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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창조 조직의 비밀

뛰노는 아이들의 확장적 상상력 배워야… 편하게 어울리며 치열하게 일하라

김경훈 | 182호 (2015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아이디어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조직 문화가 혁신 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직원들이 축소적 사고에 매몰돼 다른 직원의 확장적 사고를 방해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명확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 확장적 사고를 해야 할 때와 축소적 사고를 해야 할 때를 구분하고, 모두 같은 방향의 생각을 해야 혁신이 멈추지 않는다. 둘째, 싹 틔우기를 통해 확장적 사고를 훈련하고 강화해야 한다. 판단을 유보하고, 아이디어를 이해하고, 열정을 갖고,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야 한다. 셋째, 편하고 즐거운 환경이 아이디어를 더 활성화하므로 근무환경과 근무제도를 보다 즐겁게 바꿔야 한다. 넷째, 조직원들이 서로 어울리고 연결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왠지 힘없고 몸이 으스스한 어느 날, 몸보신 할 생각으로 설렁탕 집을 찾았다. 설렁탕 한 그릇 먹고 나면 다시 힘이 날 것 같았다. 주방에서 나는 구수한 설렁탕 냄새를 맡으며 5분 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맛있는 설렁탕이 나왔다. 숟가락을 들어 뽀얀 국물을 막 뜨려는데 국물 속에 뭔가 보인다. 국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물체는 다름 아닌 파리였다! 당신은 이 상황에서 설렁탕을 먹겠는가? 설렁탕이 아무리 맛있어 보이고 힘을 솟아나게 해줄 것 같아도 (오늘따라 국물 속 고기가 유난히 더 크고 부드러워 보여도) 작은 파리 한 마리가 담겨 있으면 그 설렁탕을 먹지 않고 종업원을 불러 다른 설렁탕으로 바꿔 달라고 할 것이다. 식당이 영 못 미더우면 비록 힘이 없어도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다른 식당으로 갈 것이다.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통찰력이 있고 긍정적이며 적극적인데다 생산적인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도 단 한 명의 훼방꾼만 섞여 있으면 아이디어는 한순간에 사라진다. 다 함께 모여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신나게 만들고 있을 때그게 말이 돼?” “이런저런 문제는 어떻게 하려고?” “이건 안 될 거야식으로 초치는 사람이 나타나서 창조의 열기를 사그라지게 만들 때가 많다. 아이디어를 창조하기 위해서는설렁탕 속의 파리와 같은 사람이 없어야 한다. 바꿔 말하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직원 개개인의 창조적 역량도 중요하지만 조직의 문화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조직 문화가 준비되지 않으면 창조적인 직원마저 곧 떠나버릴 것이다.

 

혁신은 단지 허락될 수만 있는 것

 

구글은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자주 꼽힌다. 구글의 전 CEO 에릭 슈밋은 공동 저술한 책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서 구글이 어떻게 혁신적인 조직이 될 수 있었는지 설명하면서혁신은 소유하거나 명령할 수 없는 것이며 단지 허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직원들에게 혁신적으로 일하라고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말한다고 혁신적인 사람들이 되는 것도 아니다) 직원들이 혁신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직은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많은 독자들이 에릭 슈밋의 주장에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은 종종경영진이 혁신을 방해하지 않고 가만히만 있어도 우리 조직은 더 많은 아이디어를 창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불평한다. 조직 내에서 혁신이 제대로 허용되지 않고 있다는 불평이다. 예전에 한 자동차 회사에서 매우 혁신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의 자동차를 출시한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혁신의 비결을 묻자 직원들은경영진이 너무 바빠 이번 디자인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좋은 아이디어가 경영진을 거치며 사라지고 망가진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사례였다.

 

혁신을 가로막는 주체는 경영진만이 아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신입사원, 딴지 걸고 불평하기 좋아하면서 나만 옳고 논리적이라고 착각하는 대리, 그동안 이것저것 다 해봤지만 되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과장 등 모두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막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혁신이 허용되는 조직,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조직이 될 수 있을까?

 

 

 

어린아이와 같지 아니하면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사람은 바로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키, 지능, 지식 등 자신이 지닌 여러 가지 제약은 물론이고 시공간적인 외부 한계도 뛰어넘어 여러 가지 상상을 하며 즐겁게 논다. 아이들의 눈에는 아빠가 공룡도 됐다가 물침대가 되기도 하고 고층 건물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엄청난 상상력을 가지고 있으며 끊임없이 질문하고 배우려고 한다. 두려움 없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온 열정을 다해 한다. 혁신의 관점에서 아이들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의하면확장적(expansive)’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한때는 창조적인 어린아이였던 우리 어른들은 이제는 그다지 혁신적이지 않은 존재가 돼 버렸다. 어른들의 특징은 언제나 판단하려고 하고 주어진 기존 질서를 따르려고 한다는 것이다.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려고 하며 주어진 일을 진지하게 처리할 뿐이다. 혁신의 관점에서 어른들의 특징을 정의하면축소적(reductive)’이다.

 

아이디어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어린아이처럼 확장적이어야 할까, 아니면 어른처럼 축소적이어야 할까? 정답은둘 다 필요하다이다. 무조건 확장적이라고 좋은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고, 확장적 사고와 축소적 사고가 적절한 배합으로 순환해야 좋은 아이디어가 탄생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축소적 사고에 너무 익숙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확장적 사고가 필요한 순간에도 축소적 사고에 갇혀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린아이와 같은 확장적 사고를 장려해야 한다. 어린아이와 같지 않고서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일을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우리를 어린아이와 같게 만들어 주는 방법이 바로신호 보내기(Signaling)’.

 

비법1. 신호 보내기(Signaling)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생각을 자유롭게 해 보는 확장적 사고를 충분히 해야 한다. 확장적 사고를 통해 우리가 갖고 있는 통찰과 지혜가 충분히 활용될 수 있도록허용해야 하는 것이다. 축소적 사고는 이미 익숙하므로 확장적 사고가 충분히 이뤄진 이후 천천히 해도 된다. 신호 보내기는 확장적 사고가 충분히 이뤄지도록 조직에 신호를 보내 모든 구성원들이 축소적 사고에 갇히지 않고 확장적 사고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다. 마치 교통 신호등이 초록 불을 켜서 교통 흐름이 막히지 않도록 하고 차들이 충분히 지나간 후 노란 불, 빨간 불로 신호를 바꾸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신호 보내기는 조직 문화에 맞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제약회사는 연구원들이 너무나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나머지 연구원들이 모여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 확장적 사고가 절실히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5분을 못 넘기고 다시 축소적 사고로 사고의 방향이 바뀌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축소 지향적인 관성을 깨기 위해 이 제약회사는 모든 회의실에 카드 두 장을 준비했다. 1번 카드 앞면에는확장적’, 뒷면에는축소적이라고 적었다. 이 카드는 회의의 방향이 어디로 가는지 알려주는 카드로 사용했다. 2번 카드 앞면은 노란색, 뒷면은 빨간색을 칠했다. 축구 경기처럼 방향에 어긋나는 발언을 하는 사람(주로 확장적 사고를 해야 할 때 축소적 사고를 하는 사람)에게 옐로 카드로 경고를 주고, 실수를 반복하면 레드 카드를 줘서 회의에서 빠지도록 규칙을 정한 것이다. 이 카드는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었다. 두 장의 카드는 매우 간단한 것이지만 동시에 매우 강력한 것이어서 제약회사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들은 옐로 카드는 몇 번 사용한 적이 있지만 레드 카드는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확장적 사고를 해야 하는지, 축소적 사고를 해야 하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설렁탕 속의 파리를 방지하는 데 큰 효과가 있었고 관성에 따라 실수를 하더라도 옐로 카드 한 번이면 실수를 자각하고 쉽게 사고의 방향을 전환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설렁탕 속의 파리예화를 다시 떠올려 보라. 단 한 사람만 축소적 사고를 해도 팀 전체, 조직 전체가 확장적 사고를 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일은 두 장의 카드만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만약 여러분의 조직이 확장적 사고에 익숙하다면 필자와 구글 동료들이 즐겨 사용하는 간단한 방법을 이용할 수도 있다. 필자는 아이디어 회의를 시작할 때질보다 양이 중요하다는 얘기부터 꺼낸다. 참석자들이 확장적 사고를 하도록 신호를 주는 것이다. 중간에 비판적인 발언으로 축소적 사고를 하려는 참석자가 나타나면아직은 질보다 양이 중요하니 비판적인 논의는 나중에 다시 하자고 말해 우리 회의가 아직 확장적 방향에 있음을 주지시킨다. 충분히 많은 아이디어를 얻고 나면이제 양보다 질을 높이기 위한 논의를 해보자는 말로 신호를 보내면 된다. 몇 번의 짧은 발언만으로도 전체 구성원이 같은 방향으로 사고하도록 쉽게 유도할 수 있다.

 

 

적용하기

 

● 팀이 확장적 사고 또는 축소적 사고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당신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적절한 신호를 보내지 않아서 팀이 혼란에 빠진 경우는 없었는지 돌아보자.

 

● 당신은 확장적 사고를 해야 할 시점에 축소적 사고를 해서 아이디어가 생기는 것을 가로막는 사람에게 어떤 신호를 보냈는가? 앞으로 어떤 신호를 보낼 것인가?

 

만약 여러분의 조직이 확장적 사고에 익숙하다면

 

구글에서 즐겨 사용하는 간단한 방법을

 

이용할 수도 있다. 아이디어 회의를 시작할 때

 

‘질보다 양이 중요하다는 얘기부터 꺼낸다.

 

확장적 사고를 하도록 신호를 주는 것이다.

 

떡잎이 나기 전까지는 모른다

 

우리가 새로운 농작물을 키우는 농부라고 상상해 보자. 종자 회사로부터 좋은 씨앗을 사왔어도 이 중에는 밭에서 잘 자랄 종자와 그렇지 않은 종자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어떤 씨앗이 잘 자랄 종자인지 알 수 없다. 밭에 정성껏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기다려서 적어도 떡잎이 나는 것은 봐야 판단할 수 있다. 초보 농부라면 좀 더 기다려서 줄기가 튼튼하게 자라는 것을 보고 나서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완전히 열매가 맺히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판단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확실한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이른 시점에 성급히 농사를 포기한다면 우수한 종자까지 죽이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아이디어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대단한 아이디어는 별로 없다. 정말 대단한 아이디어라고 해도씨앗상태에서는 그 진가를 알아보기가 무척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조악하고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았던 제품이 시간이 갈수록 다듬어지고 진화하면서 히트작으로 거듭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애플의 첫 번째 아이팟도 무겁고 비싸서 곧 실패할 것으로 생각됐지만 이후 제품이 개선되며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물론 시장성이 없는 제품을 제때 포기하지 않아서 많은 비용을 낭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전까지는 아이디어를 키우고 다듬어서 아이디어가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종종 아이디어를 너무 일찍 죽여 버린다. 그보다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를 최대한 많이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싹 틔우기(Greenhousing)’.

 

비법2. 싹 틔우기(Greenhousing)

 

초기 아이디어가 성공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로 자라나게 하는 것이 싹 틔우기다. 앞서 살펴본 확장적 사고의 단계에서 이 싹 틔우기를 활용해 아이디어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잘 발전된 아이디어는 축소적 사고의 단계에서 여러 평가와 검증을 통과할 수 있으며 그러면서 더 훌륭한 아이디어로 자라나게 된다. 만약 싹 틔우기의 과정 이후에도 아이디어가 약하다면 그 아이디어는 폐기하고 다음 아이디어를 키우면 된다. 충분한 기회를 준 후 엄정하게 평가해도 늦지 않다.

 

싹 틔우기는 어떻게 하는가? 필자가 근무했던 혁신 전문 컨설팅 왓이프 이노베이션 파트너스에서는 싹 틔우기 3단계의 첫 글자를 따서 ‘SUN’이라고 방법론을 요약했다. 싹을 틔우고 greenhousing을 하기 위해 반드시 태양이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한 요약이다.

 

Suspend the judgement(판단 유보하기): 싹 틔우는 과정에서 판단은 잠시 미룬다. 확장적 사고가 필요하다는신호 보내기가 잘 이뤄지면 이 과정은 쉽게 진행할 수 있다. 단순히 부정적인 얘기를 삼가고 가만히 있는 것을 판단 유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보다는 적극적으로 가치를 더하려는 긍정적인 사고(positive mind)를 갖는 것이 진정한 판단 유보다.

 

 

Understand the idea(아이디어 이해하기): 아이디어를 생각한 사람의 입장에서 그 사람이 왜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됐는지 이해해 본다. 아이디어의 핵심은 무엇인가, 아이디어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아이디어의 장점은 무엇인가, 아이디어의 어떤 점이 매력적인가 등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본다.

 

Nurture as if it was your own(내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고 키우기): 이제 열정을 가지고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보자. 아이디어는 혼자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팀이 함께 발전시키는 것이므로 부담 갖지 말고 여러 좋은 생각을 펼쳐보자. 아직은 판단할 시점이 아니고 질보다 양이 중요한 시점이므로 하나의 아이디어를 여러 개의 아이디어로 발전시킬 수 있다.

 

왓이프 이노베이션 파트너스에서 고객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싹 틔우기에 대해 교육할 때 자주 사용했던 연습문제를 함께 풀어보자. ‘비행기 날개 위의 좌석이다. 항공기를 개발하는 아이디어 회의에서 누군가 비행기 날개 위에 좌석을 놓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고 가정해보자. 여러분은 이 아이디어의 싹을 어떻게 틔우겠는가?

 

S (판단 유보하기): 사람이 날아가는 비행기 날개 위에 앉을 수는 없다. 그러니 이 아이디어는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잠시 유보하자.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보자.

 

U (아이디어 이해하기): 이 사람은 왜 이런 아이디어를 냈을까? 분명 날개 위 좌석이 주는 장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면 날개 위는 기내보다 좀 더 개방적이어서 폐쇄공포증이 있는 사람에 적합할 수 있다. 승객들이 보다 짜릿한 경험을 하게 해줄지도 모른다. 경치도 더 좋을 것이다. 밤에는 수많은 별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운이 좋으면 오로라도 볼 수 있겠다!

 

N (내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고 키우기): 만약 날개 위에서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경치를 기내에서도 제공한다면 어떨까? 실제로 이런 질문을 통해 나온 첫 번째 아이디어가 비행기에 외부 전경 카메라를 설치하자는 것이었다. 지금은 많은 비행기의 전, 후방에 외부 전경 카메라가 달려 있어서 승객들이 좌석 모니터를 통해 비행기 주변의 경치를 볼 수 있다. 최근 나온 또 다른 아이디어는 비행기 바깥 경치를 기내에 보여줄 수 있도록 비행기에 창문을 없애고 기내 벽에 스마트 스크린을 설치하자는 것이다.

 

이처럼 황당해 보이는 아이디어도 싹 틔우기를 통해 보다 나은 아이디어로 발전할 수 있다. 아이디어를 좀 더 발전시킨 후에 아이디어를 실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해도 늦지 않다.

 

 

적용하기

 

● 당신의 팀은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로 아이디어를 만드는가? 아이디어를 이해하기 위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아이디어에 가치를 더하고자 하는 주인의식을 충분히 갖고 있는지 살펴보자.

 

● 당신의 팀이 가지고 있는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능력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향상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팀원들과 싹 틔우기 연습을 해보자. ‘비행기 날개 위의 좌석은 물론이고강아지 올림픽이나탄산 없는 콜라같은 괴상한 주제로 연습할 수도 있다. 몇 번의 연습을 통해 SUN에 익숙해지면 실제 여러분이 고민하고 있는 초기 단계의 아이디어들을 가지고 싹을 틔워보자.

 

● 당신의 팀은 아이디어를 판단하기에 앞서 얼마나 오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가? 너무 일찍 아이디어를 죽이고 있다면 앞으로 무엇을 다르게 할 것인가?

 

 

 

아이디어는 샤워할 때 나온다

 

여러분은 언제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가? 많은 사람들이 샤워하는 순간을 꼽는다. 컨설턴트로 일하던 시절, 필자도 종종 샤워하는 도중에 풀리지 않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곤 했다. 때로는 성경책을 읽고 묵상을 하면서 문득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잠자리에 들어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가 영감을 얻는 경우도 있다. 아르키메데스와 뉴턴이 실험실 밖에서 중요한 영감을 얻었듯 우리는 일에 집중할 때보다 잠시 일에 대한 생각을 놓고 있을 때 더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이는 우리 뇌가 그렇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뇌는 베타, 알파, 세타, 델타의 네 가지 상태를 오고 가면서 주어진 상황에 가장 적합한 상태로 작동한다. 마치 방문이 열리고 닫히듯 우리 뇌 속에 있는 무의식의 뇌도 네 가지 상태에 따라 닫혀 있다가 조금씩 열리곤 한다.

 

베타 상태는 우리가 무언가에 집중해서 완전히 의식으로 가득 찬 상태다. 무의식의 문은 완전히 닫혀 있고, 우리의 뇌는 주어진 문제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풀기 위해 열심히 움직인다. 여기서 뇌가효율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우리가 기존에 학습하고 습관으로 익힌 것들에 기반을 두고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길 가능성은 낮다. 반면 알파 상태는 베타 상태의 다음 단계로 우리의 뇌 속에 무의식의 문이 살짝 열려서 뇌 속 정보가 의식과 무의식의 상태를 오고갈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베타 상태에 비해 우리의 몸이 훨씬 편안한 상태에 있을 때 뇌도 편안한 알파 상태가 된다. 한적한 길을 느긋하게 운전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편안한 소파에 앉아 있을 때가 대표적인 예다. 세타 상태는 무의식의 문이 활짝 열려서 의식이 점점 희미해지는 상태다. 잠이 들려고 하거나 깊은 잠에서 막 깨어난 상태가 여기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델타 상태는 의식 없이 완전한 무의식에 빠져 있는, 깊은 잠에 들었을 때 뇌의 상태다. 자는 동안 우리의 뇌는 세타와 델타 상태를 오고 간다.

 

 

짐작하겠지만 아이디어는 뇌가 알파 상태일 때 가장 많이 떠오른다. 여러 e메일에 답장하느라 정신없이 바쁠 때, 또는 온갖 판단이 난무하는 회의 중간에 뇌는 베타 상태다. 이럴 때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어렵다. 반면 샤워를 하면서 뇌가 알파 상태가 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잘 떠오른다. 우리 뇌는 상황과 주변 정보에 따라 베타와 알파, 세타, 델타 중 가장 적합한 상태로 바뀐다. 따라서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조직원들의 뇌가 알파 상태가 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즐거움 채우기(Playfulness)’가 필요하다.

 

비법3. 즐거움 채우기(Playfulness)

 

좋은 아이디어는 마음을 편하게 갖고 생각이 흘러가게 둘 때, 길을 잃은 것처럼 느껴져도 결과물에 연연하지 않을 때 얻을 수 있다. 예컨대 어떤 공원에 처음 가 본다고 상상해보자. 미리 지도를 준비하고 일정 계획을 세운 후 스마트폰으로 방향을 살피면서 계획한 대로 공원을 돌아볼 수도 있다. 이러면 매우 효율적으로 공원을 구경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많이 가는 정해진 길을 따라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추천하는 것들을 보고 오게 될 것이다. 경영의 측면에서 얘기한다면 경쟁사들이 하는 일을 똑같이 하는 셈이 된다.

 

하지만 지도를 접어놓고 스마트폰도 켜지 않고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시선이 가는 대로 감각에 의지해서 공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면 어디로 갈지 정해져 있지 않아서 불안할 수도 있겠으나 다른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곳에 가서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꽃이나 풍경을 보게 될 수 있다. 우리가 이런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찾아 나설 때 우리의 뇌는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고 연결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다.

 

즐거움 채우기는 이처럼 자유롭고 편안하고 즐겁게 생각의 여정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환경에는 여러 가지가 속한다. 먼저는 회의의 장소다. 전통적인 무채색 회의실보다는 여러 가지 다채로운 색상이 어우러져 있는 자연 채광이 잘되는 장소가 참석자들을 알파 상태로 만들어 준다. 혁신 면에서 선구적인 기업이었던 제록스의 PARC 컴퓨터 과학 연구소 The PARC Computer Science Laboratory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아이디어 회의 때 빈백(bean bag) 의자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런 의자가 즐겁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사무실도 마찬가지다. 자포스(Zappos)는 직원들에게 각자의 근무 장소를 활기차고 재미있게 꾸미도록 장려한다. 이런 분위기가 직원들을 창조적이고 적극적으로 만들어서 더 좋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기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구글이 사무실 곳곳에 레고와 퍼즐, 보드 게임, 당구대, 테이블 족구대 등을 구비해 두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사무실을 즐거움으로 채워서 직원들이 창조적인 사고를 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중요하다. ‘구글이 믿는 10가지 진실(What We Believe: Ten things we know to be true)’에 언급된 것과 같이 우리는 정장 차림이 아니어도 충분히 진지할 수 있다. 정장이 아닌 편안한 옷을 입을 때 우리는 보다 쉽게 알파 상태가 될 수 있고 확장적 사고와 축소적 사고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에게 시간과 장소의 자율권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책상에 앉아 있기만 한다고 해서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지 않는다. 여러 혁신 기업들의 직원들은 언제 어디에서 근무할지를 스스로 결정한다. 근무시간에 박물관이나 백화점에 가서 새로운 것들을 볼 수도 있고 알파 상태로 뇌를 만들기 위해 산책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운동을 할 수도 있다. 직원들이 여유를 갖고 스스로 즐거움을 찾을 수 있게 허용해서 결과적으로는 더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적용하기

 

● 당신의 사무실과 회의실의 분위기는 어떤가? 뇌를 알파 상태로 만들기 위해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모든 사무실과 회의실을 바꾸기는 어렵더라도 적어도 일부 시설에는 즐거움을 채우는 것이 필요하다. 어느 장소를 먼저 바꿀 것인가?

 

● 직원들에게 근무시간과 복장에 대한 자율권을 얼마나 줄 것인가? 자율권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먼저 믿을 수 있는 직원을 채용하고 이들이 스스로 동기 부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원들에게 조금씩 시험 삼아 자율권을 허락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조직 내 즐거움을 채우기 위해 시험 삼아 없애거나 바꿀 수 있는 규정은 무엇인가?

 

 

 

 

불꽃이 튀어야 반응이 생긴다

 

좋은 통찰들이 충돌하고 합쳐져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생긴다. 혁신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하는 원시 스프 가설(primordial soup) 비유를 기억하라. 유기물 분자로 이뤄진 원시 스프에 전기 방전 같은 에너지가 더해질 때 최초 생명체가 생겨났을 것이라는 가설처럼 혁신도 좋은 생각들이 뒤섞여 충돌하고 신선한 자극이 더해질 때 일어날 수 있다.

 

이는 사람 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좋은 인재들이 만나서 생각을 교류할 때 혁신이 생긴다. 1400년대 전쟁을 피해 비잔티움제국과 그리스 학자들이 그리스 로마의 문헌을 가지고 이탈리아로 도망을 갔다.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은 뛰어난 학자와 예술가들을 지원해서 피렌체로 뛰어난 인재들을 끌어모았다. 마침내 피렌체로 몰려든 여러 분야의 뛰어난 인재들이 카페에서 섞이고 어울리고 토론할 때 개개인의 천재들이 따로 떨어져서는 이룰 수 없었을 인류 역사상 위대한 진보인 르네상스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우리 조직 안에 피렌체의 카페처럼 인재들이 서로 연결되고 충돌하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조직이 되는 마지막 방법인연결하기(Connecting)’를 살펴보자.

 

비법4. 연결하기(Connecting)

 

기업이 커질수록 회사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떤 사람들이 이 회사를 함께 다니고 있는지 알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같은 팀 혹은 아는 사람끼리만 교류하게 되고 공식적인 계기나 필요성이 있어야만 비로소몰랐던직원과 교류하게 된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장벽을 깨뜨리고 직원과 직원을 연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사무실 공간 설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혁신을 위해서는 직원들끼리 충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직감했던 스티브 잡스는 픽사(Pixar)가 사옥을 지을 때 직원들이 서로 최대한 많이 우연히 마주칠 수 있도록 사옥 중앙에 거대한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 화장실, 식당, 우편실 등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시설을 배치했다. 필자가 근무했던 왓이프 이노베이션 파트너스도 사무실 중앙에 큰 주방에 있어서 직원들이 식사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서로 만나 대화할 수 있도록 동선을 설계했다.

 

하지만 직원 수가 더 늘어나면 공간 설계만으로는 한계가 생긴다. 직원들이 다른 층, 다른 건물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지나가다 만나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때 두 번째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료 식사와 무료 간식이다. 무료 식사의 일차적인 혜택은 직원들이 식사에 쓰는 시간(메뉴를 고민하고 식당을 찾고 식당까지 이동해서 주문하고 기다리고 계산하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 중 상당 부분을 줄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하고 의미 있는 혜택은 무료 식사가 직원들의 교류를 활성화한다는 데 있다. 직원들은누가 밥 값을 낼지고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잘 모르는 직원, 친하지 않은 직원과도 과감하게 같이 식사하자고 제안할 수 있고 쉽게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식사 약속을 따로 하지 않았더라도 직원 식당에서 한 테이블에 섞여 앉았다가 대화를 하게 될 수 있고(회사 밖 식당에서는 이런 일이 거의 벌어지지 않는다) 혹은 옆 테이블의 대화를 우연히 듣고 대화에 참여할 수도 있다.사내 식당에도 외부인들이 출입하기 때문에 회사 업무에 대한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누는 데는 제한이 있겠지만 같은 취미를 갖고 있다거나 가까운 동네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일은 흔하며 뜻밖의 연결이 이렇게 사소한 대화로부터 시작되는 경우도 많다. 여러 혁신 기업들이 큰돈을 들여 직원들에게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사내에 여러 가지 연결고리들을 만들고 연결을 장려하는 방법이 있다. 많은 국내 기업들도 이미 시행하고 있는 사내 동아리가 여기에 해당한다. 더 나아가 쉽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로는 기업에 사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제공하는 야머(Yammer)가 게임화(Gamification) 전문업체인 배지빌(Badgeville)과 함께 만든배지제도를 꼽을 수 있다. 야머를 사용하는 기업의 직원 소개 페이지에는 각 직원이 지금까지 모은 배지들이 게재돼 있다. 마치 보이스카우트나 걸스카우트에서 특정 활동을 하고 나면 배지를 받는 것처럼 직원들도 배지를 받는다. 멋지게 디자인 된 배지 아이콘들은 각각 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데보안교육 이수처럼 누구나 받아야 하는 배지가 있는가 하면고객으로부터 엄청난 감사편지를 받은 직원처럼 특이한 배지도 있다. 상대방이 가진 배지를 보고서 직원들은 상대방과의 공통 분모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설사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배지가 없더라도 상대방이 가진 특이한 배지를 가지고 쉽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어서 배지는 직원 간 벽을 허무는 데 일조한다.

 

적용하기

 

● 사무실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면 친하지 않던 직원들이 더 많이 만나고 대화할 수 있을까?

 

● 직원들을 더 활발히 연결시키기 위해 어떤 계기를 제공하고 있는가? 정기적인 무료 식사, 회식, 간식, 사내 동아리 중 무엇이 가장 효과적이었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어떤 계기를 추가로 제공할 것인가?

 

지금까지 살펴본 방법들이 모일 때 여러분의 조직도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혁신적인 조직으로 변모해 갈 수 있을 것이다. 혁신을 방해하는 축소적 사고를 없애는 것을 시작으로 모든 직원이 즐거운 근무 환경에서 서로 더 긴밀하게 연결되고 아이디어를 함께 싹 틔워나갈 때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자라날 것이다. 훌륭한 아이디어는 저절로 생기고 저절로 자라나지 않는다. 잘 준비된 밭에서 성실한 농부의 보살핌을 받고 적절한 햇살과 비를 맞아야만 자라나는 값진 과실처럼 말이다. 여러분이 아이디어의 기름진 밭을 일구고 놀라운 싹을 틔우는 농부가 되길 응원한다.

 

김경훈구글 상하이 사무소 상무 linkedin.com/in/HarrisonKim

 

필자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미국 듀크대 MBA를 졸업한 뒤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 서울 사무소와 혁신 전문 글로벌 컨설팅 회사 ?왓이프! 이노베이션 파트너스 상하이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필립스, 인터콘티넨탈호텔그룹, 존슨앤존슨 등 다국적 기업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사업과 제품, 서비스를 창조하는 인벤팅(inventing) 컨설팅과 혁신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재는 구글 상하이 사무소의 Sales Operations 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 김경훈 김경훈 | - (현) 구글 상무, 혁신 컨설턴트
    -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 서울 사무소 근무
    - 혁신 전문 글로벌 컨설팅 회사 왓이프 이노베이션 파트너스 상하이 사무소 근무
    http://linkedin.com/in/Harrison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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