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2002년 일본의 우량 기업
패전 후 최근까지의 일본 경제성장률을 보면 고도성장기인 1956년부터 1973년까지는 평균 9.1%의 성장률을, 1차 오일쇼크 이후인 1974년부터 1990년까지는 안정성장기로 평균 4.2%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버블경제 붕괴 후인 1991년부터 2011년까지의 저성장기에는 평균 0.9%의 성장률을 보였다.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는 지난 20년은 패전 후 일본이 겪은 가장 어려운 경제불황기였던 셈이다.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는 이러한 어려운 경제환경에서 기업 재생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2002년 기업의 수익성(총자본경상이익률), 안전성(자기자본비율), 성장성(경상이익) 관점에서 우수 기업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연구책임자: 新原浩朗). 조사 결과 업계 평균보다 총자본경상이익률이 높은 우량기업은 도요타, 캐논, 카오, 매부치모터, 신에츠화학공업, 닌텐도, 야마코운수, 혼다, 세븐일레븐 등으로 나타났다. 저성장기의 우량기업은 첨단기술 쪽에 집중된 산업경쟁력보다는 기업경쟁력이 중요하다는 점과 국제무대와 상관없이 내수산업에서도 성공 비지니스모델이 많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 우량기업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잘 아는 분야가 아닌 사업은 분리했고 경영자는 현장감각을 가진 논리적 인물이었으며, 타 기업의 성공사례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끝까지 고민하고 생각했고, 자사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불합리한 점을 찾아냈으며,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바꿨고, 주어진 자원 내에서 투자를 감행했으며, 사명감이나 윤리관에 기초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즉, 우수 기업들은 잘 아는 분야의 사업을 무리해서 확장하지 않고 우직하면서도 성실하게 심사숙고하면서 정열을 가지고 끝까지 임하는 기업이라고 이 조사는 결론을 내렸다.
일본 경제는 버블붕괴 이후 고용, 설비, 채무의 과잉문제를 해결하면서 2003년 이후 장기에 걸친 경기상승 국면에 들어가 경기가 회복되는 듯했지만 2007년 이후 원유가 상승, 2008년 리먼 쇼크에 의한 미국발 금융위기, 2010년 유로 위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으로 다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한편, 이러한 경제적 요인 외에 일본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인구구조의 변화가 있다. 인구구조 변화의 특징은 저출산에 의한 국내 인구감소, 고령화, 도심화, 독신세대 증가 등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결국 기업들은 해외 진출, 의료를 포함한 고령자의 니즈 대응, 도심 집중, 독신세대 대응 등에 대한 전략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2002년의 우수 기업과 우수 기업의 공통점은 10년 후인 2012년에는 어떻게 변했을까. 일본 기업들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 리먼 쇼크 이외의 외부 환경요인들에 의해 우수 기업들의 면모도 많이 바뀌었다. 대내외 환경변화에서도 꾸준히 우량기업으로 건재한 일본 기업의 사례를 분석해서 자산 디플레이션 시대의 경영 전략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내수산업기업
(1) 사이제리아(Saizeriya)
외식업계는 저출산 고령화와 계속되는 불황, 과도한 경쟁체제가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종업원의 급료조차 지불하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 그러나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시작한 사이제리아는 1973년 창업 이래 2012년 8월 현재 1018개의 점포(국내 929점, 해외 89점), 매출액 1042억 엔으로 지속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사이제리아는 패스트패션 업체들이 도입한 SPA 비즈니스 모델1 의 영향을 받아 타사보다 철저한 효율화와 시스템 구축에 의한 코스트리더십(cost leadership) 전략으로 저가격 메뉴를 개발해 젊은 층과 가족 단위 고객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는 다른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1인분 양 줄이기, 질 저하, 임금 저하 등의 방법을 취한 것과 차별화했기 때문이다.
사이제리아는 종자의 품종개발(양상추 종자는 1호에서 현재 18호까지 품종개발 진행)부터 재배/수확, 생산가공, 가공조리까지 전부 계획생산에 의한 일관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계획생산을 하면 수확시기 조정이 가능하고 사전에 가격과 수량이 정해지므로 사전에 어느 정도 수익을 예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탈리안 요리 전문점인 만큼 토마토는 사이제리아에 가장 중요한 식재료 중 하나다. 맛있는 토마토를 확보하기 위해 사이제리아는 계약 농장에서 맛, 색, 식감, 배송 환경에 적합한 토마토를 직접 개발했다. 또 일명 ‘센트럴키친’이라고 불리는 식품가공공장을 직접 운영한다. 센트럴키친에서는 식재료의 맛이나 신선도 등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점포의 주방에서 해오던 조리 일체를 처리해주기 때문에 개별 점포 주방에서 불이나 칼을 쓸 일이 없다. 계약농장도 4t의 냉장차가 농장으로 그대로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하는 등 사이제리아에 맞게끔 만들었다.
또한 사이제리아는 고품질 유지를 위해 골드체인이라고 불리는 야채의 유통체제를 구축했다. 야채는 수확 후 바로 냉장차에 보관되는데 이때 맛, 영양, 신선도를 감안해 샐러드에 가장 적합한 온도인 섭씨 4도로 식탁에 오를 때까지 유지된다. 이런 일관 생산, 센트럴키친, 골드체인 등의 시스템으로 사이제리아는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예를 들면 고정메뉴인 밀라노풍 도리아는 299엔의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되고 있는데 이 메뉴 하나가 전체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또 와인, 치즈, 우유 등 원재료의 고품질 저가 구매를 위해 해외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대만, 중국, 홍콩 등 해외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2) 니토리
니토리는 2012년 2월 연결매출액에서 전년 대비 5.3% 증가한 3310억 엔, 영업이익은 10% 증가한 579억 엔으로 25분기 연속 이익이 늘었다. 홋카이도 삿포로시에서 인테리어 생활용품전문점으로 출발한 니토리는 저가격대의 홈퍼니싱(가구, 홈패션) 분야에서 계속 성장하고 있는 일본 내 가구소매업계의 톱기업이다.
니토리는 가구인테리어에서 비용 절감과 고품질, 고기능을 유지하면서 저가격 판매, 집안 전체의 토털 코디네이터, 홈패션 등 세 가지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다. 고품질, 고기능 제품을 경쟁사 가격의 절반으로 제공하는 것이 니토리의 콘셉트다. 니토리의 최대 특징 또한 SPA에 의한 코스트 리더십인데 이는 유니클로와 맥락을 같이한다.니토리는 상품의 기획, 원재료 구입, 현지생산, 수입, 판매, 상품배송까지를 전부 자사에서 운영한다. 임금이 싼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직영공장에서 상품을 생산하고 도매업체 등 중간상을 거치지 않아 코스트를 줄임으로써 낮은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하다. 리빙, 부엌, 침실 등의 이미지를 통일한 집안 공간 토털 코디네이트로 세트판매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코디네이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커텐, 시트, 이불 등의 제품까지 취급함으로써 가구의 영역을 넘어선 토털 홈패션 매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이러한 저가 정책은 소비자의 니즈와 맞아 떨어져 높은 인기를 구가하면서 지속적으로 고수익을 내고 있다. 2001년 만해도 가구업계의 톱은 오오츠카가구였으나 니토리는 순식간에 오오츠카를 따돌렸다. 니토리처럼 SPA 방식으로 전국에 체인을 전개한 가구소매업은 없기 때문에 세계를 무대로 한 이케아(IKEA)만이 경쟁기업인 셈이다.
이러한 니토리의 괄목할 만한 성장에는 운영시스템뿐아니라 창업자 니토리 아키오(似鳥昭雄)의 비전을 제시하고 달성해가는 기업가정신이 있었다. 니토리는 2020년 1000점포, 매출액 1조 엔을, 2030년 3000점포, 매출액 3조 엔을, 2040년 1만 점포, 매출액 5조 엔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니토리가 이러한 원대한 목표를 갖게 된 데는 1973년 니토리의 미국 방문 영향이 컸다. 물자의 풍부함과 저가 전략에 놀란 니토리는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3분의 1 수준의 낮은 가격대에 토털 코디네이트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소매업이 원재료에서 제품까지 모두 직접 운영해야 한다는 힌트를 얻었다. 또 니토리는 다점포 전략 콘셉트로 전국의 도도부현2 과 해외에 모두 276개의 점포(2012년 6월 현재)를 갖고 있다. 금후 테이진과 협력해 소재개발을 할 예정이며 해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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