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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selling Author Interview: <게놈 익스프레스> 조진호 작가

“DNA만으로 공룡 재생은 불가능하다”

조진서 | 221호 (2017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1. ‘유전자 = DNA’라는 생각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화폐라는 물질이 경제라는 현상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듯이 DNA라는 물질로 유전현상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 생명체를 물질이 아니라 현상으로,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2. 생명은 창발성(emergent properties)을 띤다. 기계를 분석하듯이 작은 요소로 쪼개는 방법으로는 생명체를 이해할 수 없다. 단일세포에서는 예상할 수 없는 일이 다세포 간 작용에서 창발적으로 나타나듯 생명체는 각각의 레벨마다 다른 논리를 갖고 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우경(조지아주립대 석사과정 진학 예정) 씨가 참여했습니다.



한국은 과학기술과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동시에 한국은 과학기술 지식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회이기도 하다. 학교에서부터 이과와 문과로 나뉘어 교육을 받는다. 18세가 넘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학과 과학을 접할 일이 없다. 대중매체에서도 깊이 있는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2016년 봄,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 열풍이 불었을 때 서점가에는 ‘알파고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인공지능이 가져올 윤리적 문제는 무엇인가’ 등에 대한 책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졌다. 하지만 정작 알파고의 알고리즘에 대해 기술적으로,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책은 드물었다.

그뿐인가. 신문과 방송에선 ‘바이오혁명’ ‘4차 산업혁명’ 등의 새로운 키워드가 쏟아지지만 바이오가 왜 혁명인지,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과거에는 ‘아폴로 박사(조경철)’ ‘새 박사(윤무부)’ 등 대중과의 소통에 적극 나섰던 대학교수들이 소수 있기는 했지만 요즘은 그런 책임감 있는 학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과학기술은 학교와 연구실 안에만 갇혀 있는 현실이다.

이런 척박한 과학교육 환경을 개척하고 있는 저자가 있다. 그는 대학교수가 아니라 고등학교 교사다. 조진호 작가는 물리학의 중력 이론을 설명한 <어메이징 그래비티(궁리, 2012 )>, 유전학의 역사와 기초개념을 소개한 <게놈 익스프레스(위즈덤하우스, 2016)>를 연달아 펴내 과학저술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어메이징 그래비티>는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최우수 교양도서로 뽑혔고 후속작 <게놈 익스프레스>는 아태이론물리센터가 2016 과학도서로 선정했다. <게놈 익스프레스>의 추천사를 쓴 오타와대 세포분자의학과 김우재 교수는 “기초과학의 불모지 한국에서 이런 수준의 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한국 과학계의 복이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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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조진호의 책을 특별하게 만들까? 일단 수준이 만만치 않다. 그는 어린이가 아니라 어느 정도 과학에 소양이 있는 성인을 타깃 독자로 삼는다. 그래서 30∼40대 남성의 구매율이 가장 높다. 그림체는 유럽식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이다. 대사 한마디도 없이 그림만 가득한 페이지도 있는가 하면 깊은 생각이 필요해 책장을 넘기는 데 10분 이상 걸리는 페이지도 있다. 예술영화 같은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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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라인 역시 사색을 요구한다. <게놈 익스프레스>는 저자 본인이 주인공이다. 저자는 ‘유전자란, 유전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품고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유전과학에 이정표를 세운 과학자들을 한 명씩 만난다.

예를 들어 이 책은 ‘왓슨과 크릭이 발견한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교과서처럼 설명하지 않는다. 그 대신 왓슨과 크릭이 1950년대 연구 당시 얼마만큼의 지식을 갖고 있었으며, 어떤 계기로 연구를 시작했고, 어떤 근거에서, 어떤 추론과정을 거쳐서, 어떤 실험을 통해서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를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재구성한다. 콜럼버스가 달걀을 똑바로 세우기 위해 어떤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는지를 설명해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논문을 써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구구절절 공감할 수 있는 학자들의 고생담들이 이어진다. 작가는 ‘문제를 쓴다 - 생각한다 - 답을 쓴다’라는 세 단계1 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첫 번째, 문제를 제대로 쓰는 단계, 즉 논문의 주제를 잡는 단계임을 지적한다. “유전학과 생물학을 포함한 모든 과학은 답을 찾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새로운 문제를 쓰는 과정일지도 모른다”라고 그는 말한다.

한편, 직장생활을 하는 DBR 독자들에게는 이 책이 또 다른 의미에서 흥미로울 수 있다. 인생 3모작 중인 저자의 커리어 때문이다. 그는 벤처기업가 출신이다. 게임회사를 창업해 8년간 운영한 후 성공적으로 대기업에 매각했다. 30대 중반이 된 다음에야 과학교육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9년 엘리트 사립고등학교인 민족사관학교에 생물학 교사로 부임한 이후로는 낮에는 학생을 가르치고 밤에는 만화를 그린다.

강원도 횡성군 민족사관고등학교 교정에서 조진호 작가를 만났다. 이 학교는 대학처럼 학생들이 원하는 강의를 찾아다니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조 교사의 개인 연구실에는 공강시간 자습 중인 학생 두 명이 있었다. 미안한 마음으로 양해를 구하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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