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olumn

혁신을 촉진하는 촉매자본을 주목하라

290호 (2020년 2월 Issue 1)

매년 10월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 최대의 임팩트 금융 콘퍼런스 SOCAP(Social Capital Markets)이 열린다. 전 세계에서 3000명 이상이 모인 지난해 행사의 경우, 비영리 재단이나 소셜벤처캐피털 등 기존에 임팩트 금융 관련 논의를 추진해 온 주체들 외에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일반 금융기관 관련자도 상당수 참석했다. 이는 사회적 가치를 수익률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임팩트 금융이 소위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 주류 금융의 중요한 부문 중 하나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사실과 그 궤를 같이한다.

2019년 SOCAP에서 특히 집중적으로 논의됐던 주제 중 하나는 ‘촉매자본(Catalytic Capital)’이었다. 무려 12개의 세션이 촉매자본 혹은 그에 관련된 내용들로 채워졌을 정도다. 촉매자본은 불균형한 리스크나 할인된 수익을 감수하는 부채, 지분, 보증 등을 의미한다. 글로벌 최대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 중 하나인 GIIN(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임팩트 자산 2280억 달러 중 약 5%(114억 달러)가 촉매자본에 해당한다.

촉매자본은 스스로 수익을 포기하거나 손실을 선제적으로 감당해 전통적인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가령, 록펠러재단은 하루 10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아프리카 및 아시아 고객 대상 헬스케어, 파이낸싱 분야에 투자하는 립프로그투자(Leapfrog Investment)가 결성하는 7억 달러 규모 펀드에 30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펀드 파산 시 투자 손실을 부담하기로 했다. 록펠러재단이 이처럼 손실을 선제적으로 감당하는 촉매 역할을 했기에 립프로그는 미국 해외민간투자공사(OPIC)를 포함한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총 3억 달러의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촉매자본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2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 기금 공백(SDGs Funding Gap, 전 세계의 지속가능 개발을 위해 필요한 자금의 부족분)을 효과적으로 메우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가령, 전통적인 방식으로 10억 원을 지원하면 그만큼의 효과밖에 내지 못하지만 촉매자본(손실감당)으로 10억 원을 제공해 그 10배에 달하는 100억 원의 추가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그만큼 승수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물론 주류 금융기관에서 임팩트 금융에 대한 철학과 근본적인 가치 추구 양상이 변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촉매자본을 지나치게 강조하다가는 자칫 임팩트 금융의 뿌리인 소셜 미션은 잃어버린 채 영리성만 강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 정부, 재단 등이 제공하는 사회적 가치 극대화를 위한 자금이 가질 수 있는 촉매자로서의 역할은 분명 주목받을 가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경제를 돕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지원금이 매우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자금의 성격을 넘어 금융의 승수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촉매자본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다.



필자소개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임펙트 비즈니스 분야를 개척 및 선도하고 있는 임팩트스퀘어의 대표로 있다. 현재 한양대 경영대 겸임교수이며,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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