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DBR은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과 반응을 체계적으로 수렴해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열독자를 중심으로 ‘독자패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Indepth Communication’은 독자패널들로부터 DBR 최근 호 리뷰를 들어본 후 추가로 궁금한 점에 대해 해당 필자의 피드백을 받아 게재하는 코너입니다.
김형숙 DBR 4기 독자패널(조인컨설팅)
DBR 112호에 게재된 정동일 교수의 ‘꿈을 에너지로 바꾸는 리더의 힘’ 칼럼에서는 리더가 좋은 비전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유익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바람직한 비전을 만들었다 해도 조직문화로서 뿌리내려 고객에게 일관된 기업가치를 전달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실제 조직원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면 비전 자체를 잘 모르고 있거나 CEO만의 희망이라고 여기는 등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비전 수립 이후에 정말 ‘비전을 현실화 할 수 있도록’ 하는 리더의 노력과 제도적으로 갖춰야 할 기반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또 지난 DBR 111호에서 다룬 ‘영국 공공의료서비스 개선’은 Design Thinking 방법을 통해 병원용 사물함 등 병원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의료기기들의 디자인 혁신사례를 제시했다. 공공의료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서비스 과정에서 사용되는 일종의 ‘물리적 증거’의 개선사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의료서비스는 물품의 사용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업무프로세스나 응대서비스와 같은 무형의 서비스 역시 개선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한 사례와 함께 그때 적용되는 Design Thinking 방법론(가령, 서비스디자인)을 알고 싶다.
정동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좋은 비전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은 이를 어떻게 공유해 조직 구성원을 열정적으로 만드느냐 하는 것이다. 살아 숨쉬는 비전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비전 수립 시 조직 구성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줘라:비전이 공유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비전 수립 시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고 경영층이 일방적으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상의하달(top-down)식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완성된 비전은 구성원들에게 주인의식을 불어넣기가 불가능하다.
② 반복해서 강조하고 스스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줘라:비전과 관련해 많은 리더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자신이 신년사 등을 통해 비전에 대해 한두 번 정도 이야기하면 직원들이 이를 소중히 가슴에 담고 일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조직의 비전을 가슴에 품을 수 있게 리더가 적어도 1000번쯤은 비전에 대해 외쳐야 한다는 잭 웰치의 이야기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리더 스스로 비전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실천하려는 노력을 보여 준다면 그들의 자발적인 동참이 가능할 것이다.
③ 의사 결정 시 재무적 성과보다 설정한 비전 달성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를 고려하는 습관을 정착시켜라:의사 결정 시 비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재무적 성과만 고려하는 과정을 보며 구성원들은 조직의 리더들이 비전에 대한 헌신(commitment)이 없다고 느끼게 된다. 이렇게 되면 비전 공유는 이미 물 건너간 상태가 된다. 따라서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마다 ‘이 결정이 혹은 이번 신사업이 우리의 비전 달성에 이렇게 공헌을 할 것이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④ 조직 시스템을 비전 달성과 일치(align)시켜라:직원 선발 평가 보상 교육과 관련된 모든 시스템이 비전 달성을 위해 일관성 있게 재편되지 않으면 비전은 단순히 슬로건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비전은 업계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 되는 것인데 직원들의 평가와 보상이 여기에 맞춰 따라주지 않는다면 비전 공유는 결코 이뤄지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⑤ 비전 달성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상징적인 것들을 몇 개 마련하라:비전을 공유하는 조직들은 비전의 중요성을 구성원들에게 끊임없이 전달하기 위해 조직 고유의 상징적인 것들을 몇 개 마련해 지속적으로 실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별한 시상이라든지 비전을 상징하는 용어의 사용이라든지, 혹은 열광적인 의식과 같은 것들을 예로 들 수 있다. 몇몇 기업들은 조직의 비전을 시각화(visualization)해서 본사 건물을 이에 맞게 지을 정도로 비전을 상징하는 그 무엇인가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까지 언급한 이런 다양한 노력들이 어우러져 조직 구성원들의 가슴속에 비로소 살아 숨쉬는 비전이 생길 수 있다.
이혜영 Kinneir Dufort 디자이너
‘사용자 경험 여정 지도(User Experience Journey Map)’라는 틀은 제품을 개선하기 위해서 또 사용자의 전체 경험을 보기 위해서도 쓰이는 방법인데 서비스 프로세스를 개선할 때 특히 유용하다. 시나리오 툴이 각 단계의 구체적인 상황을 표현한다면 이 방법은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와 관련된 사용자의 경험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각 단계별로 사용자의 경험에 대한 기대와 만족도를 함께 표시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의 우선순위를 세우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예로 런던과 파리를 연결하는 기차인 유로스타(Eurostar)는 사용자 경험 여정 지도를 통해서 전 과정에 분포된 각 단계별 문제점을 발견했는데, 특히 여행 중간이나 마지막 부분보다는 예매와 탑승 같은 여행이 시작되는 단계에서 고객들의 기대치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해 큰 효과를 보았다.
신성찬 DBR 4기 독자패널 (북큐브네트웍스)
DBR 113호에 게재된 ‘애플이 차를 만들면 끄지 않아도 될까’를 읽고 전자책 업계 종사자로서 UX를 최우선으로 고려 해야 한다는 ‘촉매 프로세스’에 큰 공감이 갔다. 그럼 가장 이상적인 UX는 무엇일까? 아이폰을 사용하다 보면 분명 처음 해보는 동작이라 어색하지만 편리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아이폰은 어떤 표준을 만들어서 이용자를 학습시키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앞으로 기업들은 자사의 UX를 표준화하려고 할 것이고 표준화된 UX를 저작권으로 소유할 경우 막대한 이익을 누리게 될 것이다. 최근 애플과 삼성의 법정 공방도 UX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면 기업이 만든 학습화된 표준이 가장 이상적인 UX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기업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UX가 아닌 그들이 만든 표준을 학습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김동준 innoCatalyst 대표
UX는 사용자가 가지는 것이므로 각 개인이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것인 반면 ‘UX 디자인’은 사용자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이므로 기업의 관점이 작용한다. 따라서 첫 번째 질문인 ‘가장 이상적인 UX는 무엇일까’는 각 개인마다 다르므로 답을 말하기 힘들다. 반면에 가장 이상적인 UX 디자인은 기업의 경영 철학에 따라 정의할 수 있다. 애플의 경우 디자인에 대한 스티브 잡스의 다음 표현을 통해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UX 디자인을 짐작할 수 있다.
“That’s not what we think design is. It’s not just what it looks like and feels like. Design is how it works.”
즉, 애플이 추구하는 디자인은 보이는 것도, 느끼는 것도 아닌 작동 방식이 중요하다. 무엇(what)이 아니라 어떻게(how)에 집중해 디자인하는 회사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 표준화된 UI(User Interface) 혹은 OS 등을 만드는 것이 사용자와 기업 모두에 좋다면 질문자의 말대로 기업은 막대한 이익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단지 기업을 위한 (학습화된) 표준을 만든다고 해서 사용자 혹은 소비자가 좋아할지에 대해서는 상당히 의심스럽다. 사용자 혹은 사용자 경험을 위해서 좋은 표준을 만들었다면 이를 통해 기업이 성공할 수 있지만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 표준을 학습시키려 한다면 사용자 혹은 소비자가 그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대표적인 사례로 가정용 비디오 카세트 레코더가 있다. SONY의 베타맥스(Betamax) 방식은 그들의 기술력을 앞세운 표준이었지만 결국 소비자를 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보다 기술적 열세에 있었던 VHS 방식에 밀리고 말았다. 또 다른 예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바일 OS를 활용한 삼성전자의 옴니아 휴대폰이 있다. 이 역시 기업을 위한 표준을 적용한 결과 사용자 경험에는 부적절해 시장에서 실패한 제품이다.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의 결과 표준을 학습화하는 것이라면 문제없지만 표준을 학습화하기 위해서 UX 디자인을 할 경우 사용자가 좋아할 리가 없다. 그러한 디자인은 결국 ‘제품 중심의 디자인’에 그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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