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olumn
올여름은 111년 만의 폭염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열대야는 계속됐고, 태풍마저 비껴갔다. ‘폭염은 재난이다’라는 주장이 공감을 얻는 이유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사람들의 걱정도 늘었다. 에어컨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커진 누진세 부담도 문제지만 혹시라도 전력 예비율이 낮아져 2013년과 같은 대규모 블랙아웃 현상이 재연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큰돈과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대형 발전소만으로 해결이 어렵다. 해결책은 바로 분산 전원과 스마트 그리드다. 분산 전원과 스마트 그리드는 현재의 대규모 발전소와 중앙 집중 전력망과는 달리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전력의 생산과 소비 지역을 분산한다. 또한 기존의 전력망에 IT를 더해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 정보를 교환해 효율적인 에너지 수급을 돕는다. 이를 통해 광역 정전을 예방할 뿐 아니라 탄력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 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태양광 발전에 특히 유리하다. 우리 주변에 작은 공간만 있으면 전력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건물의 지붕, 주차장, 아파트 베란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충남 아산시 마을조합인 ‘예술이 꽃피는 재미난 마을(예꽃재)’에서는 위와 같은 에너지 공급과 사용을 시범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을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자 하는 목적으로 조성된 이 마을에서는 모든 주택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주택마다 3㎾가 설치됐는데 이것만으로도 주택 한 채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가정별 수급 불균형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예를 들어 가정마다 시간대별 태양광 에너지 사용량이 달라 에너지 수급 불균형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태양광 에너지는 주로 낮에 생산되는데 일부 가정은 퇴근한 후 저녁에 더 집중해 전력을 사용할 수 있다. 반대로 에너지 사용량이 적어 하루 주택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를 모두 소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에너지를 그대로 버려야 한다. 각 가정의 상황에 따라 수급 불균형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 비효율을 해결할 순 없을까?
작년부터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이나 블록체인 기술은 기존의 전력 산업과 결합하면서 이러한 고민들을 해결해준다. 신성이엔지는 예꽃재 각 가구의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되는 전력의 양과 전력 소비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로 만들 예정이다. 수집된 데이터들을 분석해 가구들의 소비 패턴을 알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전력이 남는 가정에서 전력이 필요한 가정으로 전력이 자동적으로 거래될 수 있도록 하고 모든 정보를 블록으로 만들어 저장할 계획이다. 생산, 거래 등을 포함한 모든 데이터는 EMS(Energy Management System)를 통해 어디에서든지 전력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확인할 수 있다. 신성이엔지는 예꽃재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태양광 제품 생산 및 발전소 설치 등의 사업 영역을 전력 중개사업의 플랫폼 개발, 가상발전소와 제로에너지시티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마트에서 사는 야채, 과일과 같은 식재료들이 마트에서 진열됐다가 선택받지 못하면 그냥 버려지듯 눈앞에서 버려지는 에너지가 없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새로운 기술들을 통해 버려지는 에너지를 생활 속에서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기존의 태양광 발전을 통해 수익을 얻는 경제적 측면의 가치 이상으로, 깨끗한 에너지를 우리 모두가 직접 나누는 더 큰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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