘 그렇게 평범하게 살다 죽을까. 세상의 모든 평범함이 만들어 놓은 그저 그런 삶, 이것이 모든 평범한 사람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이 세상을 살다 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사례가 이것을 증명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필자는 우리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네가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지? 혹시 네 평범함 속에 함성을 지르며 터져 나오려는 비범함이 잠재해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지?”
 
그러면 수많은 대답이 우리의 평범함을 입증하기 위해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아주 쉽지. 네 나이를 봐. 이미 시들고 있잖아? 네가 한 조각의 위대함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이미 그 위대함을 시작했어야지.”
 
네가 이룬 것을 봐. 아무것도 없잖아? 그걸 위대하다고 부를 수 있어?”
 
한 번도 미친 적이 없고, 한 번도 치열한 적이 없잖아?”
 
그럼에도 필자는 우리가 그렇게 쉽게 굴복하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 속의 비범함을 찾아 나서는 모험을 언제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믿는다.
 
지리산에서 얻은 인생의 터닝포인트
필자에게는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직장생활에 지칠 대로 지쳐 긴 여름휴가를 내고 지리산에서 단식을 하던 어느 여름 새벽이었다. 나는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창호지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아름다웠다. 순간 나는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눈부신 하루가 시작되고 있는데 나에게는 이날을 보낼 아무 계획도 없었다. 그토록 원하던 자유로운 날이 시작되고 있는데 나는 그 자유를 누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무기력한 과거의 인물로 누워 있던 그 막막함 사이로 햇빛처럼 한 목소리가 내게 속삭였다.
 
써라. 일어나 써라. 책을 써라. 그리고 그것으로 먹고 살아라.”
 
나는 이 목소리를 결코 잊지 못한다. 때때로 우리는 전혀 이해할 수 없던 것들을 단 한순간에 깨닫게 된다. 그것은 이미 오래 전에 예고된 계시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무엇을 쓸지 고민하지 않았다. 오래 전부터 ‘언젠가 변화 경영에 대한 좋은 책 한 권을 쓰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내게는 변화와 혁신의 현장에서 보낸 13년이라는 경험이 있었다. 첫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이렇게 태어났다.
 
나는 20년 동안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첫 책을 쓰면서 진정한 나로 다시 태어났다. 첫 책을 손에 쥐는 순간 나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숱한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것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내 이름으로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구나.’ 첫 책은 훌륭했다. 나를 위해 씩씩한 아이처럼 세상을 향해 마구 울어댔다. 나는 직장인에서 작가가 되었다. 나는 그렇게 다시 세상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미 가진 재능을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비범함에 대한 정의는 매우 다양하다. 필자는 그 정의 가운데 하나를 더하고 싶다. 비범함은 천재성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것은 유일함이다. 천재가 아니어도 특별할 수 있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에 유일한 특별함으로 자신의 생을 시작한다. 따라서 우리는 태어날 때 이미 비범하다. 사회화를 통해 비범함이 평범함으로 바뀌게 된다. 부모가 우리를 평범하게 하고, 학교가 우리를 평범하게 하고, 종교와 법과 문화가 우리를 다른 사람과 같은 사람으로 살게 한다. 이때쯤 되면 우리는 이미 자기 자신이 아니고 사회가 만들어낸 인물이 된다. 꿈조차도 우리의 것이 아니게 된다. 비범하게 인생을 시작한 우리는 그리하여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삶을 살게 된다. 살아 있으나 이미 그 인생 속에는 ‘내’가 들어 있지 않다. 결국 비범함은 ‘자기 자신이 되어 자기다운 삶을 사는 특별함’을 의미한다.
 
비범함이 천재성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의 크기를 알고 싶어 한다. 누구는 10 만큼의 재능을 지니고 태어났는데 자신은 겨우 1이나 2 만큼의 재능밖에 지니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에 주눅이 든다. 그리고 너무도 평범한 자신의 재능에 절망한다. 사람들은 비범함이 타고난 재능의 크기에 달려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재능의 크기가 아니라 주어진 재능을 제대로 활용했는가 여부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아주 작다 해도 그것을 계발하여 모두 쓰고 간 사람은 모두 비범하다. 그러므로 비범은 ‘타고난 재능이 얼마든 그것을 모두 쓰고 가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우리가 평범함으로 오염된 자기 안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십분 계발하여 그것에 의지해 독립적으로 산다면 비범한 인생으로의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이것을 매우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녀는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는 것은 자질의 우열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자질을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라고 즐겨 말하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도 그녀는 별로 뛰어난 문재(文才)를 지니고 있지 못하며,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진 지식인도 아니다. 지나치게 우경화되어 있고, 제국주의적 시각이 강해 강한 자의 성취를 찬양하는 마키아벨리즘으로 무장했다. 일본의 한국지배 역시 반성할 것이 없는 각자의 역사로 인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에서 그녀가 성공한 이유는 그녀만의 재능을 십분 계발하여 발휘한 덕이다. 그녀는 위대하지 않지만 비범하고, 천재적이지 못하지만 특별하다. 그녀의 성공은 대학을 졸업하고 이탈리아로 옮겨가 어디에도 적을 두지 않고 독학으로 로마 역사를 공부하던 그 초라하고 평범한 시절의 산물이다. 자신에게 주목하는 평범은 평범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들은 잊혀진 자신의 비범으로 회귀한다.
 
필자는 앞으로 동아비즈니스리뷰(DBR) 지면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함으로 복귀하는 과정을 다루고 싶다. 어느 순간 인생의 코너를 돌다가 우연히 마주친 새로운 세계에 빠져 자신을 충분히 활용하는 인생을 살게 된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삶들이 어떤 조건에서 가능하게 되었는지를 살펴보고 싶다. 나는 기대한다. 어느 날 평범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이는 한 사내가 자신의 길을 찾아 멀리 떠나고, 멀쩡하던 어느 여인이 문득 하던 일을 중단하고 내부의 북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하는 이 이상하고 매혹적인 과정을 공유하고 싶다. 평범함 속에 존재하는 비범함은 언제 어떻게 작동하게 될까. 이 작동의 원리가 궁금하다. 필자는 이것을 ‘터닝 포인트’라 부르고 ‘인생의 코너를 도는 12가지 방법’이라는 부제로 시작할까 한다. 나는 이 아이디어에 흥분한다. 흥분 없이 어찌 인생을 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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