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러리에서 주인공으로 떠오른 한국 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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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만 해도 겨울에 열리는 최고 인기 스포츠는 농구였다. 배구는 들러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프로농구는 과거 골수팬들의 ‘첫사랑’으로 불렸던 선발자 우위 효과를 빠르게 잃고 있다. 배구는 일단 시청률에서 농구를 추월했다. 2015∼2016시즌 프로배구 남자부 경기 평균 TV 시청률은 1.07%(닐슨코리아 유료 가구 기준)로 남자 프로농구(0.28%)의 3.8배 수준이었다. 후발자 배구가 선발자 농구를 이긴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 지역 밀착의 힘: 연고지 개념을 정착시키며 가족이 함께 찾을 수 있는 배구 코트 만들기에 주력했다.
- ‘아웃소싱’의 힘: 농구보다 작은 배구 시장 특성상 세계적인 선수들이 한국의 배구 코트를 누비며 팬들을 만족시켰다.
- 공정성의 힘: 2007∼2008시즌부터 비디오 판독제를 도입해 편파 판정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공정성은 스포츠에 대해 사람들이 기대하는 ‘업의 본질’과 같다.
“미안하다. 농구대잔치는 이제 추억일 뿐이다. 이제는 배구가 대세다.”
TvN 연속극 ‘응답하라 1994’ 여주인공 성나정(고아라 분)이 2016년 현실 세계에 존재한다면 TV 앞에서 리모컨을 돌리며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이 연속극에서 성나정은 연세대 농구부 이상민(44·현 프로농구 삼성 감독)에 열광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정말 그랬다. 그 시절 우리는 누구나 농구 팬을 자처했다. 지금도 일본 농구 만화 ‘슬램덩크’를 자기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만화책으로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MBC 연속극 ‘마지막 승부’는 따로 설명이 필요할까.
불과 10년 전만 해도 그랬다. 겨울에 열리는 최고 인기 스포츠는 농구였고, 배구는 들러리 신세에 가까웠다. 프로 리그 출범 시기가 이를 증명한다. 인기 있는 스포츠일수록 먼저 프로로 바뀌는 게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남자 농구는 농구대잔치 인기를 발판삼아 1997년 프로로 전향했다. 이듬해에는 여자 프로농구도 닻을 올렸다. 배구는 이로부터 7년이 지난 2005년이 돼서야 프로라는 간판을 달 수 있었다.
관중 숫자도 게임이 되지 않았다. 통계청 ‘e-나라지표’에 따르면 프로배구 출범 두 번째였던 2005∼2006시즌 V리그 경기당 평균 관중은 836명으로 남자 프로농구(3835명)의 5분의 1을 겨우 넘는 수준이었다. 당연히 “프로배구는 시기상조였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려왔고, 훈수 두기 좋아하는 언론은 “프로배구는 프로농구에서 배우라”고 주문을 쏟아내기 바빴다.
이제는 반대다. 물론 아직 프로배구가 확실하게 역전에 성공했다고 말하기에는 2% 부족하다. 하지만 프로농구가 ‘선발자 우위(first-mover advantage)’ 효과를 잃은 것도 사실이다. ‘후발주자’ 프로배구는 어떻게 프로농구를 따라잡을 수 있었을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적의 위기가 곧 우리의 기회였다. 물론 그 기회를 잘 살린 건 배구가 칭찬받아야 할 일이다.
시청률의 힘
프로배구가 11년 동안 급성장한 비결에 대해 김대진 한국배구연맹(KOVO) 홍보마케팅팀 팀장은 이렇게 말한다. “아직 프로농구에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우리가 농구에 앞서는 건 사실상 TV 시청률 정도밖에 없다.”
하지만 ‘시청률 정도’라고 표현하기엔 차이가 너무 크다. 2015∼2016시즌 프로배구 남자부 경기 평균 TV 시청률은 1.07%(닐슨코리아 유료 가구 기준)로 남자 프로농구(0.28%)의 3.8배 수준이었다. 프로배구 여자부 시청률(0.70%)이 오히려 남자 프로농구 시청률보다 높다. 보통은 종목을 막론하고 남자 경기 시청률이 여자 경기 시청률보다 잘 나온다.
이 때문에 남자 프로농구는 굴욕(?)을 경험하기도 했다. 2013∼2014 남자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챔프전) 1차전은 경기 시작 시점이 아니라 2쿼터부터 중계 전파를 탔다. 원래는 SBS스포츠에서 프로배구 여자부 챔프전 4차전 중계를 하다가 남자 농구 챔프전으로 바꿀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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