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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의 거울

소박한 장군의 가난해도 자유로운 삶 인색한 장군의 너무나 엄격한 삶

김상근 | 164호 (2014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인문학

플루타르코스는 <영웅전>에서 그리스의 장군 아리스테이데스와 로마의 장군 마르쿠스 카토를 비교한다. 두 사람 모두 전쟁에서 자신의 가치를 드러낸 인물이었다. 아리스테이데스는 정의롭게 살았지만 평생 가난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나서서 그의 장례비용을 마련할 정도로 존경을 받았다. 카토도 간단한 식사와 검소한 의복, 누추한 집 한 채에 만족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플루타르코스는 아리스테이데스의온화한 성품과 카토의엄격한 성품’이 현격한 차이를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카토는 야망으로 가득한 삶을 살았다. 자신을 위해 평생 봉사한 하인이 늙거나 아프면 노예시장에 내다 팔았다. 삶을 바라보는 작은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편집자주

고전의 지혜와 통찰은 현대의 지성인들에게 여전히 큰 교훈을 줍니다. 메디치가문의 창조 경영 리더십과 마키아벨리 연재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상근 연세대 교수가군주의 거울을 연재합니다. 인문학 고전에서 시대를 뛰어넘는 깊은 통찰력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플루타르코스는 그리스 위인과 로마의 위인을 서로 짝을 지어 비교하면서, 은근 슬쩍 그리스인들을 추켜세우는 것으로 자기 조국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비록 그리스도 막강한 로마의 군사력 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약소 국가였지만 로마라는 위대한 제국조차 그리스라는 어머니가 제공해준 문명의 젖을 먹고 자란 신생아라는 생각을 드러냈던 것입니다. 이번 글의 로마 쪽 주인공인 마르쿠스 카토는 로마의 젊은이들이 과도하게 그리스 문화에 심취하는 것을 보고 역정을 냅니다. 카토는 그리스 문화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인물로 유명합니다. 여기서 플루타르코스는 다시 한번 그리스에 대한 자신의 긍지와 자부심을 드러냅니다.

 

“카토는 로마가 그리스 문자에 전염되면 제국이 무너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러나 그의 예언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는 시간이 보여줬다. 로마 제국은 그리스의 모든 학문과 문화를 자기 것으로 만들면서 전성기를 맞았기 때문이다(카토 편, 23).”

 

이렇게 헬레니즘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던 플루타르코스가 그리스의 장군 아리스테이데스(Aristeides, BC 530∼468)와 로마의 장군 마르쿠스 카토(Marcus Porcius Cato, BC 234∼149)를 비교하면서 그리스 사람을 더 높이 치켜세우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일 것입니다. 우리 이순신 장군과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 장군의 리더십을 비교하라면 우리는 당연히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외치셨던 이순신 장군을 우리의 모범으로 선택할 것입니다. 모름지기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지요. 문제는 그 선택이 논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플루타르코스는 그리스와 로마에서 각각 대규모 전쟁이 촉발됐을 때 전투를 직접 지휘했던 두 명의 장군을 서로 비교하면서 다시 한번 노골적으로 그리스 편을 듭니다. 여기서 상찬(賞讚)하고 싶은 것은 두 인물을 비교 검토하는 플루타르코스의 탁월한 문장력과 논리 구사 능력입니다. ‘아리스테이데스 vs. 마르쿠스 카토를 비교하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플루타르코스의 탁월한 글 솜씨와 논리적인 상상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그리고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떡이며 그의 합리적이며 타당한 주장에 설복 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이런 종류의 글을 썼다면 우리는 아마 그리스 사람이었던 아리스테이데스보다 로마 사람이었던 마르쿠스 카토가 더 위대한 인물이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을 통해서군주의 거울이라는 변치 않는 지도자의 모범을 발견하게 될 뿐만 아니라 탁월한 문장 실력과 합리적인 논의 전개 방식까지 덤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빌헬름 폰 카울바흐살라미스해전’. 살라미스해전 당시 아리스테이데스는 정적이었던 테미스토클레스의 작전을 지지함으로써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작품 중앙에서 작전을 지휘하는 주인공이 테미스토클레스라면 작품 하단 오른쪽에서 서 있는 장군이 아리스테이데스일 것이다.

 

지지리도 가난했던 아리스테이데스

오늘의 주인공은 그리스의 장군 아리스테이데스와 로마의 장군 카토입니다. 아리스테이데스는 한마디로 테미스토클레스의 명성에 가려 불행했던 인물이었습니다. 테미스토클레스가 누굽니까? 살라미스해전 당시 필살기(必殺技)의 작전을 구사해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크세스를 격파했던 그리스의 이순신 아닙니까? 아리스테이데스 장군은 살라미스해전 때 테미스토클레스와 함께 싸웠던 역전의 노장이었습니다. 사실 아리스테이데스가 테미스토클레스의 기발한 작전을 지지해줬기 때문에 그리스 해군은 예상치 못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당시 그리스 연합군들은 살라미스를 포기하고, 즉 해상 방어를 포기하고, 육군의 전력으로 페르시아와 맞대응하자는 주장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리스테이데스가 테미스토클레스의 해상 작전을 지지해줬기 때문에 주력 부대가 살라미스에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아리스테이데스 편 8). 아리스테이데스와 테미스토클레스는 평소에 앙숙관계였는데도 말입니다.

 

그러나 잔혹한 역사의 횡포 때문인지 우리는 이인자(二人者)를 잘 기억하지 않습니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입니다. 우리는 영웅 이순신을 기억하지 그의 직속군관이었던 송희립(宋希立, 1553∼1623) 장군이 누군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아리스테이데스의 전기를 쓰고 있는 플루타르코스는 아리스테이데스 장군의 탁월한 군사적 용맹에 주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리스테이데스 편의 앞부분은 뜬금없이 그가 지독하게 가난했다는 언급으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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