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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현금 보유. 약이거나, 독이거나 外

한진영,강신형,주재우,조길수 | 217호 (2017년 1월 Issue 2)
Strategy

기업의 현금 보유. 약이거나, 독이거나



무엇을 왜 연구했나?


최근 들어 국내 10대 재벌의 사내 현금유보율이 사상 최대를 돌파하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이에 일부 사회단체나 정치인들은 기업이 과도한 현금을 내부에 축적함으로써 국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대기업의 지나친 현금 보유가 각종 로비와 지하경제 활성화로 연결되며 사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돼 결국에는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무너뜨리고 경제민주화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비판에 대해 기업 경영자들은 운전 자본의 규모와 환경 불확실성이 전례없이 확대됐기 때문에 기업의 현금 보유 증가는 필연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이론적 측면에서도 기존 연구들은 기업의 현금 보유와 기업 성과 간의 관계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기업의 현금 보유가 기업의 성과 및 주주가치 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들은 잉여 현금이 기업의 외부 환경 적응과 혁신의 발현을 촉진하고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잉여 현금은 기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사적 이익 추구 동기를 강화하고 기업의 전략적 대안에 대한 탐색 의지를 감소시켜 기업 성과를 낮추기도 한다. 특히 현금으로 인해 창출된 가치를 힘이 있는 특정 이해관계자가 전유할 경우 주주들이 향유할 수 있는 몫은 더욱 줄어든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기업의 현금 보유가 기업 성과를 증가시키거나 훼손할까? 즉, 기업의 현금 보유가 가치 창출에 도움이 되는 외부 환경적 특성은 무엇이며, 이렇게 창출된 가치를 주주가 아닌 다른 이해관계자가 전유함으로써 기업 성과가 감소하는 상황 요인은 무엇인가?


무엇을 발견했나?

캘리포니아주립대의 데이비드 뎁과 그의 동료들은 미국에 상장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종단적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자들은 COMPUSTAT, IBES, CSRP 등의 글로벌 기업 정보 데이터베이스에서 1993년부터 2012년까지의 9298개 기업의 재무데이터를 수집했다. 종속변수인 기업 성과는 기업의 장부가치 대비 실제 시장가치의 비율로 측정했다.

연구결과 기업의 현금 보유가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기업이 직면하는 환경적 요인과 기업 요인에 따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기업이 속한 산업의 경쟁강도, 연구개발 집중도, 성장률이 높은 경우 기업의 현금 보유는 기업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금은 경쟁자의 신규 시장 진입, 가격인하, 생산 능력 확대 등의 공격적 행보를 견딜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또한 기술 변화가 빠르고 복합적인 경우 현금은 불연속적 기술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적 대안을 확보할 수 있는 여유 자원을 기업에 제공한다. 특히 산업 수요가 빠르게 팽창하는 경우 복수의 대안에 소규모 투자를 집행해 불확실성으로 인한 투자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리얼옵션 전략’이 효과적이므로 이를 위한 현금 확보가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외부 환경에 대한 적응의 필요성이 커질수록 기업의 현금 보유는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와 같은 현금의 기업 성과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는 기업지배구조가 취약하고, 기업 내부 정보에 대한 투명성이 낮으며, 기업이 다각화된 사업구조를 지닌 경우에는 반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기업의 현금 보유량이 많을수록 경영자는 자신의 급여를 올리는 등 기회주의적인 사익(私益) 추구 행동에 대한 동기가 커진다. 또한 현금이 외부 환경 변화의 충격을 흡수하므로 경영자는 최적의 전략적 대안을 탐색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게 된다. 그러나 기업지배구조가 취약한 경우 경영자의 이런 기만적이고 태만적인 행동을 제지하기 위한 주주의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또한 사업구조가 다각화되고 기업 투명성이 낮은 경우 경영자와 주주 간의 기업 경영 활동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이 커지므로 경영자의 사익 추구 활동은 외부의 감시에서 벗어나기 쉬워진다. 따라서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경우 기업의 현금 보유는 오히려 기업 성과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는 어떤 경우 기업의 현금 보유가 기업 성과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실증분석을 실시했다. 연구 결과 경영자들의 주장처럼 기업이 직면한 환경적 불확실성이 높은 경우 기업의 현금 보유는 성과 창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를 제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경우 기업의 현금 보유는 오히려 성과를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기업의 높은 현금 유보율 자체를 문제 삼기 이전에 기업이 직면한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한 고려는 물론 기업의 투명성과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가 우선돼야 함을 본 연구는 시사한다.


강신형 KAIST 경영공학 박사 davidkang@kaist.business.edu

필자는 KAIST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기획, M&A, J/V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에서도 근무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경영혁신으로 개방형 혁신, 기업벤처캐피털(CVC) 등과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When is Cash Good or Bad for Firm Performance?”, by Deb, P., David, P., and O’brien, J. in Strategic Management Journal.(Forthc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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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진영han1618@cau.ac.kr

    -중앙대 창의ICT공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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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신형sh.kang@cnu.ac.kr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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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재우

    주재우designmarketinglab@gmail.com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공감에 기반한 디자인싱킹(Design Thinking)과 직관을 위배하는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을 활용해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을 설계한다. 현재 국민대 경영대학과 테크노디자인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마케팅과 경험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받았고 토론토대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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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길수gilsoo.jo@gmail.com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
    -경영혁신전략연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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