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나뒹구는 작은 못의 주인은?

132호 (2013년 7월 Issue 1)

 

이번 여름은 미처 본격적인 더위가 오기도 전인데 벌써부터블랙아웃의 공포에 온 국민이 긴장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블랙아웃이라는 용어 자체도 들어보지 못했는데 아마도 요즘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이 어려운 용어를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온 국민을 블랙아웃의 공포에 떨게 한 원인은 무엇인가. 부품 비리로 멈춰선 원전은 모두 3기로 불량 제어 케이블이 문제라고 한다. 이 케이블은 원전에 비상상황이 일어났을 때 신호를 보내는 설비인데 이번에 문제가 된 제어 케이블의 값은 넉넉히 잡아도 6000만 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로 인한 손실비용은 적게 잡아 3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 정도로 비리가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양파 껍질 벗기듯 새로운 비리가 터져 나오기라도 한다면 그 피해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국무총리의원전비리는 천인 공노할 범죄라는 말이 전혀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작은 부품이 온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상황을 보니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의 일화가 생각이 났다.

 

건축을 전공했기에 건설회사에 입사했고 자연스럽게 현장 근무를 하게 됐다. 어느 날 한 선배가저기 나뒹굴어져 있는 못의 주인이 누구라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너무 어이없는 질문이기에 잠깐의 생각할 틈도 없이그거야 저 목수의 것이지요라고 답했다.

 

세월이 흘러 요즘 나는 건설사업관리(Construction Management)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CM은 건설업이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 지면서 누군가 사업의 전체를 통합 관리하는 조직이 필요할 때 발주자를 대신해 발주자의 입장에서 관리를 하는 전문가 조직을 일컫는다. 이제는 관리자로서 현장에 가보면 수많은 못들을 발견할 수 있다. 나도 앞서 선배의 질문과 같은 질문을 여러 사람에게 한다. 돌아오는 답은 똑같다. “당연히 저 목수의 것이지요.” 심지어 고객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도 답은 똑같다. 하지만 거슬러 그의 원천을 짚어보면 그 못의 주인은 목수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발주자, 즉 고객이다. 우리는 모두 착각 속에 지내고 있다.

 

고객의 작은 욕구와 수요를 찾아 내 이를 그 고객이 예상했던 수준을 뛰어넘는 가치로 만들어 제공하는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micro value marketing)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게 된다.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반면 쉽게 간과하고 지나치기도 쉽다. 티끌이 모여 태산이 된다고 했던 성현의 말씀처럼 작은 것 없이는 큰 것이 있을 수 없다.

 

직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여러분에게 급여를 주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전에는 당연히 회사이거나 회사의 사장님이라 했다. 하지만 이제는 고객이라는 대답이 자연스레 나온다. ‘원전 근무자의 급여는 누가 주는가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우리 국민이다. 이런 생각을 조금만 한다면 어찌 이런 일이 생겨날 수 있었을까.

 

못 하나의 중요함은 바로 원전의 작은 부품의 중요함과 같다. 작은 못 하나하나가 모여 구조물이 형성되듯이 원전도 작은 부품들이 모여 이뤄진 것이다. 게다가 그것은 국민의 소중한 혈세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 부품의 주인은 누구인가.

 

세계적 호텔 체인인 힐튼호텔의 창업자 콘래드 니콜슨 힐튼(Conrad Nicholson Hilton)신뢰를 잃는 것은 신앙을 버리고 희망을 잃는 일과 같다. 만일 그것을 잃는다면 죽은 거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가난한 행상의 아들로 태어난 콘래드 힐튼은 잠자리도 없이 이곳저곳 떠돌아 다니다 호텔에 취직을 하게 되고 결국은 세계적인 호텔 그룹의 회장이 됐다. 서비스의 기본은 신앙과도 같은 신뢰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에게 신뢰가 뼛속까지 배어들 날은 언제나 올 것인가. 다시 조여 매자. 언제부터인가 큰 것만 좇는 현상으로 인해 작은 것은 소외되거나 무시되는 경향이 팽배해 있다.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부터 챙기면 좋겠다. 초심은 건설현장에 나 뒹굴어져 있는 작은 못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되짚어보는 데서 출발한다.

 

 

장희정 전인CM 대표

장희정 대표는 서울대에서 건축학을, 한양대 산업대학원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했다. 동부건설에 입사해 국립 경찰대학교 건설의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실무를 익혔다. 일본 다이세이건설에서 연수했으며 폭파해체 공법 등 신기술 도입 및 적용을 주도했다. 현장소장을 거쳐 본사에서 기획, 원가, 영업 등의 분야에서 근무하며 경영자로서의 수업을 받았으며 현재는 건설사업관리 전문회사인 전인CM을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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