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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소비시장 키워드

베트남, 이젠 생산기지 아닌 소비시장 ‘CSR’로 소비자의 마음 사로잡아라

이은미 | 224호 (2017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2000년만 해도 400달러에 불과하던 베트남의 1인당 GDP가 2000달러를 넘어섰다. 인건비 증가로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은 떨어졌을지 몰라도 ‘소비시장’으로서의 잠재력은 그만큼 자라났다. 세계의 공장에서 전 세계서 가장 핫한 소비시장으로 변신한 중국의 사례를 감안해볼 때 이제 우리는 소비시장으로서의 베트남의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가성비(Cost-effectiveness), 안전(Safety), 세련미(Refinement)의 약자를 딴 ‘CSR’이 베트남 소비자들의 가슴을 관통할 키워드로 꼽히는 가운데 안전 먹거리, 유통, 자동차 및 차량 액세서리, 유아용품, 화장품, 반려동물용품 산업 등의 성장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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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한국-베트남 간 국적기 운행 횟수는 몇 회일까? 정답은 233회. 하루 평균으로 치면 33회다. 베트남행 직항 국적기가 운행되는 도시는 수도 하노이, 경제도시 호찌민, 제3의 도시 다낭, 휴양지 나짱 이렇게 네 곳이나 된다. 2001년 인천-하노이 직항기가 처음 취항할 때만 해도 인천-호찌민 직항 노선 운행횟수는 주 10회에 불과했던 것이 그사이 20배가 넘게 늘었다.

2016년 베트남을 찾은 전체 외국인 방문객은 전년 대비 26% 증가한 1001만2735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 중 한국인은 중국(약 270만 명) 다음으로 많은 154만 명에 달했다. 과연 이들이 호찌민 벤탄시장,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세계에서 아름다운 6대 해변으로 꼽히는 다낭 미케 해변을 방문하기 위한 관광객들이었을까?

한국은 2014년 이래 3년 연속 베트남 최대 투자국 지위에 올라 있다. 2016년 베트남에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FDI) 205억9000만 달러(승인액 기준)에서 한국의 투자액이 60억4000만 달러로 전체 FDI의 29.3%를 차지했으며 베트남 진출 현지 법인만 해도 4700개 이상이다. 이렇듯 우리는 비즈니스를 위해 베트남에 가고 있다.



포스트 차이나, 베트남

베트남 시장 진출 1호 한국 기업은 1991년 12월 진출한 한주통상(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 생산)으로 기록돼 있다. 이후 1992년 베트남과 수교를 맺은 이래 2000년대 초반까지는 노동집약 산업인 섬유, 봉제업 중심으로 연 20만 달러 이하의 투자가 이어졌다. 그때까지 기업들에 ‘기회의 땅’은 중국이었다. 1970∼1980년대 국내 인건비 상승을 감당하지 못한 한국의 신발, 봉제 산업은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으로 이전했었다. 1980∼1990년 사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700달러에서 6000달러로 급증했지만 중국은 300∼400달러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1000달러를 넘은 중국의 1인당 GDP가 2006년 2000달러까지 치솟자 기업들은 베트남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2000년 베트남 1인당 GDP는 과거 중국과 비슷한 400달러였다. 게다가 미국과 체결한 무역협정(MFN)으로 종전 평균 40%에 이르던 섬유·봉제, 완구류 등의 대미 관세율이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져 미국 수출 특수라는 호재도 있었다. 이후 10여 년간 베트남은 중국을 대체하는 생산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베트남의 임금도 상승을 거듭해 한국이 베트남의 1위 투자국으로 올라선 2014년, 1인당 GDP가 2000달러를 넘어섰다. 우리 기업들은 베트남보다 인건비가 저렴한 캄보디아, 라오스, 더 멀리 떨어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으로 공장 이전을 고민하며 그와 동시에 베트남 시장의 또 다른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과거 인건비 때문에 중국을 떠났지만 이후 중국은 상승한 인건비와 13억 인구를 기반으로 세계에서 가장 핫한 소비시장으로 부상했고 연 6∼7%대의 경제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말이다.

여러 국가들의 발전 경험을 보면 1인당 GDP가 1000∼3000달러로 상승할 때 사회 경제적으로 큰 변화를 겪는다. 산업구조가 농업 중심에서 탈피해 제조업, 서비스업으로 옮겨가는 한편 2000달러 수준부터 의식주를 중심으로 한 생필품과 일반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다. 그리고 3000달러를 넘어서면 자동차 등 내구소비재 소비가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지난 3월 호찌민 시티증권의 피아크라 맥카나 리서치센터장은 “올해가 베트남 투자의 적기(適期)”라며 가장 눈여겨볼 만한 섹터로 의식주(衣食住)를 중심으로 한 필수소비재를 꼽았다. 베트남의 1인당 GDP가 2000달러를 넘어선 만큼 본격적으로 입고, 먹고, 자는 데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약 4년 뒤인 2021년이 되면 베트남의 1인당 GDP가 3000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건비 상승으로 생산 거점으로서의 매력은 덜해졌을지 몰라도 이때부터 비로소 소비시장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이 나타난다. 향후 5년 내 베트남의 시장의 얼굴은 중국 못지않게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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