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배우는 발상의 전환: 이반 일리치의 죽음

혁신과 창조의 원천은 연민

232호 (2017년 9월 Issue 1)

편집자주

‘SERI CEO’를 탄생시켜 CEO의 인문학 열풍을 일으킨 강신장 대표가 고전에서 발견한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대한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 원고는 저서 <고전 결박을 풀다 (모네상스, 2017)>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1. 클로즈업

“항소법원 판사, 이반 일리치 골로빈이 1882년 2월4일 운명하였음을 삼가 알립니다.

발인은 금요일 오후 1시입니다.”

마흔다섯 살의 중견 판사 이반 일리치. 출세 가도를 달리던 그가 몇 달간의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가족과 동료 모두 고인(故人)을 애도하지만 그들의 관심은 이미 다른 곳에 쏠려 있다.

‘이제 그의 자리를 누가 대신할 것인가?’ ‘연금은 과연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고위 관리의 아들로 태어난 이반 일리치는 똑똑하고, 친절하고, 정중했으며,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적당히 순수했고, 적당히 타산적이었으며, 적당히 도덕적이고, 적당히 방탕했다.

판사가 돼서는 적당히 인맥을 쌓았고, 적당히 돈을 모았고, 적당한 여자를 만나 결혼도 했다.

신혼이 지나고 부부간의 사랑은 식었지만 아들과 딸도 잘 자라고 있었고 외관상 별 탈 없는 가정이었다.

그사이 승진도 했으며 집도 점점 넓혀 갔다. 그만하면 꽤 잘 살아온 인생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린 이반 일리치. 그는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다.

성공의 정점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이반 일리치. 그는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가를 되물으며

신과 운명을 저주한다. 그가 병상에 누워 겪은 고통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누구도 진심으로 자신을 동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누군가 살살 어린애 달래듯 자신을 어루만져 주고, 입 맞춰 주고,

진심 어린 동정의 눈물을 흘려 주기를 원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또 섭섭하게도 아무도 그렇게 해주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자기 자신에 관한 것이었다. 그가 그토록 혐오하는 사람들이,

누군가를 진심으로 위로한 적 없는 저 사람들이, 바로 지난날 자신의 모습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왜? 왜 이렇게 된 거지? 이럴 수는 없어. 인생이라는 게 이렇게 무의미하고 추하다는 게 말이 돼?”

마침내 숨을 거두기 한 시간 전.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 사흘 밤낮을 짐승처럼 울어 대던

이반 일리치에게 아들 바샤가 다가왔다. 아들은 그의 손을 자기 입술에 갖다 대며 엉엉 울음을

터뜨렸고, 그는 아들의 애절하고 안타까운 울음 속에서 그토록 갈망했던 위로를 발견한다.

“그래, 바로 이거야! 아, 이렇게 기쁠 수가….”

바로 그 순간, 이반 일리치는 그토록 미워했던 가족들이 안쓰러워졌고, 혐오했던 모든 사람들이

불쌍해졌다. 더 이상 그들이 힘들지 않게 해주고 싶어졌다. 비로소 그는 자신의 잘못된 삶과 화해했다.

이제 더 이상 죽음의 공포는 찾을 수 없었다. 죽음 대신 빛이 가득했다.

“끝난 건 죽음이야. 죽음은 끝났어.”

 

#2. 깊이 읽기

톨스토이는 지극히 평범하고 순탄했던 이반 일리치의 삶을 왜 끔찍하다고 했을까?

“항상 똑같았던 삶. 하루를 살면 하루 더 죽어가는 삶. 세상 사람들은 내가 산을 오른다고 봤지만

내 발아래에서는 서서히 생명이 빠져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생명이 다하는 날, 죽음으로 가는 여정을 아름답고 평화롭게 만들어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했던 기억, 또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사랑받았던 기억,

그리고 사람들이 보내 온 보드랍고 따뜻한 연민과 위로 아닐까?

그래서 오래전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오늘 ‘나의 죽음’을 보여준다.

톨스토이는 죽음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이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묻는다.

“이반 일리치는 나락에 떨어져 빛을 보았다. 동시에 그는 자신이 살아온 삶이 그래서는 안 되는

삶이었지만 아직은 그걸 바로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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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즈니스 인사이트



이반 일리치뿐 아니라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도 간절한 소망이 있다.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남편은 아내로부터. 또 상사는 부하로부터, 부하는 상사로부터.

“누군가 나를 살살 어린애 달래듯 어루만져 주고, 입 맞춰 주고, 진심 어린 위로를 보내주기를…”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거의 제로다.

왜 우리 모두는 상대방이 자신에게 그러길 간절히 바라면서 상대방에게는 그렇게 못하는 것일까?

각박하고 팍팍한 세상을 사느라 연민(憐愍)의 마음을 잃었기 때문은 아닐까?

한밤중에 갓난아이가 울었다. 엄마는 기저귀를 찾았지만 여분이 없었다. 바빠서 아기용품을 구입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워킹맘들이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을 거라 생각한 이 엄마는 그들 모두에게 연민의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 알아서 정기적으로 기저귀를 집에 배달해주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어니스트컴퍼니’를 창업한 엄마가 바로 유명한 영화배우 제시카 알바다.

5년이 지난 이 회사의 기업 가치는 17억 달러로 커졌고, 현재 M&A 협상이 진행 중이다.

‘우버’도 시작은 단순했다. 겨울에 파리로 출장 간 우버의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은 택시가 안 잡혀 영하의 추위에 떨며 세 시간 동안 발을 동동 굴렀다.

“여기는 택시가 없어서 난리인데, 어딘가에서는 손님이 없어서 난리인 곳도 있을 텐데.” 그는 택시와 손님 양쪽 모두에게 연민을 느꼈다. “휴대전화 버튼만 누르면 내 앞으로 택시가 와주면 좋지 않을까?”

그는 돌아와서 우버를 설립했고, 우버의 기업가치는 700억 달러(약 70조 원)에 이른다.

연민은 철저히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 사람 마음속 아픔을 볼 때 생기는 감정이다.

이런 연민의 감정은 경영 혁신과 창조를 만드는 원천이 된다.

톨스토이가 우리에게 말한다.

“경영자들이여 연민의 눈을 크게 뜨라!”  

강신장 모네상스 대표 ceo@monaissance.com

필자는 삼성경제연구소 시절 대한민국 최대 CEO 커뮤니티 ‘SERI CEO’를 만들었다. ㈜세라젬 사장일 때는 몸을 스캐닝한 후 맞춤 마사지하는 헬스기기 ‘V3’를 개발했다. IGM세계경영연구원장 시절에는 경영자를 위한 ‘창조력 Switch-On’ 과정을 만들었다. 2014년 2월 복잡한 인문학 지식을 ‘5분 영상’으로 재창조하는 콘텐츠 기업 ㈜모네상스를 창업했으며 한양대 경영학부 특임 교수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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