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al Science

기업의 정치 활동, 주주의 경영 개입으로 이어져

316호 (2021년 03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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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Active Firms and Active Shareholders: Corporate Political Activity and Shareholder Proposals,” by Geeyoung Min and Hye Young You in Journal of Legal Studies, 2019, Vol. 48, No. 1: 81-116.


무엇을, 왜 연구했나?

지난 2010년, 미국 대법원은 기업의 정치후원금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연방선거법 규정을 위헌이라 판결한 바 있다. 이 판결1 직후 기업이 정치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해 미국 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그러나 본 연구의 저자들이 각종 기업 정치후원금 데이터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위 판결 이후에도 기업의 정치후원금 기부 활동이 눈에 띄게 늘어나진 않았다. 왜 기업들은 기업의 정치후원금 기부가 합법화된 이후에도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늘리는 활동을 하지 않았을까? 이 연구에서는 기업의 정치 활동에 대한 주주들의 견제에서 그 답을 찾는다.

구체적으로 이 연구는 기업이 정치후원금을 기부하는 경우, ‘주주들이 주주제안권(shareholder proposals)’을 활용해 이러한 활동을 견제한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주주가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은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행사와 주주총회에서 논의•의결된 사안을 제안하는 주주제안권 행사로 구분된다. 그러나 정치후원금 기부 결정의 경우, 전적으로 경영진의 판단에 의해서 이뤄지며 주주들의 사전 또는 사후 승인을 받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주주들이 자신들의 정치 성향에 맞지 않는 정당에 정치후원금을 기부할 경우 주주제안권을 통해 정치후원금 기부 내역 관련 정보 공개 등의 요청을 통해 경영진을 견제하는 활동을 전개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정보 공개 요청은 기업의 정치적 성향을 공개적으로 드러낸다는 측면에서 그 자체로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고 정치후원금 자료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경영과 관련된 다른 정보도 공개될 수도 있는 리스크가 있다.

따라서 주주들이 어떤 경우에 주주제안권 행사를 활발하게 하는지를 규명하는 것은 기업 경영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주제라 볼 수 있다. 특히 정치후원금과 주주들의 주주제안권 행사 간의 인과관계를 규명하고자 하는 이 연구는 미국 기업 경영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는 데 있어서 큰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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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이 연구는 주주들의 주주제안권 행사의 정도와 기업의 정치후원금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다. 1997년부터 2014년 미국 S&P500 기업의 주주 제안 데이터와 해당 기업들의 정치후원금 기부 내역 데이터를 각각 종속변수와 독립변수로 사용했다. 먼저, 주주제안권 행사의 정도는 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ISS)가 보유한 주주 제안 데이터를 활용했다. 구체적으로, 1997년부터 2014년 기간 동안 S&P500 기업의 주주 제안 1만156건이 연구에 활용됐으며 기업별 주주 제안 빈도와 더불어 환경, 사회, 기업지배구조 등 각 이슈의 성격과 제안 주체(예: 개인, 연기금, 사회책임투자기관 등)도 구분돼 있다.

기업의 정치후원금 기부 내역은 책임정치센터(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가 수집한 1997년부터 2014년까지의 기업별 정치후원금 기부 데이터를 사용했다. 정치후원금의 경우, 기업의 최고경영자 혹은 고위급 임원이 개인적으로 기부한 정치후원금, 기업의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기부한 정치후원금, 그리고 기업의 정치활동위원회(Political Action Committee, PAC)가 기부한 정치후원금으로 구분했다. 이 밖에도 기업별 로비(대관) 활동 지출 비용도 별도의 정치 활동 변수로 활용됐다.

분석 결과, 기업의 로비 활동 지출과 해당 기업 주주의 기업지배구조 이슈 관련 주주 제안 제출 빈도 간에 정(+)의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개인, 노동조합, 사회책임투자기관이 제출한 주주 제안만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 로비 활동 지출과 기업지배구조 관련 주주 제안 빈도 간의 정의 상관관계가 더욱 높게 나타났다. 즉, 개인, 노동조합, 사회책임투자기관의 경우 기업의 로비활동 지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해 기업지배구조 관련 주주 제안을 더 많이 제출한다는 것이다.

기업과 주주 간의 정치 성향 불일치 여부가 주주의 주주제안권 행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측정하기 위해서 개별 기업이 기부한 전체 정치후원금 중 공화당에 기부한 비율에서 해당 기업에 투자한 기관 주주들의 전체 정치후원금 및 관련 지출 액수 중에서 공화당에 기부한 비율을 뺀 공화당 친화성 변수를 생성했다. 공화당 친화성 변수가 0보다 클 경우 해당 기업은 주주들에 비해 공화당에 더 많은 정치후원금을 기부한 것이며 이는 해당 기업의 공화당 편향성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분석 결과, 공화당 친화성과 사회 또는 환경 이슈 관련 주주 제안 제출 빈도 간에 정의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이러한 경향성은 선거마다 민주당에 정치후원금을 더 많이 지출하는 공공연기금, 종교단체, 그리고 사회책임투자기관이 제출한 주주 제안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경영진이 주주들의 정치 성향과 다른 정치 활동을 하는 경우, 주주들이 주주제안권 행사를 통해 견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이 연구의 분석 결과는 기업의 정치 활동이 주주들의 주주제안권 행사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이러한 상관성은 기업의 노사관계 또는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을 통제한 경우에도 유의미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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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한국과 달리 미국의 경우, 기업들은 자유롭게 정치후원금을 기부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모든 기업이 적극적으로 정치후원금을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증대하는 활동을 하지 않는지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 이 연구는 이러한 수수께끼에 대해 주주의 주주제안권 행사가 기업의 정치 활동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하나의 답을 제시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또한, 이 연구는 미국 기업의 정치 활동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 하나의 사례로, 미국 기업에 대한 투자 또는 미국에서의 현지 기업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유용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이호준 크라운랩스 컨설턴트 hjlee8687@gmail.com
필자는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정책컨설팅그룹 크라운랩스의 컨설턴트로 재직 중이며, 주 연구 분야는 의회정치, 한국 정치, 배분 정치이며 비교정치경제와 방법론, 정치 리스크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1호 Data Privacy in Marketing 2021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