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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Mini Case: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배구단의 ‘토털 배구’ 철학

“이기는 배구보다 행복한 토털 배구를” 최태웅 감독에게 배우는 ‘팔로어십 경영’

김영준 | 224호 (2017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는 ‘외국인 공격수에게 몰방해주는 배구’가 득세하던 한국 남자배구계에 ‘토털 배구’라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이 팀이 배구계를 넘어 기업과 기타 조직에도 큰 울림을 주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시대정신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1) 이기는 배구보다 행복한 배구, 즐거운 배구를 추구
2) ‘머니볼’식의 통계분석 역량 육성
3) 선의에 기반한 ‘팔로어십’ 문화
4) 30대 젊은 감독에게 전권을 보장해준 사무국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는 2017년 4월3일 열린 남자프로배구 V리그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대한항공을 물리치며 3승2패의 기록으로 10년 만의 우승을 이뤘다. 이는 또 2005년 프로배구 출범 후 세 번째 우승(05-06시즌, 06-07시즌, 16-17시즌)이었다. 여기까지였다면 특별할 것은 딱히 없다. 이 팀보다 양적으로 우승을 많이 한 팀들은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한국 4대 프로스포츠에서 찾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주목할 지점은 결과가 아니라 여정이다. 우승 횟수가 아니라 어떻게 이겼느냐는 ‘퀄리티’다.

스포츠도 이젠 프레임(frame)의 시대다. 현대캐피탈은 ‘혁신’ 프레임을 선점했다. 그들은 베스트(best)가 아니라 온리(only)를 추구한다. 현대캐피탈의 홈 코트 천안 유관순체육관에 들어가면 천장에 펄럭이는 대형 플래카드가 시야에 들어온다. ‘배구에 새로움을 더하다’라는 글이다. 현대캐피탈은 이기는 데 궁극의 가치를 두고 배구를 하지 않는 조직이다. ‘왜 배구를 하는가’라는 근원적 물음에서 출발한다. 조직문화와 실행전략의 에센스가 다르다.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배구단이 기업 경영에 주는 교훈과 시사점을 소개한다.



한국 배구의 블루오션을 개척하다

남자배구계에 <수학의 정석>이나 <성문종합영어> 같은 위상을 갖는 팀이 있다. 삼성화재다. 삼성화재는 V리그 원년인 2005시즌 우승, 그리고 2007∼2008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7시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이 팀의 신치용 전 감독(현 단장)은 ‘한국형 배구’를 완성시킨 것처럼 보였다. 그는 11시즌 동안 재임하며 매번 팀을 챔피언결정전에 올려놨고 이 중 8번을 우승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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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배구의 요체는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효율성에 있었다. 이 팀에 필요한 정신은 절제, 희생, 헌신이었다. 배구는 6명의 선수가 코트에서 뛴다. 리베로, 세터, 공격수(라이트, 레프트, 센터)로 구성된다. 리베로는 수비에만 집중하는 포지션이며 세터는 공격수들이 때리기 좋게 공을 띄워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삼성화재의 배구에서는 다섯 명의 토종 한국인 선수들이 1명의 인재(외국인 공격수)를 위해 리시브와 수비로 조력했다. 세터는 ‘어떤 상황에서도 외국인 선수에게 공을 정확히 올려주느냐’에 집중했다. 선수들은 지옥훈련을 감내했고 군대에 버금갈 조직문화를 체화했다.

한국 프로배구리그는 팀들 간 전력 평준화를 위해 최하위 팀부터 최상위 팀까지 성적의 역순으로 다음 시즌의 신인 지명권을 준다. 그러니 연속 우승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화재가 지속적 승리, 지속적 우승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최적루트는 ‘관리의 삼성’이라는 그룹 이미지를 현실에서 재연하는 것이었다. 신치용 감독은 이 꿈을 실현했다. 삼성 스포츠단 체육인 가운데 유일하게 ‘자랑스런 삼성인 상’을 받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물론 신치용식 배구의 모방자들도 속속 등장했지만 에센스를 간파하지 못한 채 겉만 따라 하던 경쟁팀들은 번번이 삼성화재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세계적 실력을 갖춘 외국인 선수를 고액에 스카우트해오는 것만으로는 원조 격인 삼성화재를 이길 수 있는 팀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캐피탈이 변화를 시도했다.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의 전통적 라이벌이고 2회 우승을 거두긴 했지만 성적으로 비교하면 조역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었다. 변화의 시작은 ‘이를 추동할 리더가 누구냐’에서부터 출발한다. 현대캐피탈 정태영 구단주의 선택은 2015년 4월 당시 39세로 선수생활을 이어가던 최태웅이었다.

최태웅은 국가대표 명세터 출신이다. 그는 삼성화재에서 1999년부터 2010년까지, 그 이후 현대캐피탈에서 선수로 뛰었다. 현대캐피탈의 최태웅 감독 임명은 3가지 지점에서 반향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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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선수에서 은퇴하자마자 코치직도 거치지 않고 바로 감독으로 낙점된 것이다.1 최 감독의 전임자가 배구계에서 명성이 높은 김호철(현 국가대표팀 감독)이었기 때문에 파장은 더 컸다. 김 감독은 현대캐피탈의 2회 우승을 이끄는 등 삼성화재 신 단장과 한국 배구를 양분하는 커리어의 지도자였는데 그 후임자로서 감독 무(無)경험자가 선택된 것이다. 당시 현대캐피탈 내부적으로는 ‘최태웅이라면 바로 감독을 시켜도 잘할 것’이라는 그 나름의 믿음이 서 있었다. 그는 선수 시절 사비를 들여 유럽 배구를 공부하러 가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고, 현대캐피탈이 천안에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라는 복합 베이스캠프(숙소+훈련장+재활시설)를 지을 때는 구단주 앞에서도 선수 입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조리 있게 얘기할 줄 아는 합리성과 배짱을 보였다. 현대캐피탈은 초보 감독인 최 감독에게 계약조건과 감독 권한 등을 김호철 전임 감독과 똑같은 수준으로 보장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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