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자산의 경쟁력

125호 (2013년 3월 Issue 2)

사람들은 대개 눈에 보이는 것을 중시합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나 입사할 기업을 고를 때 현재의 경제적 상황이나 자산 등 유형적 요소를 판단 기준으로 삼습니다. 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중시합니다. 최근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생생한 증거를 보여주는 3000여 점의 고문헌이 공개돼 주목받은 경주 최부잣집 사례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최부잣집 경쟁력의 원천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지식자산인 신기술이었습니다. 당시 논에 직접 씨앗을 뿌려 쌀을 재배하던 시절, 최부잣집은 모내기 방식의 신기술인 이앙법을 도입해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늘렸습니다. 또 소를 경작에 활용하는 우경법을 도입해 버려진 땅을 옥토로 바꿨습니다.

 

소작인들의 수익을 더 많이 빼앗아오면 당장 눈에 보이는 부의 총량을 늘릴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최부잣집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작인들의헌신이 장기적으로 훨씬 큰 부를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최부잣집은 수확량의 절반을 나눠주는 파격적 제도를 도입했고 중간 착취 계층인 마름을 없애버렸습니다. 그러자 각지에서 건장한 인력이 모여들었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몰입과 헌신이란 소중한 무형 자산을 확보했습니다.

최부잣집은 정보와 브랜드 같은 무형자산 구축과 관련해서도 현대 조직 못지않은 세련된 면모를 보였습니다. 누구라도 집을 방문한 사람에게 음식을 후하게 대접하자 각종 정보가 모여들었습니다. 또 딱한 사정이나 타당한 이유가 있으면 빚을 탕감해줬고 흉년에 기근이 들면 식량을 대주었기 때문에 생태계 전체가 건강해지면서정당성(legitimacy)’이란 강력한 무형 자산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최부잣집 사례를 보면 어쩌면 눈에 보이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만들어낸 결과물일 따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치 창출 과정에서 눈에 보이는 유형적 자산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과거 경제학은 토지나 노동, 자본과 같은 눈에 보이는 요소가 가치 창출의 원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는 단견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경영권을 행사하며 최고의 혁신 기업으로 명성을 날렸던 시절, 애플의 가장 소중한 자산은 사옥이나 공장, 자본 등 눈에 보이는 유형자산이 아니었습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기술, 브랜드, 조직 문화, 고객 경험을 중시하는 철학 등이 훨씬 더 중요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애플은 아이팟이나 아이폰을 생산하는 설비가 아니라 이런 제품을 만들 수 있게 해준 지식 자산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토지나 노동, 자본 중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젊은 청년 창업가가 자신의 집 차고에서 만든 기업이 세계 경제를 주름잡고 있습니다. 어떤 회계 전문가는 기업 가치의 70% 이상이 대차대조표에 나오지 않는 무형자산에 의해 결정된다고 분석했습니다. 기업 M&A의 주된 목적도 유형자산보다는 고객관계나 기술, 브랜드 등 무형자산 취득과 관련이 있습니다. 결국 무형자산을 효과적으로 획득하고 관리하며 확장시켜 나가야 미래의 성장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무형자산이란 관점에서 기업 전략을 숙고하면 새로운 접근이 가능합니다. IBM처럼 기업의 비핵심 지식자산을 판매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또 종이 만화책 시장이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던 마블 코믹스가 스파이더맨과 엑스맨 등의 캐릭터를 영화화하면서 성장한 것처럼 무형자산의 활용도를 확장해 신시장을 개척할 수도 있습니다. 지식자산을 잘 관리하면 경쟁자 진입 차단이나 제휴 네트워크(alliance network)를 통한 경쟁우위 확보도 가능합니다. 남다른 무형자산 감식안을 가진다면 헐값에 성장성 높은 기업을 인수할 수도 있습니다.

 

특허괴물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무형자산을 둘러싼 기업 간 분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로 대표적인 무형 자산인 지식자산의 확보 및 유지를 위한 다양한 전략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이번 리포트가 경쟁력의 원천으로 부상하는 지식자산에 대한 관점 전환 및 새로운 전략 수립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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