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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n Case Study

꼭 이 일 하고픈 사람이 일하는 곳 교토 기업정신의 상징, 호리바제작소

이우광 | 156호 (2014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혁신

 교토에 본사를 둔 호리바제작소는 일본에서 매우 존경받는 중견기업이다. 창업 60년을 훌쩍 넘겼지만 아직까지도 벤처기업의 정신을 이어가며 끊임없이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호리바제작소는 대기업과 정면승부를 펼치지 않는다. 대신 틈새시장을 개척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다진다. 이후 해외까지 진출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기, 오존측정기, 애완동물 혈당측정기 등의 히트 상품들은 환경보호, 오존층 파괴, 고령화 등을 감안해서 시장을 미리 내다보고 개발한 제품이다.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기는 전 세계 시장점유율이 무려 80%에 달한다. 호리바제작소는 교토기업 특유의 도전정신과 펀(fun) 경영 등으로 매년 1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 교토에 뿌리를 둔 기업 중에는 크게 성장한 사례가 많다. 닌텐도, 일본전산, 교세라, 무라타제작소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런데 교토 기업 중에서 외형은 크게 성장하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벤처정신을 이어가며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기업도 있다. 바로호리바제작소(堀場製作所)’. 1953년 교토에서 창업한 호리바제작소는 자동차, 환경, 과학, 의료 등과 관련된 계측기기를 주로 제작하는 회사다. 임직원은 5530명 정도로 2012년 기준으로 매출액이 1176억 엔(12300억 원 정도)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18억 엔(1234억 원 정도). 일본에서는 호리바제작소의 창업자 호리바 마사오(堀場雅夫)일본 벤처의 대부(代父)’라고 부른다. 벤처기업의 토양이 척박한 일본에서 그의 성공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일본인들은호리바제작소는 기존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서 히트상품을 내놓는 기업이다. 창업 6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벤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호리바제작소는 인수합병 등을 통해서 기업의 외형을 크게 키우기보다는 창업시절 벤처기업의 정신을 이어가며 내실을 다지는 중소기업의 모범 사례를 만들고 있다. 같은 교토 기업인 일본전산의 나가모리 시게노부(永守重信) 사장이 의욕적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하면서 사업규모를 키우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호리바 마사오는호리바제작소는 존경받는 중소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일본에서 존경받는 기업인인 호리바 마사오 씨는 대체 어떤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림 1 호리바제작소의 경영 특성

 

도전 정신으로 성장한 호리바제작소

호리바 마사오는 어린 시절부터 무선 전기기관차, 모형 비행기 등을 좋아했다. 천성적으로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고교 시절 물리 선생님이세상의 모든 물질은 원자로 구성돼 있다는 말에 매료돼 물리학에 관심을 가졌고 교토대 원자핵물리학과에 진학한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연구에 매우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대학에서 실험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육군기술연구소에서 위탁생으로 일했다. 미군의 전략폭격기인 B29를 추격시키기 위한 표적유도용 전파탐사기 개발에 참여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미국은 일본 정부에 원자핵물리를 연구하지 못하게 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인 1945 10월 아예호리바무선연구소를 세우고 일본 육군에서 전파병기 개발 관련 기자재를 빌려서 개인적으로 회로설계 연구를 시작한다. 호리바무선연구소는 일본의 첫 대학생 벤처기업인 셈이다.

 

하지만 순수한 연구만으로 대학생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호리바무선연구소는 연구만으로 꾸리기 어려워서 라디오, 전기다리미 등을 수리해 돈을 벌었다. 호리바무선연구소는 라디오와 전기다리미 등의 수리만으로는 한계를 느끼자 자사 제품을 개발하기로 결심한다. 첫 제품은 정전될 때 전구를 켜기 위해 필요한 축전지였다. 전후 일본은 정전이 다반사였다. 호리바무선연구소의 축전지는 히트상품에 올랐다. 고객이 줄을 이었다. 한 대학병원은 축전지 개발에 성공한 호리바무선연구소에 의료기기의 발진기 회로를 설계해 달라고 의뢰했다. 호리바무선연구소는 축전지 개발에 성공한 뒤라 자신감을 가지고 의료기기의 발진기 회로를 설계했다. 하지만 사고가 터졌다. 호리바무선연구소의 설계로 만들어진 발진기가 어느 날 수술 중에 고장이 났다. 교류를 직류로 바꾸는 콘덴서가 불량이었다. 설계를 아무리 잘해도 부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제품은 무용지물이었다. 호리바는 이 사건을 계기로 부품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예 전해콘덴서를 개발하기로 했다. 호리바는 콘덴서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았다. 관련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며 전해콘덴서 연구에 착수했다. 1950 3월 콘덴서 전해액의 pH값을 제어하는 유리 전극식 pH 미터기를 개발한다. 유리 전극식 pH 미터기는 성능이 뛰어나서 호평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pH미터기는 호리바라는 말이 거론될 정도였다.

 

호리바무선연구소는 자체 개발한 제품이 늘어나자 영업망 등 조직을 확대해야 했다. 추가 자금이 필요했다. 호리바 마사오는 부족한 자금을 교토지역 인사 7명에게 10만 엔씩 출자를 받아 1953 1월 호리바무선연구소를 호리바제작소로 확대했다. 그는초기 투자자들은 사업의 내용을 전혀 모르면서도 젊은 사람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출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호리바 마사오의 도전 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호리바제작소는 1957년 적외선 가스 분석계 ‘GA Model’을 개발했다. 당시 상대적으로 큰 기업이었던 히타치제작소(日立製作所)도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팔고 있었다. 히타치제작소는 비슷한 제품을 팔고 있는 작은 기업인 호리바제작소에 합병을 제안한다. 하지만 호리바제작소는 히타치제작소의 제안을 거절한다. 대신 업무 및 기술제휴를 하자고 역으로 제안했다. 호리바제작소는 연구개발에 전념하고 제품 판매는 히타치제작소가 맡자는 것이다. 이런 제안을 한 배경에는 호리바 마사오의 인생철학이 반영돼 있다. 그는 히타치제작소의 계열사로 편입돼 쉽게 돈을 버는 것보다는 자신이 세운 회사를 키우고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성취감을 맛보고 싶어 했다. 결국 호리바제작소와 히타치제작소는 1959 11월 업무 및 기술 제휴를 체결한다.

 

호리바제작소는 1964년 성장의 발판이 된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기인 ‘MEXA’를 개발한다. 당시 다른 회사들은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기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호리바제작소는 세계적으로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알게 됐고 이에 주목해서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기를 개발한 것이다. 1975년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 시스템을 납품했고 이후 ‘MEXA’는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 분야에서 국제적인 표준 기기로 자리를 잡는다. 호리바제작소가 성공한 요인 중 하나는 틈새시장을 잘 공략했기 때문이다. 호리바 마사오는 평소요코즈나(일본 스모에서 가장 높은 등급)와 겨뤄봤자 중소기업은 게임이 안 된다. 대기업과 겨루지 않고 틈새시장을 찾아야 한다. 틈새시장에는 항상 큰 수요가 있기 마련이다고 강조한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경쟁하기보다는 규모가 작은 틈새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틈새시장만 잘 공략해도 수익을 충분히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호리바제작소는 사람들이 오존층 파괴에 관심이 없을 때부터 오존 측정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후 오존 측정기에서도 큰 수익을 냈다. 호리바제작소는 애완동물용 혈당 측정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애완동물 혈당 측정기기인안트센스 Ⅲ VET’는 센서를 이용해서 동물의 피 한 방울로 45초 만에 혈당을 측정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동물의 혈당을 측정하려면 대형 원심분리기를 이용해야 했고 15∼30분이나 걸렸다. 하지만 애완동물에게서는 사람처럼 많은 피를 뽑을 수 없다. 대형 원심분리기를 사용하기도 어렵다. 운동 부족으로 당뇨병에 걸린 애완동물은 많아지고 있지만 애완동물의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기기는 없는 상황이었다. 호리바제작소는 이런 틈새시장을 겨냥했다. 일본의 동물용 의료기기 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호리바제작소는 현재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기기 사업인자동차계측 세그먼트’, 공해 측정기기 사업인환경·프로세스 세그먼트’, 의료분석기기 사업인의료 세그먼트’, 반도체 미세분석기술 사업인반도체 세그먼트’, 적외선이나 X선을 이용한 분석기기 사업인과학 세그먼트 5개 분야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사업다각화를 크게 추진하지 않고 계측기기 중심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기기 등은 세계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하며 영업이익률 10% 안팎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견실한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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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우광wklee@kjc.or.kr

    -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연구위원
    - <일본재발견>, <일본시장 진출의 성공비결,비즈니스 신뢰>, <도요타 : 존경받는 국민기업이 되는 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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