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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션의 이해와 오해

천재적 아이디어로 만든 시장일까? 아무도 못 봤던 시장을 찾는 것

김동준 | 241호 (2018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블루오션 시프트』는 기업의 신시장 창출을 위해선 전략뿐만 아니라 조직의 자신감(Humanness)이 중요한 요소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2005년 삼성전자 보르도TV의 성공 사례는 블루오션 시프트 관점에 입각해 국내 기업들이 혁신팀을 어떻게 운영하고 지원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첫째, 혁신팀은 제품 및 시장 개발에 필요한 사내의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하고, 이들이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혁신팀 과제를 작은 단위로 쪼개서 거대한 목표에 압도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셋째, 리더는 혁신팀의 결과물이 아닌 고객과 가치의 발굴 과정을 격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혁신팀과 임직원이 블루오션 발굴 과정과 관련한 적극적인 의견 교환을 통해 직원을 신뢰하고 혁신 프로젝트의 사명과 비전을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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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을 불러일으켜서 새로운 성장을 움켜잡는 걸음걸이에 대한 소고
(On Steps to Inspire Confidence and Seize New Growth)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쓴 『블루오션 전략』이 경영 학계와 기업 현장을 떠들썩하게 한 지 12년 만인 2017년 말 『블루오션 시프트』가 출간됐다. 얼핏 보기엔 블루오션 ‘전략’과 블루오션 ‘시프트’는 다르지 않다.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이 둘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블루오션 전략』에서는 블루오션 공간 창출을 위한 전략이 무엇(what)인지를 방법론 차원에서 다뤘다면 『블루오션 시프트』에서는 블루오션 시장을 어떻게(how) 창출하는지에 대한 프로세스와 프로세스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을 파악해 소개하고 있다.

사실 블루오션은 혁신을 통해 개척하는 새로운 시장이다. 여기서 혁신이란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으로 고객과 상품·서비스를 이해한 후 사업을 전개해 고객과 기업, 나아가 사회까지 그 혜택을 얻게 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실제로 가보기 전까지는 블루오션이 존재하는지 입증할 방법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블루오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블루오션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블루오션 시프트』에서는 조직원의 자신감이 신사업을 개척하는 ‘과정 중의 인간다움(humanness in the process)’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 중의 인간다움’을 자라게 하기 위한 3가지 요소, 원자화/세분화(Atomization), 직접적인 발견(Firsthand Discovery), 공정한 절차(Fair Process)를 언급한다. 과연 이러한 요소들을 국내 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필자는 2001년 삼성전자가 진행한 보르도 TV 프로젝트를 포함해 수십여 개의 실제 가치혁신 프로젝트에서 프로그램을 디자인하고 프로세스를 리딩한 경험이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지금부터 ‘블루오션 전략’ 이후로 ‘블루오션 시프트’로 진화된 노하우가 무엇인지 실무적인 차원에서 간략하게 짚어봤다. 또한 블루오션 시프트가 4차 산업혁명의 시대 혹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시대로 일컬어지는 격변과 혼란의 시대인 오늘날에도 유효한지에 대해서도 살펴보고자 한다.

삼성 보르도TV에서 찾은 블루오션 시프트

삼성전자 보르도TV 이야기가 식상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벌써 10여 년이 지난 빛바랜 성공담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보르도TV의 의미에 대해서 제대로, 혹은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2006년 3월 보르도TV가 미국 시장에 진입한 지 6개월 만에 100만 대, 8개월 만에 200만 대를 팔았다. 삼성전자는 3사분기 평판 TV 분야뿐만 아니라 TV 전체 매출액과 판매량에서 글로벌 1위로 등극한다. 삼성전자가 TV 사업 진출한 지 34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그러나 이 쾌거는 서곡에 불과했다. 그 이후 2017년까지 11년 연속 글로벌 1등 TV 브랜드로 군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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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기술력이나 시장 영향력이 월등히 좋아서 이룬 결과도 아니다. 프로젝트가 시작하기 바로 직전인 2005년 5월만 해도 미국 TV 시장에서 샤프의 시장점유율은 24%에 달했지만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12%로 샤프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그리고 시장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TV 기술로 불연속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모두가 디지털 TV 기술의 승자가 되기 위한 경쟁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이렇게 경쟁사들이 TV의 디지털 기술에 집착할 때 삼성전자 보르도TV 프로젝트는 과감히 고객에게 눈을 돌렸다. 고객들이 원하는 ‘거실에 어울리는 세련된 디자인의 TV’를 내놓은 것이다.

지금까지 보르도TV는 블루오션 ‘전략’을 활용한 성공적인 예로 소개됐다. 하지만 보르도TV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과정을 상세하게 들여다본 사람은 드물다. 보르도TV는 삼성전자가 디자인한 혁신팀이 수개월간 노력해 만든 성과물이다. 보르도TV는 블루오션 시프트의 핵심을 정확히 간파해 실행한 사례다. 이번 기회에 보르도TV 전략 그 자체가 아닌 혁신팀의 전략 발굴 과정을 조직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이유다. 특히 블루오션 시프트를 실제로 국내 기업에도 적용이 가능한지 의문점을 가진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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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목표의 세분화 - 큰일을 작은 일로 나누면 시작할 수 있다

보르도TV 프로젝트는 인류 최초로 평판 TV 100만 대를 1년 이내에 팔아 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왜 그런 목표를 세웠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그냥 많으면 좋을 것 같아서는 아니었다. 당시 삼성전자 TV사업부는 그 정도의 매출을 일으키는 상품이 없다면 과연 삼성전자 내에 TV사업부가 존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팽배했던 시절이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삼성전자가 성장하면서 꿈꿔왔던 비전과도 관련이 있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밀레니엄시대에 들어서면서 ‘세계 초일류 기업’이 되기를 원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 제품 원 히트(One Product, One Hit)를 통해 세계 일등 제품을 20개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필자가 소속됐던 가치혁신센터(VIPC·Value Innovation Program Center)도 많은 글로벌 혁신 방법론을 연구하며 ‘내재화’하려고 노력했다. 왜냐하면 VIP센터는 협업 기반의 혁신을 위한 방법론 연구와 그 실행을 위한 가이드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세계적으로 효과와 효율을 인정받은 혁신 방법론을 연구해 삼성전자에 적합하도록 변화시켜 실제 현업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도록 방법론을 디자인하고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 촉진)까지 하는 전담 부서다. 실제로 GE의 VE(Value Engineering)를 GVE(Group Value Engineering)라는 원가혁신 방법론으로 ‘삼성화’했고 트리즈(TRIZ), CAE, DFX, VR(Virtual Reality) 등 많은 방법론을 삼성화해 사내 혁신 프로젝트들에 적용했다. 2005년 당시 VIP센터는 ‘원 제품 원 히트’추진을 위해 상품 기획을 위한 혁신 방법론을 개발했는데 그 방법론의 근간이 바로 ‘블루오션 전략’이었다.

보르도TV 프로젝트는 CEO의 결재하에 전사 마케팅실에서 주관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상품기획, 전략, 마켓 리서치, 디자인 및 기구/회로/SW 엔지니어 등 10여 명의 다기능 협업팀(CFT·Cross-Functional Team)을 전담팀으로 구성해 VIP센터 프로젝트 룸에 상주 멤버로 배치돼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하지만 많은 기업에서 그러하듯이 회사의 비전이나 사장의 사명과 임직원, 즉, 나의 사명은 다른 경우가 많다. 이것이 혁신 프로젝트가 부딪히는 첫 번째 문제다. “그래, 인류 최초로 100만 대를 판매하는 목표야 좋지,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한데, 방법이 있어? 있으면 내가 하지!”라는 태도로는 블루오션과 같은 원대한 꿈을 이룰 수 없다.

결과적으로 팀이 히말라야 같은 큰 산을 오르려면 각 팀원은 가이드의 말을 믿고 매일 하루의 여정을 묵묵히 걷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히말라야라는 큰 산에 대한 두려움에 떨기보다 나의 한 걸음에 대한 자신감으로 전체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다.

원대한 도전 목표를 작지만 확실한 행동으로 쪼개야 한다. 그러면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지’라는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그 작은 행동 하나를 한 걸음, 한 걸음씩 밟아 나가다 보면 ‘우리가 이 어려운 도전도 성취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의 변화는 ‘나도 할 수 있지’에서 ‘우리가 성취할 수 있다’로 진화하는 자신감이다.

처음에는 개인적 자신감으로 시작해 중간에 ‘집단적인 자신감(Collective Confidence)’으로 전환해야 한다. 삼성전자 ‘가치혁신센터’에서는 당시 ‘원 제품 원 히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혁신 상품 창출 매뉴얼’을 만들었다. 최초의 매뉴얼은 6개월간의 기간이 필요할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웠지만 이를 블루오션 전략 위주로 재편해 혁신 프로젝트를 두 달에 끝낼 수 있도록 단순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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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준

    김동준

    - innoCatalyst 대표
    - Strategos Network Partner
    - 성균관대학교 경영대 겸임교수
    - 삼성전자 VIP센터 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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