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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모리초등학교 & 조지타운데이스쿨

갓난아이 품어보고…노숙자 챙겨주고…공감 교육으로 21C형 리더 키운다

이방실 | 164호 (2014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혁신

 

 

미국 공립학교 모리초등학교는 말도 못하는 갓난아기를선생님으로 초빙하는공감의 뿌리수업은 물론이고 매일 30분씩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는아침조회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공감 능력을 키우고 있다. 조지타운데이스쿨은 유치원생 시절부터 노숙자들을 위한 샌드위치를 만들게 할 정도로 사회봉사 활동을 핵심 커리큘럼으로 삼고 있다. 또 식민지 시대 미국인의 삶을 직접 체험하도록 하는 23일 일정의 몰입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공감 역량을 계발하도록 유도한다. 공감 교육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물론이고 사회 정서적 능력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미국 워싱턴DC 소재의 공립학교인 모리초등학교(Maury Elementary School) 4학년 학생들은 한 달에 한 번씩 교실 바닥에 녹색 담요를 깔아 놓고 특별한 교사를 기다린다. 바로 생후 1년도 안 돼 말도 할 줄 모르는갓난아기선생님이다.

 

 

어머니가 아기를 품에 안고 교실로 들어오면 학생들은 일제히 환영의 노래를 읊조리며 담요 주위로 모여든다. 어머니는 학생들이 둥그렇게 만들어 놓은 원 안으로 들어간다. 이어 아기가 어린 학생들과 눈을 맞추며 인사를 나누도록 한 바퀴 빙 돈다. 노래가 끝나고 학생들이 담요 주위에 둘러앉으면 어머니도 아기를 누인다. 몸짓과 표정, 소리로만 자신의 감정과 기분을 드러낼 수 있는 갓난아기를 통해 아이들은 기쁨과 슬픔, 두려움과 분노, 행복과 좌절 등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접한다. 공감(共感) 교육 프로그램인공감의 뿌리(Roots of Empathy)’ 수업의 한 장면이다.

 

5∼13세 아이들을 타깃으로 설계된 공감의 뿌리는 캐나다의 사회적 기업가 메리 고든이 1996년 고안했다. 고든은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기업가를 발굴해 육성하는 국제 비영리조직 아쇼카(Ashoka)가 선정한 아쇼카펠로(Ashoka Fellow)1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는 아이들에게 공감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부모와 갓난아기 사이에 오가는 교감을 교실 환경으로 끌어들였다. 공감은이론이 아니라 오직경험을 통해 익힐 수 있는 만큼 학생들이 갓난아기와 공유하는 체험 자체를 프로그램으로 만든 것이다. 아기를 통해 드러나는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접하며 학생들은 자신에 대해, 또 타인에 대해 이해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현재 공감의 뿌리는 캐나다는 물론 미국, 영국, 독일, 뉴질랜드 등 전 세계 7개국에서 60만 명의 아이들이 참여한글로벌 프로그램으로 발전했다. 모리초등학교 아이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모리초등학교처럼 예산 제약이 심한 공립학교에서 별도의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이런 공감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하는 이유는 뭘까. 21세기를 살아갈 성숙한 시민으로 아이들을 키워나가기 위해선 읽기나 수학 능력만큼 공감 역량이 필수적이라는 확고한 신념 때문이다. 이는세상 모든 사람들을 변화의 창조자로 만들겠다(Everyone a Changemaker)’는 아쇼카의 신념과도 맞닿아 있다. 아쇼카가 지난 2012년부터 전 세계에서 공감 교육에 힘쓰는 학교들을아쇼카 체인지메이커 스쿨(Ashoka Changemaker School)’이라는 이름으로 발굴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쇼카는 미국 내 60곳을 포함해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서 지금까지 총 100여 개 학교를 체인지메이커 스쿨로 선정했다. 이른바 100여 개의공감 학교(Empathy School)’ 중 미국 워싱턴DC에 소재한 모리초등학교(공립)와 조지타운데이스쿨(Georgetown Day School, 사립) 두 곳의 공감 교육 사례에 대해 DBR이 집중 분석했다.

 

 

 

Illustration: Fernando Volken Togni @ YCN

 

1. 모리초등학교(Maury Elementary School)

지난해 아쇼카 체인지메이커 스쿨로 선정된 모리초등학교는 2009년 현 교장인 캐롤라인 알버트-가비가 부임할 때만 해도 워싱턴DC 내 대표적인실패 학교사례로 꼽히던 곳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성적이 형편없었다. 지난 2002낙오학생방지법(No Child Left Behind)’이 도입된 후 매년 치러지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테스트 결과, 읽기와 수학 능력 모두 워싱턴DC 학교 평균에 크게 못 미쳤다. 워싱턴DC 학교 학생들은 대략 절반 정도가 성취도 목표를 달성(Pass)한 반면 모리초등학교의 경우 불과 3분의 1 정도만이 ‘Pass’ 등급을 받는 상황이었다.

 

현재 모리초등학교는 워싱턴DC 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기 공립학교 중 하나로 거듭났다.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전체의 70% ‘Pass’ 등급을 받을 정도로 눈에 띄게 발전했다. 지난해 공감의 뿌리 프로그램을 수강한 4학년 학생들만 따져보면 이 비율은 80%를 훌쩍 넘는다. 알버트-가비 교장이 부임할 당시 245명이었던 재학생 수는 현재 369명으로 크게 늘었다. 학생 수가 갑작스레 많아진 통에 모리초등학교는 4년 전 운동장이 있던 자리에 트레일러를 설치해야 했다. 메인 빌딩에서 늘어난 학생들을 전부 수용할 수가 없어 부속 건물을 따로 지어 4개 학급을 마련한 것이다. 그는워싱턴DC 공립학교 중 학생 수용 공간이 부족한 학교는 모리초등학교가 유일하다현재 모리초등학교에 입학을 원하는 대기자 수만도 600명이 넘는다고 귀띔했다.

 

알버트-가비 교장은 이처럼 워싱턴DC 캐피톨힐 지역 학군 내에서 애물단지나 다름없던 모리초등학교를 단기간에 성공적으로 변화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워싱턴포스트>가 선정한워싱턴DC 공립학교 올해의 교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과연 어떤 마법을 부린 것일까? 4년 전 트레일러 신축 때문에 위치를 옮겨 다시 만들어야 했던 운동장 이전에 얽힌 이야기에서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자신들이 직접 디자인한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모리초등학교 학생들

(Provided by Maury Elementary School)

 

 

초등학생들이 직접 운동장을 디자인하는 학교

4년 전 모리초등학교는 날로 늘어나는 학생들로 인한 추가 교실 공간 확보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 사친회(PTA·Parent-Teacher Association) 모임을 개최했다. 학교 메인 빌딩 옆 도로변에 꽤 넓은 공터가 있긴 했지만 알버트-가비 교장과 학부모들은 공터 대신 운동장이 있는 자리에 트레일러를 설치하기로 했다. 도로변에 교실을 만들면 자칫 시끄러울 수 있고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자연스럽게 도로변 너른 공터 자리는 새 운동장이 들어설 자리로 결정됐다.

 

알버트-가비 교장은 이왕 운동장을 이전해 새 운동장을 만들 바에는 아이들이 바라는 의견을 반영해 학생들이 정말로 즐겁게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모리초등학교 운동장은 협소한 아스팔트 바닥 위에 볼품 없는 미끄럼틀 하나만 덩그렇게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싱크탱크(Think Tank, 모리초등학교의 체험 중심 과학 수업) 교사로 새롭게 합류한 바네사 포드가 기꺼이 총대를 맸다. 새로운 운동장 건설 프로젝트를 싱크탱크 수업의 일환으로 삼아보겠다는 제안이었다.

 

포드 교사는 정교한 설문지를 만들어 수업에 참석한 아이들에게 새롭게 지어질 운동장에 어떤 요소들이 반영되면 좋을지 조사했다. “나무를 심어주세요” “잔디밭과 정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글짐이 필요해요. 그것도 아주 높고 큰 걸로요” “벽 타기를 할 수 있게 암벽을 만들어 주시면 안 돼요?” “딱딱한 아스팔트 대신 폭신폭신한 바닥재로 바꿔주세요등등 갖가지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어른들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지적도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휠체어 타는 친구들도 같이 놀 수 있도록 장애인 전용 슬로프를 만들어 주세요” “비가 왔을 때 배수가 잘 될 수 있게 운동장 지면은 경사지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정원에 심을 풀이나 꽃, 나무들은 외래종이 아니라 반드시 토종 식물이어야 해요” “세발 자전거를 보관할 차고를 별도로 만들어 주세요. 지붕 있는 차고로요. 지붕 위에 풀 심는 거 잊지 마시고요등의 코멘트가 대표적 예다. 심지어 아이들은 각자 자기가 원하는 놀이기구의 스케치를 제시해 가면서 구체적으로 운동장 설계 작업에 참여했다. 알버트-가비 교장은몸이 불편한 친구들까지 생각하는 아이들의 세심한 배려와 수업 시간에 배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실생활에 반영하려는 성숙함에 어른들도 혀를 내둘렀다아이들이 손수 그린 스케치 디자인을 복도 벽에 죽 붙여 놓고 건축업자들이 실제 새 운동장을 지을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새롭게 탄생한 운동장에는 모리초등학교 아이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디자인이 적극 반영돼 있다. 바닥은 탄성 바닥재로 전부 교체됐고 운동장 바닥 곳곳에는 풀과 꽃, 나무가 심겨져 있다. 무려 6m 높이에 달하는 정글짐, 벤치를 겸할 수 있는 모형 바위는 물론 휠체어도 쉽게 접근 가능한 슬로프까지 마련돼 있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직접 설계하고 디자인한 운동장이라고 해도 지나친 평가가 아닌 이유다. 아쇼카에서 체인지메이커 스쿨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조이 카토나는아쇼카가 모리초등학교를 체인지메이커 스쿨로 선정한 이유는 이처럼 학생들의 의견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 아이디어를 실제 학교 운영에 적극 반영하는 독특한 문화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모리초등학교 아이들이 이렇게 자신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알버트-가비 교장은교사와 아이들 간 서로 신뢰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해석한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무시당하지 않고 자신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선생님이 중요하게 생각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 더욱이 이런 아이디어를 단순히 들어주는 데서만 그치지 않고 실제 구체적인 현실로 만들어 줌으로써 아이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해 더욱더 적극적이고 자유로운 소통에 나서게 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그는학습 프로세스를 방해하는 가장 큰 심리적 요소가스트레스’”라며뭔가 모르는 것,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을 때 자신이 바보 취급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아이들의 학습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교사와 아이들 간 돈독한 신뢰를 구축해 놓으면 아이들을 이런 스트레스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아이들의 학습 성취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Provided by Maury Elementary School

 

매일 아침 30분 ‘아침조회(Morning Meeting)’가 공감을 깨운다

모리초등학교에서는 매일 아침 30분씩 전교생이 치르는의식이 있다. 미국의 교육 관련 비영리 조직 NEFC(Northeast Foundation for Children)에서 창안한 반응적교실(Responsive Classroom)2 프로그램의 핵심 활동 중 하나인아침조회(Morning Meeting)’. 아침조회 활동은 크게 4단계로 진행된다. 우선 교사들이 본 수업을 시작하기 전 학급 학생들을 둥글게 둘러 앉힌 후 서로 이름을 불러가며 인사(greeting)를 나누게 한다. 이어 각자 새로운 소식이나 관심사를 공유(sharing)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후 함께 노래 부르기, 춤추기, 애완 동물 쓰다듬기 등 다양한 사회적 기술을 연습할 수 있는 집단 활동(group activity)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교사가 준비한 메모(일상적인 주제일수도 있고 수업과 관련된 주제일 수도 있다)를 읽으면서 학생들과 의견을 나누는(morning message) 것으로 마무리한다.

 

알버트-가비 교장은 모리초등학교 부임과 동시에 과거 일부 교사들만 간헐적으로 실시하고 있던 아침조회를 모든 교사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실시하도록 독려했다.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아침조회 운영을 위해 NEFC 전문 트레이너를 초빙해 교사들이 4일간 집중 트레이닝을 받도록 했다. 그가 이토록 아침조회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아침조회 활동이야말로 공감 교육 실천을 위한 근본 토대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학생과 교사 간, 학생과 학생 간 서로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서로에게 매일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안부를 묻는 기본적인 활동에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어떻게 공감에 대해 논할 수 있겠느냐는 논리다.

 

눈여겨볼 점은 학생들뿐 아니라 교사들도 일주일에 한 번씩 아침조회 시간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원래 NEFC에서 고안한 아침조회의 타깃 대상이 초등학교 학생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바쁜 일과 때문에 매일 모이진 못하지만 매주 금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전체 스태프들이 한데 모여 서로 인사를 건넨다.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함께 춤도 추며 노래도 부른다. 모닝 메시지는당신이 뭐든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면 어떤 직업을 갖기 원하세요?” “여러 가지 학위를 가질 수 있다면 어떤 학위를 갖기 원하나요?” 같은 질문을 던져 평소에 알기 어려웠던 상대방의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으로 활용한다.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아니라 성인 교사들에게까지 아침조회를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알버트-가비 교장은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먼저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지 않고 어떻게 아이들에게 소통과 배려, 돌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교사가 먼저 솔선수범을 보일 때 학생들도 그 진정성을 믿고 교사의 가르침을 신뢰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교사들끼리 서로 믿고 깊은 이야기까지 터놓을 수 있는 사이가 되면 자연스럽게 팀워크가 생기고 협력적 문화가 조성될 수 있다수업을 진행하면서 부딪히는 어려움, 문제아들에 대한 해결책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교사들이 함께 솔루션을 찾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기 때문에 아침조회는 교사들에게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의식이라고 강조했다.

 

 

교사들 간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알버트-가비 교장이 또 하나 빠짐없이 실천에 옮기는 게 있다. 바로 일주일에 한 번씩 손수 작성하는직원 공지 회보(Maury Staff Bulletin)’.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회보를 만들어 학교 전체 스태프들에게 e메일로 발송하고 각 직원들의 우편함에도 복사본을 넣어둔다. A4 용지 2장 분량으로 작성되는 이 회보에는 한 주간 학교에서 일어날 일들이 요일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교장 자신은 물론 전체 교사들의 미팅 스케줄을 시간대별로 세세하게 명시해 직원 모두가 누가, 언제, 누구와, 어떤 주제로 미팅을 하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일견 번거롭기 짝이 없어 보이는 일들에 알버트-가비 교장이 매주 시간을 쏟는 이유는 투명한 정보 공유가 직원들 간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서로의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만큼 회보에 인상적인 점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칭찬합시다(Kudos)’ 코너다. “OOO 선생님, 좋은 아이디어를 내 줘서 감사해요. 당신과 같이 일하게 돼서 영광이에요” “OOO , 아이들한테 점심 나눠줄 때 도와줘서 고마워요” “OOO , 학교 앞뜰 관리를 너무 잘해 주셨어요. 최고예요등 동료 교사와 스태프 멤버들끼리 지난 한 주간 일하면서 서로에게 하고 싶었던 감사의 말, 칭찬의 말들을 한데 모아 공유한다. 알버트-가비 회장은누구에게서나 좋은 점을 발견하려고 노력하고 서로에게 감사하는 연습을 교사들부터 앞장서서 해야만 학생들에게도 진정성 있게 공감에 대해 가르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모리 초등학교공감의 뿌리수업 장면(Provided by Maury Elementary School)

 

학교의 주인은 교장이 아니다

모리초등학교는 공립학교임에도 불구하고 4년 전부터 미국 정규 수학 프로그램이 아니라 싱가포르 교육부에서 개발한 수학 커리큘럼을 교과 과정에 사용하고 있다. 싱가포르 교육부에 별도의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면서 말이다. 예산이 빠듯한 공립학교에서 따로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해외 프로그램을 도입하게 된 이유는 학부모들의 강력한 요청 때문이었다.

 

모리초등학교가 위치한 캐피톨힐 지역은 최근 몇 년간 고급 주택화가 급격하게 이뤄졌다. 주로 저소득층, 흑인들이 살던 지역에 소득 수준이 높은 백인들의 거주 비율이 높아지면서 공교육 시스템에 대한 니즈도 달라졌다. 한 학부모가 우수한 수학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학교의 교재 및 교습방식이 더 우월하다며 싱가포르 수학 커리큘럼 도입을 요구했다. 그러나 알버트-가비 이전에 모리초등학교를 맡았던 교장들은 이 같은 학부모들의 요구를 반가워하지 않았다.

 

알버트-가비 교장은 달랐다. 학교의 주인은 교장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이기 때문에 핵심 구성원인 학부모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싱가포르에서 개발된 커리큘럼을 도입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싱가포르와 미국이 처한 사회·문화적 환경이 매우 달랐기 때문에현지화작업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수학 문제 하나만 보더라도망고원숭이처럼 미국 초등학생들에겐 다소 생소한 단어들이 많이 나와 이를 문화적으로 좀 더 친근한 단어로 수정해야 했다. 교사용 교재는 완전히 뜯어 고쳐야 했다. 미국과 싱가포르의 교육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달라 수업 계획과 구조를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 구성해야 했다. 알버트-가비 교장은정말 힘든 작업이었지만 지역사회의 변화된 교육 니즈에 부응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싱가포르 수학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눈여겨볼 점은 알버트-가비 교장이 학부모들에게 협조를 구하는 방식이다. 현재 모리초등학교에선 싱가포르 수학 커리큘럼 외에도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개발한 수준별 철자 교육 프로그램워드 스터디(Word Study)’를 도입해 운영하는 등 전형적인 공립학교 교육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된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주 정부 공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외부에서 따로 프로그램을 들여오는 만큼 당연히이 필요하다. 공립학교로서 예산이 빠듯한 건 당연한 일. 여기에 소요되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모리초등학교는 캐피톨힐재단(Capitol Hill Foundation) 등 각종 재단에서 운영하는 교육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지원, 보조금을 따 낸다. 특이한 점은 지원금을 확보하기 위해 재단에 제출할 프로포절을 만들 때 학부모를 참여시켜 교사들과 함께 직접 제안서를 작성하도록 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 PTA 안에 지원금 위원회(Grant Committee)를 별도로 구성했을 정도다.

 

이 밖에도 알버트-가비 교장은 학교 행정 관련 업무를 학부모들에게 위임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학교 웹사이트 관리다. 현재 모리초등학교 인터넷 홈페이지는 PTA 커뮤니케이션 위원회(Communication Committee)에 소속돼 있는 한 학부모가 전담해 맡고 있다. 알버트-가비 교장은웹사이트와 관련해 내가 관여한 것이라곤 초기 웹사이트를 구축할 때 학부모에게이러이러한 요소들을 포함시켜주면 좋겠다고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웹사이트의 전반적인 디자인이나 각종 공지사항 업데이트, 공유할 만한 정보 포스팅 등 모든 것은 학부모가 알아서 하고 있다. 웹사이트 자체가 학부모와 학생들을 위한 것이므로 학교 웹사이트에 소개돼야 할 내용에 대한 전문가로 학부모만 한 사람이 없다고 판단해 내린 조치다. 심지어 교장조차 어떤 내용이 공지되고 업데이트될지 모르기 때문에 수시로 사이트에 들어가 체크해야 할 정도다.

 

제안서 작성에 학부모들이 참여하고 웹사이트 관리까지 도맡아 하는 사례들은 학부모란 학교 운영에 시시콜콜 참견하는간섭자가 아니라 큰 도움을 줄 수 있는조력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알버트-가비 교장은어떤 사람들은 모리초등학교를 두고학부모들이 좌지우지하는 학교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교장이 할 일은 학교의 진정한 주인인 지역사회의 니즈에 기민하게 반응해 나가되 그들의 요청이 전체 학생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소수의 학생들만 위한 것인지를 판단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알버트-가비 교장은 달랐다.

학교의 주인은 교장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이기 때문에 핵심 구성원인

학부모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모리초등학교-공감의 뿌리(Roots of Empathy)가 불러일으킨 변화

 

Provided by Maury Elementary School

 

모리초등학교는 작년부터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감의 뿌리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핵심인 갓난아기는 부모와 함께 1년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총 9번 모리초등학교 교실을 찾는다. 공감의 뿌리 프로그램 강사는 말이 안 통하는선생님이 학교를 방문했을 때 초등학생들과 최대한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도록 방문 전과 후로 학생들과 따로 미팅을 갖고 특정 주제(울음, 감정, 배려, 발달 과정 등)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한다. 결국 한 주제당 갓난아기의 방문수업과 함께 사전·사후 미팅을 포함, 총 세 번의 수업이 이뤄지는 셈이다. 결국 학생들은 총 아홉 달 동안 27(9x3)의 수업을 들으면서 갓난아기가 무럭무럭 커가는 모습을 목도하게 된다. 이빨 하나 없던 아이에게 치아가 하나씩 생겨나고, 스스로 뒤집기조차 하지 못하던 게 어느새 제 발로 서서 걸어 다니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학생들은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차츰차츰 넓혀나간다.

 

공감의 뿌리 프로그램 강사들은 아이들의 방문 수업 때마다 학생들에게아기가 왜 신이 났을까?“ “왜 불안해 할까?” “왜 화가 났을까?” 등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적절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아기와의 공감을 유도한다. 이후 강사는 이러한 주제들을 바탕으로 아이들 각자의 삶 속으로 질문을 옮겨간다. , “너희들도 아기처럼 화가 나서 운 적이 있었니?” “좌절감을 느꼈던 적이 있었니?” “그랬다면 언제, 왜 그랬던 거니?” “그때 너희들은 어떻게 행동했니?” 등의 질문을 던지며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나눈다. 이렇게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면 아이들은 이전엔 자신만이 경험했을 것이라 생각하는 감정들을 사실은 남들도 다 겪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은 물론 타인의 감성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알버트-가비 교장은 이 같은 공감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로교실이나 운동장에서 심술궂은 행동을 하거나 친구들을 괴롭히는 학생, 소위불리(bully)’에게도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아이들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감 교육은 왕따와 폭력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게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심리학과 교수인 킴벌리 쇼너트-라이힐(Kimberly Schonert-Reichl)의 연구에 따르면 공감의 뿌리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에게선 공격적 성향이나 왕따 행태가 크게 줄어들었다. 공감의 뿌리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전체의 88%가 공격성이 줄었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 집단에선 불과 9%의 학생만이 공격 성향이 줄었고 50%는 되레 공격성이 늘었다는 것. 알버트-가비 교장은처음 내가 부임했을 때만 해도 교실에서 다른 학생들에게 못된 말이나 행동을 해 교장실로 불려와 벌을 받는 아이들이 수두룩했다하지만 지금은 거의 그런 아이들을 찾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약자의 기분이 어떤지를 세심하게 챙기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면서왕따를 시키는 아이들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다른 친구가 마음을 다치거나 그럴 만한 일이 생기면 기꺼이 나서서 제지하려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자신만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남들의 아픔과 곤경에 공감하는 능력이 생긴 덕택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모리초등학교에 공감의 뿌리 프로그램이 끼친 영향력은 비단 사회 정서적 능력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학업 성적 면에서도 눈에 띄는 발전이 있었다.

4학년 학생들이 공감의 뿌리 교육을 받기 전인 3학년 때에는 워싱턴DC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전체의 65∼70% ‘Pass’ 등급을 받았지만 공감의 뿌리 교육을 받은 후엔 이 비중이 80%를 넘어섰다. 이는 워싱턴DC 평균( 50%)보다 3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알버트-가비 교장은단순한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라며공감의 뿌리로 인해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학습 여건이 조성되면서 아이들이 바보 취급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이나 스트레스 없이 배움에 전념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지타운데이스쿨-환자들에게 점령당한 정신병원 같은 학교

조지타운데이스쿨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데 거리낌 없기로 유명하다. 이와 관련, 이 학교의 러셀 쇼 교장은 1학년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벌인침묵 시위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상황은 이렇다. 조지타운데이스쿨에선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들이 같은 캠퍼스를 쓴다. 어느 날 중학교 과학 교사 중 한 명이학생들과 함께 여러 가지 실험을 하려면 온실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학교 측에선 이 요청을 받아들였고 운동장 한 편에 온실을 설치했다. 그 과정에서 초등학생, 특히 저학년인 1학년 아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모래놀이통(sandbox) 위치를 바꿔야 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됐다.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 아이들에게 의견을 묻지 않고 다른 쪽으로 옮겼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1학년 아이들이 갑자기 피켓을 들고 운동장을 돌아다니며 침묵 시위를 하는 게 아닌가. 피켓에는우리에게 말도 없이 모래놀이통을 옮긴 건 옳지 않아요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놀라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이들은새로 옮긴 모래놀이통 자리는 그늘이 져 있는 곳이라 추운 날씨에는 이용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모래놀이통은 볕이 드는 따뜻한 곳으로 다시 옮겨졌다.

 

쇼 교장은 “1학년 커리큘럼 중에 1950∼1960년대 미국 흑인 평등권 요구 운동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 배운 아이들이 책에서 배운 대로 실천에 옮긴 것이라며 고작 여섯 살밖에 안 된 아이들이 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를 하는 걸 보고 몸서리를 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정말로 자랑스럽고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사회에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성숙한 시민으로 자라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쇼 교장이 처음 조지타운데이스쿨로 부임했을 때, 동료 교장들 중에는환자들에게 점령당한 정신병원 같은 학교에 가느냐는 반응을 보인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외부에서 볼 때 조지타운데이스쿨은학생들이 운영하는 학교라는 인식이 강하다. 쇼 교장은 이에 대해어떤 사람은 이를 부정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나는 우리가 계속 지켜나가야 할 철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지타운데이스쿨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부여하려고 하는 건권한위임(empowerment)’이지당연시 여겨지는 권리(entitlement)’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쇼 교장은우리는 아이들이 단지 개인적 욕심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고 그걸 얻는 게 당연하다(entitlement)고 생각하기를 바라지 않는다자신이 한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고 공동체와 사회 전체를 위해 요구할 줄 아는 권한위임(empowerment)을 누릴 줄 아는 성숙한 시민으로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 조지타운데이스쿨(Georgetown Day School)

 

모리초등학교가 워싱턴DC 공립학교 가운데 공감 교육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대표 사례라면 조지타운데이스쿨은 사립학교로서 적극적인 공감 교육을 실천해 나가고 있는 모범 사례다. 조지타운데이스쿨은 워싱턴DC 최초의 인종 무차별 학교로 1945년 문을 열었다.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시절 흑인과 백인 아이들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최초의 학교로 출발했던 만큼 다양성의 가치에 대한 믿음이 어느 곳보다 강하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이 한데 어울려 배울 때 더 풍부한 학습 환경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게 이 학교의 교육 철학이다. 아이들이 현실에서 부딪히게 되는 세상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가득 찬 사회이므로 실제 세상의 모습을 학교에서부터 있는 그대로 경험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조지타운데이스쿨의 재학생 수는 미취학 아동부터 12학년에 이르기까지 총 1075명에 달한다.

 

 

다양성은 공감 교육을 위한 필수 조건

조지타운데이스쿨에서 다양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환경을 만드는 게 공감 역량 배양을 위한 첫 출발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러셀 쇼 조지타운데이스쿨 교장은인종이나 종교 간 갈등, 기후 변화, 불안정한 경제 시스템 등 오늘날 사회에서 부딪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댈 때만 도출할 수 있다어릴 때부터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함께하며 공감 능력을 계발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지타운데이스쿨에선 학생들을 선발할 때는 물론 교사를 뽑을 때에도 인구통계학적 측면을 포함해 여러 각도에서의 다양성을 염두에 둔다. , 인종은 물론 성별, 종교, 출신 지역, 학위, 심지어 성적 취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준에서 편향됨이 없도록 교사들을 채용한다. 단순히 교육계에만 몸담았던 사람 외에 전직 건축가, 전직 변호사 등 색다른 업무 경력을 가진 이들 역시 적극적으로 선발하고 있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모든 학생들을 동등하게 대우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진다. 실제 수업 장면을 수시로 녹화해 선생님들이 교습 과정에서 부지불식간에 범할 수 있는 편향적 태도를 모니터링하는 것도 이런 노력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수업시간에 교사가 백인 아이들이나 아시아계 학생들만 호명하고 흑인 아이들에게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든가, 수학이나 과학 수업 때 여자 아이들은 외면한 채 남학생들하고만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는지 등에 대해 살핀다. 쇼 교장은일부러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은 때때로 자신도 모르게 편향된 행동을 할 수 있다모든 교사들이 인종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을 평등하고 동일하게 대할 수 있도록무의식적 행동까지 살피려고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아이들을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원칙은 학생과 교사들 간의 관계 형성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는 조지타운데이스쿨 학생들이 선생님들에게 말을 건넬 때 그들의이름(first name)’을 대놓고 부른다는 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쇼 교장은심지어 5살짜리 어린아이도 나에게하이 러셀(Hi, Russell)”이라고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고 귀띔했다. 미국 초등학교에서 선생님들에게 인사를 하거나 말을 걸 때 “Mr.” “Mrs.” 호칭 없이 그냥퍼스트 네임을 사용한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렇게 교사와 학생들 간 서로의 이름을 격의 없이 부르도록 방침을 정한 이유는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은 동등한 인격체이기 때문에 서로를 동등하게 존중해야 한다는 조지타운데이스쿨의 독특한 교육 철학에 기반한다.

 

미국 식민지 시대의 삶을 아이들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게 하는

조지타운데이스쿨의 몰입학습 프로그램 (Provided by Ashoka)

 

적극적인 사회봉사 학습 통해 성숙한 시민의식 함양

미취학 아동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초·중등 교육의 전 단계를 모두 아우르는 조지타운데이스쿨의 커리큘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사회 봉사 학습(Community Service/Service Learning)’이다. 심지어 만 4∼5세의 어린아이들에게도 사회 봉사 학습을 시킨다. 대표적인 예가 노숙자들에게 전달할 치즈 샌드위치를 유치원생들에게 직접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샌드위치를 만들며 자신들의 주변엔 부유하고 풍족한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 깨닫게 된다. 1년 동안 자신들이 몇 개의 샌드위치를 만들어 몇 명의 노숙자들에게 전달됐는지를 기억해 가면서 숫자 세는 법을 익히는 건이다. 3학년 학생들의 경우 스페인어가 모국어인 미취학 아동들이 다니는 인근 차터스쿨(charter school)에 주기적으로 방문해 그곳 학교 아이들과 짝을 이뤄 책도 읽어주고 그림도 함께 그리며 시간을 보낸다. 조지타운데이스쿨 교사인 토드 리우는 “3학년 학생들은 자신보다 나이 어린 동생들에게 책을 읽어줌으로써 자신의 읽기재능을 기부하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스페인어와 영어 두 개 언어를 함께 익혀가는 어린 꼬마들을 접하면서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필요성도 깨닫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도 단순한 봉사활동 수준을 넘어 그 자체로 소중한 배움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학년을 차츰차츰 더해 고학년이 되면 환경보호, 사회 정의 실현, 빈곤 퇴치, 표현의 자유, 총기 규제, 사형 제도 등 각자의 관심 분야에 맞춰 다양한 이슈를 자유롭게 골라 이에 대해 연구한다. 1년 동안 해당 주제에 천착한 학생들은 나름의 솔루션이나 정책적 함의를 도출하고, 그 결과물을 가지고 국회의원이나 판사들과 직접 만나 토론하며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한다.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워싱턴DC 명문 사립학교로서 조지타운데이스쿨이 갖는 막강한학부모네트워크 덕택이다. ,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저명한 언론인이자 작가인 데이비드 브룩스, 시사 잡지인 <애틀랜틱(The Atlantic)>의 고정 칼럼니스트인 제프리 골드버그 등 오피니언 리더를 포함해 국회의원이나 백악관에서 근무하는 정·관계 고위인사들의 자녀들이 조지타운데이스쿨 재학생이거나 졸업생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쇼 교장은 그러나단순히 학부모들의 배경이 쟁쟁하기 때문에 이들이 학생들에게 귀한 시간을 내주는 것만은 아니다라며조지타운데이스쿨 학생들의 열성과 지적 수준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학부모들도 학생들과의 미팅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단적인 예로 쇼 교장은 최근 고등학교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생물학 프로젝트의 예를 꼽았다. 수도인 워싱턴DC를 가로질러 흐르는 포토맥 강을 연구하던 학생들은 중국 베이징에서 유래한 외래어종인 가물치가 강으로 유입돼 토종 어류를 먹어치우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학생들은 베이징에 있는 조지타운데이스쿨의 자매학교 학생들과 영상 통화를 시도하며 원래 서식지(베이징)에 있는 가물치와 포토맥 강으로 유입된 가물치의 특징을 비교해보는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같은 사실을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보호국(Department of Fish and Wildlife)이 우연히 알게 됐고 정부기관에서 학생들의 연구에 흥미를 보이며 함께 연구를 진행해 보자는 제안을 해 왔다는 것. 쇼 교장은이런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들이 열정을 갖고 노력을 하면 멀게만 느껴질 수 있는 정부기관조차 자신들의 노력에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어렸을 때부터 현실 세계와 긴밀하게 교류한 아이들이 미래를 이끌 체인지메이커(changemaker)로 성장하리라고 기대하는 건 너무 당연하다고 말했다.

 

조지타운데이스쿨에선 학생들을 선발할 때는

물론 교사를 뽑을 때에도 인구통계학적 측면을

포함해 여러 각도에서의 다양성을 염두에 둔다.

, 인종은 물론 성별, 종교, 출신 지역, 학위,

심지어 성적 취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준에서

편향됨이 없도록 교사들을 채용한다.

 

 

몰입학습 프로그램 통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공감 역량 계발

사회봉사 학습 커리큘럼 외에도 조지타운데이스쿨 교과과정에서 특이한 점은 사회 수업과 연계한 몰입학습 프로그램(immersion program)이다. 3학년 학생들이 미국 식민지 시대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인근 버지니아 주 농장으로 떠나는 23일 일정의 현장학습 프로그램이 대표적 예다.

 

조지타운데이스쿨 학생들은 3학년이 되면 사회 수업시간에 미국의 역사에 대해 배우면서 식민지 시대의 삶에 대해 접한다. 대부분 학교에선 역사 수업을 책이나 동영상을 사용해 공부하는 게 고작이겠지만 이 학교에선 60명에 달하는 학생들을 모두 데리고 1771년 식민지 시대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버지니아 주 터키런(Turkey Run) 농장으로 향한다. 아이들은 3일 동안 휴대폰을 비롯해 어떠한 현대 기술 장비도 사용할 수 없다. 18세기 당시의 옷을 입고 하루 종일 생활하다 비좁은 텐트 안에서 친구들과 노숙을 해야 한다. 텐트 설치, 음식 손질 및 요리, 간이 화장실 공사, 모닥불 담당, 바느질 등 세부 업무별로 그룹을 지어 각자에게 주어진 일을 책임지고 수행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이 프로그램을 10년째 인솔하고 있는 리우 교사는말 그대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공감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조지타운데이스쿨의 대표적인 공감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자부했다.

 

 

DBR Mini Interview: 대니얼 골드스톤 ‘Start Empathy’ 이니셔티브 디렉터

 

사회적 기업가 육성 단체인 아쇼카에서 초등학교 공감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아쇼카가 발굴한 아쇼카펠로의 수는 전 세계적으로 3000명에 달한다. 그중 15% 정도가 교육 분야에 종사하고 있으며 대략 25% 정도가 유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오랜 기간 교육 및 청소년 대상 사업에 헌신하는 사회적 기업가들을 지원해 온 덕택에 아쇼카도 이 분야에 상당 기간 주목해 왔고, 그 과정에서 한 가지 공통된 패턴을 발견했다. 어른들이 한발 뒤로 물러나 아이들에게 주도권을 주고 아이들 스스로변화의 창조자(changemaker)’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모든 프로그램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아쇼카는 1990년대 후반에 12세부터 20세에 이르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Youth Venture Program’을 시작했다. 사회적 기업을 꿈꾸는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일찌감치 펼칠 수 있도록 창업을 지원해주기 위해서였다.

 

동시에 아쇼카는 과연 젊은이들을 변화의 창조자로 성장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역량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답이공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훌륭한 사회적 기업가는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단순히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시스템 전체를 바꿀 수 있는 혁신적 솔루션을 도출하려면 여러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과 그 뒤에 깔려 있는 복잡한 동기까지 속속들이 이해해야 한다. 공감 능력 없이는 달성하기 힘든 일이다.

 

문제는 공감 능력이 인지발달 과정상으로 봤을 때 매우 어린 시절에 개발된다는 점이다. 물론 어떤 나이, 어떤 시기에 처해 있다고 하더라도 공감 능력을 개발할 수는 있지만 어려서부터 배양하지 않으면 익히기 힘들다. 공감은 책으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 오직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서만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아쇼카가 초등학교 학생들에 주목해 지난 2011 ‘Start Empathy’ 이니셔티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다.

 

Start Empathy 이니셔티브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달라.

교육에서의 포커스가 더 이상 읽기, 수학 능력 같은 학업 성취도에만 맞춰져서는 안 되며 공감 역시 그에 못지 않게 반드시 갖춰야 할 역량이라는 사실을 사회 전체가 받아들이도록 하는 게 주 목적이다. 한마디로, 교육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아쇼카는 지난 2011년부터 크게 세 가지 단계별 전략을 실행해왔다. 우선 1단계로 아쇼카의 핵심 역량을 결집시키는 데 주력했다. 공감 교육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사회적 기업가들을 신규 아쇼카펠로로 선발하기 위해 노력했고공감의 뿌리’ ‘플레이웍스(Playworks)’ 등 기존 아쇼카펠로 가운데 공감 교육과 관련된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 간 협력 네트워크를 한층 강화해 나가고 있다.

 

2단계는 공감 교육에 힘쓰고 있는 체인지메이커 스쿨, 이른바공감 학교를 찾아내는 것이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미국에서 60개 체인지메이커 스쿨을 발굴했고 미국 외 지역에서 약 40곳을 선정했다. 마지막 3단계는 아쇼카와 함께 공감의 중요성을 확산시킬 미디어 회사 등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일이다. 현재 허핑턴포스트,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등이 파트너로 합류해 있다.

 

전략의 핵심은 소수의 강력한 집단을 구축해 그들이 실제 사회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아쇼카가 끝없이 체인지메이커 스쿨을 선정할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아쇼카의 역할은 변화의 촉매제 역할을 할 소수의 강력한 집단(체인지메이커 스쿨)을 구축하고 이들의 활동을 널리 알려줄 전문가 집단(미디어 회사)과 파트너십을 맺음으로써 궁극적으로 이들이 사회 전체를 바꿀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체인지메이커 스쿨로 선정되면 반드시 아쇼카와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하나?

체인지메이커 스쿨로 지정됐다고 아쇼카펠로가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반드시 이용해야 한다는 의무사항 같은 건 전혀 없다. 아쇼카펠로가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려면 대개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건 각 학교가 자체적으로 판단한다. 단적인 예로, 모리초등학교에선 아쇼카펠로가 개발한공감의 뿌리프로그램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지만 조지타운데이스쿨에선 모든 커리큘럼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운영 중이다. 조지타운데이스쿨처럼 아쇼카펠로의 프로그램을 도입하지 않는 체인지메이커 스쿨도 많다.

 

체인지메이커 스쿨은 공감 교육을 사회 전체로 확산시키고자 하는 아쇼카의 비전에 동참할 협력 파트너를 구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 아쇼카가 이들 학교에 금전적 지원을 해주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신 아쇼카는 공감 교육에 힘쓰는 다른 여러 학교들을 서로 연결시켜주고, 이들끼리 더 나은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활발한 의견이 교환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으로서 기능하고자 한다.

 

아쇼카는 교육 전문 기구나 연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공감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수많은 학교와 단체, 연구기관들에서 훌륭한 프로그램들을 만들고 있다. 아쇼카가 할 일은 이미 존재하는 교육 프로그램과 방법론들을 한데 묶어 체계화하고, 공감 교육에 생소한 초보자들도 이를 쉽게 따라 하며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학교에 손쉽게 적용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서를 작성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공감 툴킷(Empathy Toolkit)’이다. 인터넷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툴킷에는 여러 아쇼카펠로들이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과 체인지메이커 스쿨들이 도입해 활용하고 있는 공감 교육 관련 프로그램 등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 아이들에게 공감 역량을 배양시키기 위한 최적의 학습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실행해야 할 일들을 크게 1) 준비(Prepare) 2) 참여(Engage) 3) 심사숙고 및 실행(Reflect & Act) 등 세 단계로 나누어 놓았고 각각의 단계에서 어떤 방법론과 접근법을 쓰는 게 좋은지가 소개돼 있다. 좀 더 많은 학교에서 이 툴킷을 활용해 공감 교육을 실천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그림 1)

 

 

 

 

3. 아쇼카 체인지메이커 스쿨

 

아쇼카에서 공감 확산 프로젝트공감을 시작합시다(Start Empathy)’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책임지고 있는 대니얼 골드스톤 아쇼카 디렉터는체인지메이커 스쿨을 선정하는 기준은 커리큘럼, 문화, 시스템 등 크게 세 가지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사회정서학습(SEL·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프로그램처럼 공감 역량을 기르기 위해 특화된커리큘럼이 있는지 살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실제 교실에서 공감 학습이 잘 이뤄질 수 있게끔 하는 기본 토양, 문화가 잘 형성돼 있는지도 중요하다. 학생과 교사 간 공고한 신뢰 관계가 구축돼 있는지가 관건이다. 마지막으로는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문제 아동을 다루는 방식이 징벌적 제재가 아니라 치유와 회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지, 공감 확산을 위해 학부모 및 지역 공동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 체인지메이커 스쿨로 선정한다. 모리초등학교와 조지타운데이스쿨은 위 세 가지 기준에 꼭 들어맞는 사례들이다.

 

조지타운데이스쿨의 쇼 교장은보통 사람들은남들에게 대우받고 싶은 대로 남들을 대하라(Treat other people as you would like to be treated)’고 하지만 21세기를 살아갈 우리에게 지금 정말로 필요한 건다른 사람들이 대우받고 싶어 하는 대로 그들을 대하라(Treat other people as they would like to be treated)’는 시각의 전환이라며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파악하기 위해 공감 역량을 끊임없이 계발해 나가야만 성공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DC=이방실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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