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그리고 발상의 전환

236호 (2017년 11월 Issue 1)

세상의 모든 것은 연결돼 있습니다. DBR이 매년 기업 이외의 분야에서 혁신적인 사례를 연구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경영학적 지식이 필요 없을 것 같거나 경영과 별로 상관없을 것 같은 분야에서도 기업 사례 못지않게 큰 교훈을 주는 스토리를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실제 DBR은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 학교, 재래시장, 농업,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례 연구를 해왔고 큰 감동과 교훈을 주는 스토리를 다수 발굴했습니다. 올해에는 DBR이 예술 분야의 혁신 사례를 찾아 나섰습니다. 창의성을 선도하는 분야답게 이 시대의 경영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케이스들을 찾아내 기쁜 마음으로 독자 여러분께 소개해드립니다.

주입식 교육 체제하에서 연극의 4요소가 희곡, 배우, 관객, 무대라고 외웠던 기억을 가지신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고정된 무대도, 대사도, 플롯도 없는 연극이 등장했습니다. 관객이란 무대 위 배우의 연기를 감상하는 존재라는 오랜 통념도 깨졌습니다. 바로 이머시브 연극이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극단 펀치드렁크 덕분입니다. 호텔을 개조한 극장에서 관객들은 가면을 쓴 채 이 방 저 방 돌아다니며 연극을 관람합니다. 100개가 넘는 방 가운데 어느 방으로 갈지 관객이 선택하기 때문에 자기만의 플롯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뉴욕을 뒤흔든 펀치드렁크의 ‘슬립노모어’란 공연 이야기입니다. 연극에 대한 통념을 뒤흔든 통쾌한 반란의 주역인 펀치드렁크 예술 감독 펠릭스 바렛이 DBR과 e메일 인터뷰를 통해 혁신적인 연극을 만들기까지의 과정 등을 설명했습니다.

대중예술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가수 윤종신 씨 사례도 집중 분석했습니다. 누구도 모든 분야에서 천재적 재능을 갖는 건 불가능합니다. 윤종신은 국문과 출신으로 가사는 탁월하게 잘 씁니다. 하지만 천재급 뮤지션과 비교하면 작사가나 보컬리스트로서의 능력은 부족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모차르트의 재능을 보고 신을 원망한 살리에리 같은 처지가 될 수도 있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그는 통쾌한 발상의 전환을 이룹니다. “모차르트에게 열등감을 느끼지 말고 모차르트의 매니저가 되면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의 전환은 월간 윤종신이라는 플랫폼으로 이어졌고 막강한 팬덤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좋니’라는 노래의 이례적인 흥행 성공으로 연결됐습니다.

한국 현대무용의 이정표를 세운 안은미 씨의 스토리는 창조와 혁신 과정에서 어떤 좌절과 도전에 직면하게 되는지,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와 관련해 큰 영감을 줍니다. 서양 현대무용의 정해진 패턴을 따라 하던 관행에서 탈피해 과감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냈을 뿐만 아니라 뉴욕에서 담대하게 예술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과 관점을 드러냈던 용기는 혁신가들이 꼭 배워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 무용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춤을 무대에 올리는 등 독특한 시도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또 예술가들의 놀이터를 만들겠다는 새로운 접근으로 탁월한 아티스트들의 헌신적인 참여를 이끌어낸 프랑스 마그재단 미술관, 지역적 한계를 공간 브랜딩으로 극복하고 예술가들과 상생의 파트너십을 구축한 아라리오갤러리 사례도 일독을 권합니다. 탄탄한 스토리와 높은 품질로 당당하게 대중예술의 주류로 부상한 한국 웹툰의 성공 요인 분석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예술의 본질은 새로운 시각과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류에게 큰 영감을 주고 변화를 선도한 예술가들의 혁신 사례를 음미하시면서 새로운 전략을 구상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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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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