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오케 리더십’과 퍼실리테이션

152호 (2014년 5월 Issue 1)

여러 사람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려면 꽤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노래방에 가기 전에 술을 마십니다. 하지만 특정한 환경이 조성되면 내성적인 사람들도 맨 정신으로 노래를 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 디자인 컨설팅사 IDEO의 창업자인 데이비드 켈리와 동생 톰 켈리는 <유쾌한 크리에이티브>라는 저서에서 이를가라오케 자신감이라고 불렀습니다.

 

IDEO 창업자들은 가라오케 자신감을 유발하는 몇 가지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판단 유보입니다. 노래를 부르자마자 잘했다거나 못했다는 판단을 내리는 분위기에선 누구도 나서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원들이 제시한 어떤 아이디어에 대해옛날에 해 봤는데 안 됐어” “그건 나쁜 아이디어야라고 판단을 내려버리는 순간, 더 이상 추가 아이디어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직원들은 당연히 몸을 사립니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 인터뷰 코너에서 김광호 한국마즈 대표는워크숍에서 직원들이 제시한 아이디어에 대해그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은 순간이 정말 많았지만 꾹 참았다. … 결국 조직문화 개선을 이뤄냈다고 말했습니다.

 

둘째로 중요한 요소는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에 힘을 합하는 것입니다. 노래방에서 누가 노래를 부르든 관객들이 박수를 보내고 코러스를 넣어준다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조직에서 제시되는 초기 아이디어의 대부분은 불완전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결합하면 발전이 이뤄집니다. 이번 호 ‘Inspiration from Creative People’ 코너에 실린 창의적 광고 제작 사례를 보면 한 직원이옆길로 새라는 콘셉트를 제안하자 다른 직원이새’에 주목해 앵무새가 랩을 하는 형식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켰습니다. 낯선 아이디어에 회의 참가자 모두가 크게 웃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진짜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판단해 이를 적용했습니다. 이처럼 기업에서 나온 창의적 아이디어의 대부분은 엉뚱해 보이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터져 나옵니다. 판단을 유보하고 어떤 아이디어가 나와도여기다 무엇을 더 추가해볼까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유머감각, 신뢰, 위계 최소화 등 수평적 문화를 지원하는 요소들이 덧붙여지면 소극적인 사람들도 자신 있게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합니다. 가라오케 자신감은 창조와 혁신을 원하는 조직에 큰 영감을 줍니다. 조직 내 발현을 기다리고 있는 잠재된 아이디어는 무수히 많습니다. 또 아이디어가 교차하는 상호작용 과정에서 위대한 혁신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조직원들은 어제와 똑같은 일을 오늘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직원 개개인의 잘못으로 돌려서는 안 됩니다. 소극적인 사람도 맑은 정신 상태에서 마이크를 잡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문화가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무한한 자원의 보고(寶庫), 조직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입니다. 직원들의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으로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분출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의미합니다. 특히 위계적 구조가 강한 한국 조직에서 퍼실리테이션의 필요성은 더 큽니다.

 

조직행동론에서 성과 예측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은자기 효능감(self efficacy)’은 자신의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뜻합니다. 자기 효능감이 높은 구성원들은 창의적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뿐만 아니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고 모험적인 시도를 감행합니다. 이런 조직원을 육성하고 싶다면 조직 관리에 퍼실리테이션의 개념을 접목해야 합니다. 자신 있게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는 직원이 많아지도록 DBR은 퍼실리테이션의 구체적 기법과 사례, 가이드라인 등을 종합했습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계기로 한국 조직에서 더 많은 퍼실리테이션 프랙티스가 만들어져 창의적 조직 역량이 커지기를 기원합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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