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전망을 논의하는 다보스포럼의 최근 3년간의 주제를 나열해보면 ‘세계의 재편’ ‘새로운 세계 상황’ ‘제4차 산업혁명의 이해’다. 이 주제들만 봐도 기업의 생존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급격한 생존환경의 변화 속에서 생존과 번영을 지속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숲에 있을지도 모른다. 지구 탄생 이래 생존환경은 끊임없이 변해왔고, 그 과정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아 번영을 지속하고 있는 풀과 나무야말로 진정한 승자(勝者)다. 그리고 이들의 도전과 그 결과로 기록된 생명의 역사를 숲은 간직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숲은 훌륭한 교실이다.
숲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46억 년 전 지구가 탄생했고 최초의 생명체는 약 35억∼38억 년 전 바다에서 나타났다. 바로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다. 이 박테리아는 엽록소와 같은 색소를 가지고 있었는데 물을 분해하고 태양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해 스스로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는 조류식물로 진화했다. 바다 조류식물 중 하나가 육지로 상륙한 증거가 발견됐는데 약 4억7000만 년 전인 오르도비스 중기 때 일어난 사건으로 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그 유전적 흔적이 지금의 우산이끼와 비슷하다.
그렇다면 최초로 상륙작전에 성공한 우산이끼의 생존환경은 어땠을까? 사방이 물로 가득 찬 바다에서 공기 중의 수분에만 의존해야 하는 뜨거운 육지는 어쩌면 지옥같이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이끼가 몸 전체로 공기 중 수분을 흡수하고, 자기 몸의 1020배의 수분을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척박한 생존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엄청난 노력의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또한 이끼는 상륙 후 정착의 삶을 살기 위해 ‘뿌리’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바위의 작은 틈에 뿌리를 내렸을 것이다. 최초에 이끼가 뿌리를 만든 것은 생존을 위한 하나의 선택이었지만 이것이 육지 생태계의 근간을 창조했다고 생각하면 경외심마저 생긴다.
생존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놀라운 창조와 혁신을 가져온 사건의 주인공은 또 있다. 바로 꽃이다. 꽃을 피우는 식물, 즉 현화식물의 등장은 1억 40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식물세계를 지배하고 있던 주인공은 큰 키의 겉씨식물이었다. 그러나 겉씨식물의 대제국은 초대륙(pangaea)의 이동으로 발생한 지진에 의해 파괴된다. 이러한 혼란을 틈타 예전에는 없었던 이상한 시도를 한 식물이 나타나는데 바로 꽃이라는 새로운 기관을 만든 현화식물이다. 꽃에는 생식기관과 함께 ‘꿀’이 있다. 왜 갑자기 ‘꿀’을 만들었을까? 알다시피 곤충을 유인하기 위함이다. 예전에 없던 이 시도는 육지 생태계에 놀라운 결과를 가져오는데 바로 공진화이다. 꽃에 담긴 꿀과 꽃가루를 더 많이 얻어가기 위해 곤충은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을 늘리고, 부리가 길어지며, 털이 더 많은 모습으로 진화했다. 또한 곤충은 부지런히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옮겨 다니면서 현화식물의 유전적 다양성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는데, 그 결과 현화식물은 육상 식물계의 80%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꽃의 등장은 서로 다른 개체 간의 진화를 유발했고, 그 속도는 점차 빨라져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개체의 진화’에서 ‘개체 간의 진화’로 바꾸어버렸다. 21세기 경영환경에서 파괴적 혁신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식물계의 경영환경에서는 이미 1억4000만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숲의 역사에서 우리가 주목할 만한 것은 ‘대부분의 창조와 혁신은 생존을 위협받는 절박한 상황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지금 우리의 생존환경은 이제까지 결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방향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절박한 신호를 놓치지 말고 작은 변화와 도전들을 곳곳에서 펼친다면 어쩌면 지금이 우리가 그토록 부르짖는 창조와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최적의 상황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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