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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 효과’를 아는가? 자꾸 보면 친해진다

오정환 | 160호 (2014년 9월 Issue 1)

영업인이 고객의 신뢰를 얻는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은 고객을 자주 찾아가는 것이다. 고객은 처음 보는 영업인에게 경계심을 갖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영업인에게 거절의 두려움이 있는 것처럼 고객에게는 구매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요즘 형편도 안 좋은데 보험을 들어야 하나’ ‘아직 차를 바꿀 때가 안 됐는데…’ 같은 두려움은 낯선 영업인에게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이런 불안감은 자주 얼굴을 보면 사라진다. 이를 에펠탑 효과라고 한다. 에펠탑 설계도가 처음 발표됐을 때 많은 프랑스 시민이 반대했다. 도시 한가운데 솟을 탑 모양에 낯설음과 불편함을 느낀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에펠탑은 파리의 상징이 됐다. 에펠탑이 세워지고 10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자꾸 보면서 정이 든 것이다.

 

오리 브래프먼과 롬 브래프먼이 쓴 <클릭>에 다음과 같은 사례가 나온다. 피츠버그대의 심리학자인 리처드 모어랜드와 스콧 비치 교수는 한 학기 동안 대형 강의실에서 실험을 했다. 두 교수는 나이와 외모가 비슷한 여성 네 명을 뽑았다. 네 여성의 인상이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무작위로 선택한 사람들에게 여성들의 사진을 보여주고 느낌을 물었다. 그 결과, 네 명의 여성은 호감, 매력, 친근함의 항목에서 모두 비슷한 점수를 받았다.

 

다음으로 이 여성들이 200명가량의 학생이 듣는 성격 심리학 수업에 참석하도록 했다. 물론 학생들에게는 실험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네 명 중 첫 번째 여성은 한 학기 동안 총 15번 참석하도록 했다. 두 번째 여성은 10, 세 번째는 5번 참석했고, 마지막 여성은 한 번도 참석하지 않도록 했다. 이들은 수업 몇 분 전 강의실에 입장해 교단 앞으로 천천히 걸어간 다음 다른 학생들의 눈에 잘 띄는 자리를 골라 앉았다. 강의시간 내내 이들은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수업에 집중했다. 강의가 끝나면 잠깐 기다렸다가 천천히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다시 말해 강의실 학생들과 수동적 접촉을 시도했다. 의사소통을 하지 않은 채 다른 학생들과 가급적 거리를 유지했다는 의미다. 학생들은 아마 수업 중에 이들을 봤을 것이다. 하지만 한번도 말을 주고받지 않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인식하지는 못할 것이었다. 학기가 끝났을 때, 모어랜드와 비치는 학생들에게 네 명의 사진을 보여주고 반응을 조사했다. 학생 중 90%는 아예 기억하지 못했다. 10% 정도의 학생들만 여성들의 얼굴을 기억했다. 하지만 심리학 강의실에서 봤다고 정확하게 말하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다음으로 두 교수는 학생들에게 네 여성의 사진을 보여주고 얼마나 흥미롭고, 매력적이고, 착하고, 인기 있고, 겸손하고, 지적이고, 따스하고, 진실한지 각각 평가를 해보도록 했다. 모어랜드와 비치는 여기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앞의 질문에 대해 수업시간에 더 많이 참여한 여성들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15번 참석한 여성과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던 여성 사이의 점수 차이는 상당했다. 90%의 학생들이 이들의 존재를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무의식적인 요인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두 사람은노출 횟수가 학생들의 평가에 이처럼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의식적으로 인식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특정 여성들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라고 말했다.

 

실험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두 교수는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나중에 이들을 만나 친해질 기회가 생긴다면 친구로 발전할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질문에라고 대답한 학생들의 비율은 수업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여성이 41%, 수업에 5번 참석한 여성이 43%로 나타났다. 10번 참석한 여성은 57%, 15번 참석한 여성은 60%였다. 단지 조금 더 많이 마주쳤다는 사실만으로 학생들은 특정 여성에 대해 친구로 발전할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었다. 어떤 여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도 학생들은 15번 참석한 여성을 가장 많이 꼽았다.

 

사소하고 일상적인 의사소통은 장기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중요한 것은 의식적인 대화뿐 아니라 무의식적인 수동적 접촉 역시 비슷한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점이다. 업무적인 결정을 내릴 때에도 근접성은 큰 영향을 미친다. 전화 대신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하고, e메일 대신 출장을 가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다. 업무적인 모임에 참석했을 때 멀찍이서 목례를 나누는 것보다는 먼저 다가가 악수를 하고 말을 건네는 것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고객을 자주 만나면 한 가지 편익이 더 있다. ‘회상의 용이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얼굴을 자주 보여야 고객이 머릿속으로 떠올리기 쉽다. 처음에는 보험에 가입할 생각이 없던 고객이 어떤 계기로 보험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하자. 보험에 가입하려고 할 때 누구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르겠는가. 당연히 자주 본 영업인의 얼굴이다.

 

명백해졌다. 고객한테 신뢰를 얻으려면 무조건 자주 찾아가서 얼굴을 보여줘라. 당신이 취급하는 제품을 생각할 때마다 당신 얼굴이 제일 먼저 떠오르게 하라.

 

오정환 미래경영연구원장 ecooh@naver.com

필자는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고 오정환리더십아카데미 원장을 지냈다. 한국세일즈코치협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저서에<영업, 질문으로 승부하라><세일즈 멘토링><한 번 더 세일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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